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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09년 8월 25일 18시 38분 등록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여행을 다녀온 지 어느덧 10일이 지났습니다. 세포마다 각인된 여행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는 역사와 문화가 이룩한 아름다운 업적들이 빌딩과 유적 속에 그대로 녹아서 현세의 우리들에게도 영감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3천 여 평범한 시민들의 주거지가 되어버린 스플릿의 디오클레티안 궁전의 골목과, 그보다 작은 중세 도시 시베니크의 미로 같은 유적지 골목들을 헤매고 다닐 때는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웅장한 건물 보다는 그 건물들 사이의 좁은 골목, 그 골목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돌 계단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얽혀서 품어내는 야릇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몇몇 장면들은 다른 장면들 보다 자주 떠오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장면들 속에는 그 장면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함께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광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풍경들은 더할 것 없이 아름답습니다. 그 자체 만으로도 완벽합니다. 완벽한 풍경 앞에 설 때마다 제가 그리운 건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들에게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건 존재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근원적인 슬픔입니다. 그러나 그 슬픔은 사람에게 가 닿고 싶은 갈망이기도 합니다. 슬픔의 깊이 만큼 '함께 하는 것'의 기쁨도 깊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저는 여행을 사람들이 이런 외로움과 갈망을 가장 첨예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이 나 자신 스스로를 길 위에 세우려고 합니다. 저의 힘과 재능을 모아 다른 사람들도 길 위에 더 많이 설 수 있도록 직업적으로 도우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고, 앞으로 나갈 길에 대해서도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길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길입니다. 그러나 확신이 서지 않아 2년이란 세월을 그냥 흘려 보냈습니다. 이제 좀더 확신을 가지고 길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에게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올려야겠습니다. 여러가지 일을 벌리고 집중하지 못하는 저의 약점 때문에 모든 것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제 자리를 맴도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경향에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앞으로 화요편지로 여러분들을 찾아오는 일도 새로운 일을 위해 중단합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필요한 결정이기도 하였으니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그 동안 좋은 기회를 주신 사부님과격려 혹은 질타로 저의 성장을 도모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물러가며, 여러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한 마디는 제가 존경하는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이 한 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품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위대한 존재들입니다

“You are all greater than you can conceive”

 

늘 평안하십시오.

 

여행에서 내가 만난 현지 사람들 보기: http://www.bhgoo.com/zbxe/200915

IP *.248.7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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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8.25 20:13:24 *.48.42.181
선배, 수고 많으셨어요!! 그동안 선배만의 개성과 매력이 물씬 풍기는 편지 잘 읽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바다로 떠나는 건가요?
그게 어떤 바다이던, 선배의 아름다운 배는 선배만의 멋진 항로를 만들어갈거라 믿어요.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섹시할지 지금부터 기대되는걸요~
더군다나 든든한 본형 구라는 등대가 있으니...
저희도 뒤에서 열심히 응원할게요.

선배, 크로아티아에서 정말 감사했고요
야한 속옷을 선물받고도 너무나 멋지게 그 장면을 이어가던 모습 정말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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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9.08.25 20:35:15 *.160.33.197

그대의 재능은 빛나고 정신은 자유롭다.   
여러 개의 관심이 만나  하나로 결집되면  크게 타오를 것이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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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8.26 05:33:54 *.131.127.100

떠나드라도,,,
밥은 묵고 가야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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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9.08.26 08:17:14 *.157.123.246
오늘 아침에는 이런 말이 떠오른다. 미치겠다! 정말 미치겠다! ! 하면서 어쩐지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큰 오라비를 이국 멀리 떠나보낼 때가 생각나는 것은 또 왠지...

돌아오지마, 무언가를 찾기 전에는 절대 돌아오지마!

많은 사연과 숱한 고생이 있었겠지만 오라비는 잘 견디었고 부끄럼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그의 승리를 축원하며 살아간다. 그리움에 한숨 짓는 부모님마저도 그리움까지 숨긴 채...

그대의 꿈을 축원하며 아침 편지의 그리움까지도 견디고 싶다.

사랑해, 고마웠고 그대만의 꿈을 향해 건강 잘 지키며 아름답게 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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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균
2009.08.26 22:43:32 *.180.242.28
정열적인 그대를 기억합니다. 이국 땅에서 흔들고 격렬하게 움직이던 그 몸짓을 기억합니다. 저도 그동안 댓글을 별로 달진 않았지만 조용히 당신 글을 음미하던 독자였습니다. 많이 아쉽지만 그대가 가는 길이 더욱 빛날 수 있기에 박수를 치렵니다. 그 길에 선 당신께 무한한 신뢰한 보내면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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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한
2009.08.27 21:51:30 *.174.66.219
내용과 덧글들을 보니 어디로 떠나시네요. 많은 모색과 고민속에 내린 결정이겠군요.
두려움을 없애고 직관을 따르는 멋진 시간 되시길 기도할께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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