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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09년 5월 25일 15시 12분 등록
그는 생긴 것도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반듯한 사람입니다. 도마 위에 각을 세워 잘라놓은 두부모처럼 보기 좋고 잘 정돈된 침구처럼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전혀 정해진 길을 일탈하지 않고 모든 것이 예측된 인물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믿을만 하지만 재미는 별로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전부가 아닙니다. 나는 그가 출판 담당자들을 포함하여 여러 연구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으로 자신이 쓰게 될 책에 대하여 발표할 때의 열정을 기억합니다. 웅변처럼 도도하게 쏟아져 나오는 그의 발표는 힘이 있었습니다. 발표는 폭포와 같았지만 유감스럽게 어떤 출판사에서도 그의 책을 선뜻 내 주겠다는 제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의 서른살 이야기를 써 낸 책인데, 성공이 검증되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의 증명되지 않은 삶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는 1년 동안 쉬지 않고 썼고, 드디어 자신의 책을 펴낼 출판사를 찾았습니다. 며칠 후면 그의 서른 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성실함이 그에게 길을 내준 것이지요
.

비가 그친 날 5월의 아침 그에게 제법 긴 편지를 보냅니다
.

"
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왜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일까 ? 어째서 삶이라는 가장 다이나믹한 경기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실황 중계로 즐기는 대신 마치 5:2로 승리한 게임을 녹화하여 재방송 보듯 되돌려 보고 있는 것일까 ? 결말을 알고 있는 게임은 재미없다. 인생은 늘 격랑이 이는 강물을 건너는 사람의 현재처럼 생생한 것이고 죽기 전까지 반전은 있게 마련이다. 나는 이미 성공하여 박제가 된 인생에는 관심이 없다
.

좋은 자기 계발서는 그 안에 저자 자신의 끝나지 않는 삶의 활력과 긴장이 팽팽해야 한다. 얼마 전 한 여인이 세상을 떠났다. 중증장애로 걷지 못했던 그녀는 나이가 들어 거기에 더해 암으로 투병해야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를 그녀는 아파했고, 힘들어 했다. 병은 아픈 것이다. 너무도 아픈 것이어서 하이네의 시처럼 '고통없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죽음' 을 원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악착같이 하루하루 살아 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조금씩 하루하루 선해졌다고 말한다. 우연히 내가 그녀와 교정에서 마주쳤을 때 그녀는 매우 맑고 큰 눈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서 그런 모양이다. 자기 계발서는 그런 것이다. 여기저기서 분칠한 유명인사들의 과장된 삶의 편린들을 뜯어 붙여 어설픈 성공의 법칙을 떠벌리는 가짜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

너의 책에는 그 진짜가 있다.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온 길에서 만난 성난 계류를 건너고 있는 한 인생, 아직 안전한 지대에 이르지 못했고, 얻은 것도 보잘 것 없는 한 삶이 힘찬 함성과 고함을 지르며 제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한다. 너를 축하한다 "

IP *.96.1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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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5.25 17:34:58 *.251.224.83
그는 서른의 나이에 마치 칠순의 학자 같은 침착함과 진중함과 자기통제력을
지니고 있지요. ^^
저는 그가 언제까지나 성장하며 커 나갈 것이 믿어집니다.
자신을 알고 자신을 지휘할 줄 아는 학습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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