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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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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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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수 0
2009년 2월 9일 07시 47분 등록

택배요~”

 

사무실로 배달된 커다란 꽃바구니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습니다. 꽃바구니를 받은 상현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여직원들에게 꽃이 배달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남자 직원들 중에서는 상현씨가 처음이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한 성격의 그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꽃만 배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꽃을 따라온 도시락에는 예쁘게 줄지어 늘어선 김밥이 하나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거기다가 후식으로 먹을 과일까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가 함께 먹으라고 보내준 음식이라 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인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멋지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부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배우자는, 여자친구는, 남자친구는 도대체 왜 이런 이벤트를 못하냐는 장난 섞인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졸지에 상현씨의 여자친구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런데 그때 옆자리에 조용히 서있던 동료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제 귀를 파고 들었습니다.

 

~, 이렇게 도시락을 싸서 보내면 참 좋아하겠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 속이 멍해졌습니다. 그렇더군요. 정말로 그렇더군요. 같은 것을 보고도 이리 다르게 느낄 수 있더군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분위기에 휩쓸려 도시락 배달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던 저는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 친구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습니다. 오직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사랑하는 이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 뿐입니다. 아마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이를 두고 주도적인 노력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향상시키는 인간의 불가사의한 능력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없다.”라고 말했던 모양입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철학자의 지혜가 작은 사건을 통해 온전히 제 것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아이와 씨름하느라 매번 똑같은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내에게 맛난 도시락을 배달시켜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깜짝 놀라 전화를 걸어올 아내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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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9.02.09 09:32:40 *.208.192.28
난.. 종윤이형 글 봤을 뿐이고,
연구원 1년간 형수님 고생하신 것 알 뿐이고,
일주일 후에 숙제(?) 검사 할거라 달력에 표시했을 분이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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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1:39:30 *.96.12.130
그 숙제가... 그 숙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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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2.09 11:46:41 *.190.122.154
그 숙제 검사는 뭘까 궁금하군요..

자신조차 바꾸기 어려운데 남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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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1:39:04 *.96.12.130
ㅎㅎ 숙제 검사에서 약간 오해가 있었던 거 같은데요.(저도 처음엔 뜨끔했다는...) 아마 도시락을 일주일 안에 보내라는 말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닌가? ㅎㅎ 가까운 사람들을 바꾸려고 되지도 않는 시도를 자꾸 하게 되네요. 나만 잘하면 될텐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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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9 14:08:41 *.180.129.160
나도 도시락 받고 싶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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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1:37:29 *.96.12.130
받기를 바라지 말고, 보내줄 생각을 하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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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9.02.09 15:10:57 *.165.140.205
"아하! 꽃배달 보내야쥥"

굿 아이디어! (헤헤헤, 이번 발렌타인도 그렇게 넘길 수 있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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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1:37:09 *.96.12.130
읽어도 주시고, 이렇게 흔적까지 남겨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근데,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날 아닌가요? 아니라면 나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하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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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09.02.10 02:27:37 *.86.177.103
종윤이의 글을 읽으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해맑은 웃음과 '미'보다 약간 높은 톤으로 이야기 하는 그 모습
그 누군가를 생각할 때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떠 오른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나도 우리집 스삼식 (스스로 하루삼끼의 식사를 챙겨먹는 우리집 보라돌이)님을 위해서 맛난 도시락을 한 번 싸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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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1:36:22 *.96.12.130
누나~ 고마워요. 하나 배웠네요. '스삼식'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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썽이리
2009.02.10 11:27:39 *.48.246.10
아~뿔사, 어제 뵌 그분이 맞군요. 이멜주소를 보고서야 겨우 알았습니다. 모르고 지날칠뻔 했네요. 왠지 낯설지가 않았어요. 좋은 글을 통한 만남이 이렇게 또 이뤄지는군요!. 가까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 이제 구본형 선생님과는 3다리만 건너뛰면 알게되는 그런 관계형성이 이뤄지는군요 ^)^ 세상이 점점 좁아지고 있을 뿐이고 ... SI Broad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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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1:35:54 *.96.12.130
아~ 이런 일도 있군요. 몇몇 분들께서 썽이리님에 대해 궁금해 하셨는데, 그렇게 만날줄은 정말 몰랐네요. 가까이 계시니 조만간 식사라도 한번 해야겠네요. 아프리카 사람들 돌아간 다음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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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02.12 01:05:47 *.229.148.40
댓글 대박이삼~!
옹박이 말한 숙제를 종윤 형은 여전히 눈치 못챘을 뿐이고~
앤 누나는 종윤 형의 메세지를 반대로 해석했을 뿐이고~
재엽 형은 메세지에서 얻은 힌트로 엉뚱한 고민을 해결했을 뿐이고~
난 댓글 보며 세 번 웃었을 뿐이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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