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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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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0일 09시 05분 등록

때는 2003년 여름, 정의씨는 LA에 머무는 한 달 동안 밤마다 살사 바에 갔다. 그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살사 댄서이자 교육가인 이디(Edie)가 춤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라틴 타악 리듬이 밀폐된 공간의 공기들을 산산히 부수며 사람들의 가슴을 사정없이 두드려대는 널찍한 홀은 언제나 자유와 꿈을 찾아 날아든 전 세계 다양한 인종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사람들의 나이와 함께 어깨에 얹혀진 세월의 무게들은 그곳에서 힘을 잃었다. 손에 든 칵테일 잔에는 저마다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이 비쳤다. 6시면 어김없이 나타나 작렬하는 무대에서 땀을 흠뻑 적시며 춤을 추던 조그만 체구의 동양인 정의씨는 자주 부라보를 외치는 사람들의 환호 속에 파묻혔다. 아쉽게도 그는 12시면 그곳을 떠나야했다. 근육을 팽창시키는 음악과 바의 농염한 기운에 젖어 몸을 들썩이다 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다음날 30명의 연수 그룹을 책임져야 하는 일만 아니라면 그는 바가 문을 닫는 새벽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의씨가 이디를 알게 된 건 한 달 전 한국에서 열린 살사 콘그레스에서였다. 그녀는 월드 투어 중이었다. 국내 일인자에게 살사를 마스터한 후 더 이상 배울 게 없어 갈증을 느끼던 그에게 이디는 운명이 보내준 천사였다. 이디의 베이스 캠프인 LA의 살사 바 이름을 수첩에 적어 넣으며 그는 전의에 불타올랐다. 한 달 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프로그램을 수강한 수강생들의 LA 연수가 있었고, 그는 그 연수 여행의 회사측 책임자였다. 출장은 자그마치 한 달이었다. 세계적인 살사 마스터 이디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정의씨는 하나를 시작하면 뿌리를 뽑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인생에서 뿌리를 뽑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 것이 하나 있다면 고시일 것이다. 그는 군대에서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변리사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변리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유학가려던 계획마저 포기하고 시작한 고시 공부를 4년 만에 접고 삼성에 취직을 했다. 삼성에서 데이콤을 거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일하기까지 그는 언제나 비즈니스를 이끄는 리더 그룹에서 기획업무를 했고, 덕분에 변화의 트렌드와 동향을 읽는 눈이 밝아졌다. 첫 직장인 삼성에서 그는 훌륭한 멘토를 만났다. 그의 상사는 3명의 새로운 직원에게 일주일 시간을 줄테니 회사의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 발표해보라, 당시로서는 매우 센세이셔널한 숙제를 내주었다. 그는 차별화된 제품 판매 아이디어와 함께 새로운 판매처까지 제시했고, 그의 발표를 눈여겨본 상사는 그 자리에서 하던 업무 놓고 오늘부터 당장 그 일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신입사원에 불과했던 그는 크게 고무되었고, 일은 성공적이었다. 특진을 했고, 자신감을 얻은 그는 승승장구했다. 이직한 데이콤에서도 천리안 신사업에 간여하여 2년 동안 원 없이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그 이후 그에게는 행복한 외부 콜이 이어졌고, 미래 산업의 주역이 될 콘텐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그는 콘텐트 진흥원으로 자리를 옮겨 문화원형사업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시하고 이끌었다불 탄 남대문을 디지털로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롤 모델이 되어 문화원형사업은 활로에 접어들었다. 그는 밤낮없이 일했다. 그러나 공과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조직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씁쓸하게 되뇌일 즈음 살사가 그에게 다가왔다. 처음엔 아내와 함께 시작했지만 아내는 중도에 그만두었다. 그는 지독한 몸치였다. 모두 그를 미운 오리새끼처럼 동정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온 정열을 거기에 쏟았고 마침내 모든 여자들이 함께 춤추고 싶어하는 선망의 백조가 되었다.

 

정의씨는 최근 가족을 미국에 유학 보내고, 직장도 그만두었다. 주거지를 여의도에서 송파로 옮기고, 취미와 친구관계도 새롭게 정비하는 등 전면적인 삶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마음 먹고 저지른 일이긴 하나 잘 굴러가던 자전거가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분명 더 큰 목표를 위한 잠시의 휴식이지만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심리적 압박이 크다. 그럴 때 정의씨는 그가 그린 미래의 그림 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그곳에는 가장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60대의 자신이 있다.    

정의씨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 더 보기:  http://www.bhgoo.com/zbxe/167593

IP *.240.10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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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9.02.10 10:28:38 *.253.249.91
"鞏用黃牛之革"
변화에는 황소의 가죽으로 마음의 끈을 묶어라.
시간을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변한다. 그러나 변화의 공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상에 안착하려한다. 조금있는 돈으로 한귀퉁이에서 그저 시간을 보내려한다. 뒤에는 통장속에 들어 있는 돈의 5%도 쓰지 않고 공간의 열차에서 내려야 한다.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청교도들의 개척정신이 현재의 미국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의 실체를 가르쳐주신 구본형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른다.

소은의 글을 읽으니 한 순간 글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대의 멋있는 책이 벌써 나의 가슴에 안기는 것을 느낀다. 좋은 글 잘 읽고 나가네!
정말 정말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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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호
2009.02.12 19:05:52 *.134.96.226
이 한숙 샘 만나러 왔다가 살사에 머물러 읽습니다 엘에이 그 바에 가보렵니다 쿠바나 알젠틴까지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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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9.02.13 10:09:31 *.165.140.205
와우! 왠지 마음의 쓰는 편지에 광팬이 될 것 같은 긍정적인 느낌- 팍팍! 끌리네요. 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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