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 조회 수 3575
  • 댓글 수 5
  • 추천 수 0
2009년 1월 9일 08시 32분 등록


 그는 푸른 바다 넘실대는 포항에 삽니다. 나는 그를 열혈남아라고 부릅니다. 언젠가 그가 내게 왜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지 물었습니다. 나도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런 냄새가 납니다. 속에 펄펄 끓는 뜨거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적절히 분출하지 못하는 분노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높은 자기 기준을 설정해 두었는데, 거기에 못 미치는 현실의 자신을 늘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는 묶어 두었던 자신의 고삐를 풀어주면 천리를 달려갈 수 있는 훌륭한 준마입니다. 내게는 그것이 느껴집니다.

공과대학에서 로봇 연구소를 처음부터 기획하여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그는 좋은 행정가로 자신을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자신을 다 펼치지 못한 알 수 없는 서운함이 있어 스스로를 '생애설계연구가'라고 부르고 후반기 삶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앞에는 두 가지 도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첫 번 째 도전은 좋은 '생애설계연구가'가 되려면 먼저 스스로의 생애를 디자인하고 그 전환에 성공해야합니다. 그 자신이 스스로의 이론과 주장의 살아있는 증거가 되어야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도전은 그가 오래 전부터 쓰고 싶어하던 책, 바로 자신의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한 전환을 성공시키기 위해 연구해온 각종 모색의 과정과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내는 것입니다. 그 책은 전환에 성공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한 연구의 산물이고 부지런히 발로 뛰어 검토해본 현장의 목소리들로 가득 차야할 것입니다. 그는 이 두 가지 도전 앞에서 어떤 때는 흥분하고 어떤 때는 좌절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헤메임이 곧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방황과 좌절없이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못하면 다시 하고, 한때 게을렀으면 어느 날 각성하여 몰아치고 들이 파면 되는 것입니다.

2009198321611.png
우리는 지난여름 함께 뉴질랜드의 남섬을 캠퍼밴을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퀸스타운에서 배를 타고 바다 같은 호수를 가로 지르는 동안 그는 난간에 기대서 눈덮힌 아름다운 산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그의 옆얼굴에는 살아온 생애의 모든 것이 다 들어나 있었고, 동시에 살아야 할 세월에 대한 기대와 염려 역시 다 갈무리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그의 얼굴은 우리를 실은 배가 바다에 만들어 낸 물결처럼 살아온 흔적을 모두 껴안고 있었습니다. 그는 좋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나아감과 물러섬이 모두 혼재된 그의 사람다운 얼굴을 좋아합니다.

그가 올해 소띠 해에 자신의 전환과 혁명을 위한 힘찬 걸음을 딛기를 바랍니다. 몇 년전 우리가 단식을 하는 자리에서 만났던 그때처럼 가득한 결의가 매일의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올해 나는 그를 힘껏 응원합니다.

IP *.160.33.149

프로필 이미지
한명석
2009.01.09 09:35:24 *.209.32.129
소장님, 올해 마음편지 필진은
더욱 다채롭고 의욕적인 모습이 화려한 꽃밭을 방불케 하네요.

월요일에는 노피곰 두둥실 떠서 전체를 살피는 서늘한 분석력을 가진 신종윤,
화요일에는 자기답게 살고 싶다는 열망으로 자신과 주위 사람을 태워버릴 것 같은 열정의 이한숙,
수요일에는 일견 물처럼 고요해 보이나 언제 격랑을 일으킬지 모르는 서지희,
목요일에는 나무 밑에 뼈를 묻고 싶어할 정도로 나무와 혼연일체가 된 김용규,

그렇다면 금요일에는 소장님,
이 모든 것을 갖고 계시면서 그 모든 것을 껴안아 금으로 만들어내신 연금술사의 요일이네요.
글쓰기와 사유를 가지고 이렇게 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우리 모두가 축제같은 일년을 만들어내기 바라며,

포항의 열혈남아에게도 격려를 보냅니다.
의리와 강단있어 보이는 모습이 열혈남아 맞네요.^^
소장님이 짚어주신 두 가지 과제에 일진보하는 한 해가 되기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자로
2009.01.09 10:57:31 *.145.231.25
열혈남아 형!
언제나 따뜻한 그늘이었어요.
나서지 않으면서도 나선 듯 함께 있었어요.
고맙고 감사해요.
천안 한번 들러주세요.
원수 함 갚게.
프로필 이미지
춘희
2009.01.09 18:11:01 *.111.241.42
제겐 멋진 모델이셨죠. 툴한 경상도 남자 답지않게 유연하게 포즈를 취할 줄 아는, 풍류를 아는 분이시죠.
여행 내내 한 차를 탄 사람이라고 큰오빠처럼 의지했던것 같아요.
그래선지 어른들을 어려워하는 제가 열혈남아님한테는 격이 없어지면서 목소리가 방방 뜨는거 있죠.ㅋㅋ
프로필 이미지
유강호
2009.01.10 10:13:54 *.138.144.125
이한숙 샘으로부터 변싸부님 진면목을 듣고 나름 큰바위 얼굴이라 상상합니다 . 열혈남도 계셔서 흥미있고 멘토를 많이, 가까이 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구원을 지원하고 싶습니다만 .... 단지 여행 ,단식 , 책 .지성적인 만남만 관심있는 저에게는 버거운 작업이 될 듯해 주저합니다 .분석력 빵점 !
프로필 이미지
구절초
2009.01.10 10:31:27 *.47.51.23
초록 별로 가는 날틀을 만들어 우리들을 초록 별로 여행할수 있게 설계해주신
구본형 소장님 감사드립니다.

날틀을 만드는 설계도에는 월.화.수.목.금이 있군요.
초록 별 그곳은,

존재이유며 사랑이며 그리고 저마다의 희망일 것입니다.....
초록별 여행 잘하겠습니다...^^*

새해 소장님의 금요일 첫편지에 콱찍히신...(하하) 열혈남아님 축하드립니다.
이웃동민의 우수성을 이렇게 소장님께서 이야기 해주시니...
제가 영광인것 같네요..축하드립니다...공대에 한번 뵈러 가겠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6 고난을 품지 않고는 피어날 수 없는 꽃 ? 개암나무로부터 희망을 배우다 file [5] 김용규 2009.01.29 5909
595 존재의 특별함 [2] 2009.01.28 2626
594 마음편지 4- "엄마, 나 연기가 재미있어"( 둘째의 대학 합격기) file [9] 소은 2009.01.27 8285
593 재능에 대한 미련을 버리다. [7] 신종윤 2009.01.26 3987
592 무차별 웃음, 어당팔 선생 file [8] 구본형 2009.01.23 6110
591 사람의 희망이 어찌 이와 다를까 file [9] 김용규 2009.01.22 3394
590 출발선에 다시 선 우리 file [6] 서지희 2009.01.21 12439
589 편지3 :오선주 - 파티는 끝났다 [3] 소은 2009.01.20 4090
588 하루에 2시간이면 충분하다. [6] 신종윤 2009.01.19 3575
587 커다란 눈 그녀 file [6] 구본형 2009.01.16 4445
586 희망은 다양성 안에 거(居)합니다 file [5] 김용규 2009.01.15 3370
585 현자의 말을 기억할 때. 최소욕망, 최대행복 [1] 서지희 2009.01.14 3582
584 편지2-:((주)봄바람 공동대표 김상아-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기대 file [17] 이한숙 2009.01.13 4843
583 탁월함에 이르는 실마리 [1] 신종윤 2009.01.12 3946
» 열혈남아 file [5] 구본형 2009.01.09 3575
581 나의 시간을 아는 것으로 나는 희망입니다 file [12] 김용규 2009.01.08 3582
580 고통을 백화점에 진열해 객관화 하라 file [9] 2009.01.07 3729
579 나는 죽는 날까지 늘 목이 마르게 살 것이다 [15] 이한숙 2009.01.06 3510
578 당신의 왼손에는 무엇이 들려있나요? [22] 신종윤 2009.01.05 3254
577 참 좋은 한 해, '마음을 나누는 편지' 새로운 필진을 소개합니다. [5] 구본형 2009.01.02 3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