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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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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2일 05시 49분 등록

숲에 드는 햇살은 언제나 마법입니다. 새벽 햇살이 드는 시간, 고요했던 숲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로 일거에 소란합니다. 긴 시간 숲에 있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빛이 들어오는 새벽 시간과, 다시 빛이 빠져나가는 노을의 시간에 새들의 노랫소리는 가장 아름답습니다. 다다다닥…… 쇠딱다구리의 나무 두드리는 소리는 이 숲 소리들 중의 백미입니다. 햇살이 깨어나면 나 역시 깨어납니다. 나는 먼저 사과 하나를 깎아 먹습니다. 이어 선식을 타서 마시고 차 한잔을 음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잠시 책을 읽는 시간도 보냅니다. 어제 낮에 들인 불이지만 아직 충분한 온기가 남아있는 구들방에 배를 깔고 누워 느릿느릿 책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일 없는 겨울이 주는 행복입니다. 해가 중천을 지나면 나는 구들 방 아궁이에 불을 지펴 넣습니다. 장작을 패놓고 작은 나뭇가지와 풀들을 모아 불쏘시개를 만듭니다. 아궁이 한 가득 불을 지펴 넣고 물러앉아 그 불을 바라봅니다. 나를 바라봅니다.

가끔 찾아오는 도시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좋아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직접 불을 지펴보려 합니다. 나는 그렇게 하도록 합니다.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 사용할 줄 알면서 문명이 도약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불을 지피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나는 세 가지 불에 관한 원리를 알려줍니다. ‘첫째, 불은 위로 향하는 성질을 가졌다. 물이 아래로 향하는 성질과 반대인 성질이다. 둘째, 불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바람이 통해야 나무가 잘 탄다. 셋째, 작은 불을 키워 큰 불로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큰 나무토막에 불을 붙일 수는 없다.’ 대다수의 도시 사람들은 아까운 종이만 잔뜩 태우다가 매캐한 연기에 눈물만 흘릴 뿐, 성공에 이르지 못합니다. 자세히 불이 타 들어가는 원리를 알려주고 이해했느냐고 확인할 때는 그렇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궁이는 반 닫힌 공간입니다. 따라서 넓은 마당에 (휘발유 뿌리고) 지피는 불과 다릅니다.불은 철저히 물리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산소와 만나 연소한다는 것, 뜨거운 기운이 위로 향하는 것, 작은 에너지가 응축되고 나서야 더 큰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 따라서 장작을 넣기에 앞서 장작에 불을 붙일 만큼의 충분한 불쏘시개를 놓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큰 나무를 아래에 놓아서는 불을 붙일 수 없습니다. 큰 나무를 연소시킬 에너지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작은 불쏘시개들이기 때문입니다. 불은 점점 키워가야 하는 것입니다. 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놓아서도 불을 붙일 수 없습니다. 한 번에 태우고 싶은 욕심으로 큰 나무들을 가득 채운 아궁이에는 산소를 머금은 공기가 제대로 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불이건 불쏘시개를 연소하지 못하는 불은 장작불로 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희망도 그러하다 싶습니다. 작은 하늘을 열지 못하는 어린 나무는 큰 하늘의 빛을 얻지 못하여 시들고, 겨울을 견디지 못하는 냉이는 봄 꽃을 피우지 못하는 법입니다. 작은 웅덩이를 채우고 넘지 못하는 물은 더 큰 강으로 흐르지 못하여 썩듯이 지금을 바로 하지 않고 내일의 무엇이 바로 서있겠습니까? 나를 세우지 않고 숲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나무가 없듯, 사람의 희망도 어찌 이와 다를까 싶습니다.

IMG_048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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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사항 -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발송하는 메일링 리스트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 1월 30일까지는 작업을 완료하겠습니다. 이미 정의된 로직에 따라 주소를 정리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메일을 받아보시던 분도 삭제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2월 2일부터 마음 편지가 도착하지 않을 경우 변화경영연구소 사이트(http://www.bhgoo.com)를 방문하셔서 다시 한번 등록해주세요. 감사합니다.

IP *.142.18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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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2 09:34:16 *.140.156.174
김용규사장님 안녕하세요?
글을 읽으면서 사장ㄴ미의 여유잇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2009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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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이병일
2009.01.22 11:13:31 *.38.144.148
물과 불에서 희망을 발견하셨는데, 물불안가린 서울에서는 사람이 죽습니다. 물대포가 위로 화염병이 아래로 사람을 겨눠 자연의 가르침을 역행해 극단에 이릅니다. 사람이 희망이고, 자연이 치유일텐데.. 늘 주시는 숲의 향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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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2009.01.22 15:57:29 *.6.1.61
다른 나라에서 오는 편지 같은 느낌을 주어 좋습니다.
그리고, 사과와 선식 - 저와 공통점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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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1.22 21:04:13 *.229.252.210
화곡님_ 늘 열심이신 모습 참 좋습니다. 설 명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유산님_ 타인의 몫을 빼앗아 내 배가 더 불러지는 것을 부끄러움 없이 선망하는 사회라면, 혹은 약자의 가녀린 숨결을 거두어 그 사회를 유지해야 하는 권력이라면 그들에게 제발, '이 숲 좀 데려가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숲의 생명들을 통해 더 잘 사는 방법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격려 고맙습니다.
김용빈님_ 오늘 어느 독자분 편지에 사과를 먹기 전에 냉수를 한 잔 마시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내일부터 우리 그렇게 해볼까요? 그대 계신 곳이 늘 숲과 같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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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9.01.23 05:42:04 *.220.177.237
어제 읽은 책에서 나오는 구절입니다.

"인간이란 생태적으로 자연에 대해 이기적인가 보오. 자연의 섭리를 필요에 따라 이렇게도 해석하고 저렇게도 돌려붙이니 말이오. 오늘 아침 날이 휘엄휘엄 밝아오자 나는 언제나처럼 철창 너모로 뒤뜰에 피어있는 한 그루의 들국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우보천리) 중에서..

=

자연은 인간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으니 그 은유를 읽으려면 마음이 맑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맑지 못하면 자연의 메시지를 왜곡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저자의 말처럼 인간은 자연의 메시지를 아예 듣지 못하거나 어느 정도 자기 마음대로 읽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왜곡이 나의 인생에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도움을 준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놈님이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들은 내 인생을 돌보게 해 줍니다.

=

내일이면 귀성길이 시작된다는데 폭설이 문제라고 하더군요. 산방에서 맞는 눈이 어떤 모습일까 아름답지 않을까 궁금해 하면서도 물을 길으러 가는 그 길이 험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을 해 봅니다.

명절 잘 보내시고 다음주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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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9.01.23 16:09:38 *.110.244.146
처음 뵐 때도 그랬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글이 깊어지고 공명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행복숲지기의 마음을 받아주었으면 좋겠네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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썽이리
2009.01.23 16:24:05 *.48.246.10
참 따듯해지는 글, 자연과 삶을 자상하게 연결시켜주는 이야기들이 참 좋습니다. 저 아궁이에 왠지 랩으로 곱게 싸여진 고구마 몇점이 들어있을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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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2009.01.23 21:21:46 *.229.180.95
햇빛처럼님_ 우보천리 중 인용하신 부분은 제게도 아주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다윈이 자연의 법칙 일부를 진술한 뒤, 우생학과 결합하며 인류는 수 많은 피의 학살을 자행한 바 있습니다. 또한 우와 열을 나누어 잘난 놈과 못난 놈은 타고나는 것이요 경쟁(만)이 필연의 자연 법칙인 것처럼 이용되고 있기도합니다. 자연을 함부로 읽는 일은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이기찬님_ 넘치는 격려를 주시는 군요. 더 깊어지도록 애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썽이리님_ 응답해 주셔서 저도 참 좋습니다. 저 아궁이에 고구마를 구워 먹는 즐거움을 제 딸 녀석도 참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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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2009.01.24 21:44:30 *.206.50.158
학창시절 MT가서 캠프파이어 할때 불 잘붙게 하려고 무지 공들여서 장작을 쌓았던 기억이 납니다.
급하다고 와르르 쏟아놓고 휘발유 뿌려서 불을 붙이면 끝까지 타지 않죠. 장작 사이사이에 공기가 통하도록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희망도 그런 것이겠죠. 겨울을 뛰어 넘어 봄을 맞을 수 없듯이 희망도 그러할 것입니다.
매주 숲에서 보내주시는 희망의 메세지 덕분에 용기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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