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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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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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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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8일 04시 4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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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 마음이 내내 잠들지 못한 갈대밭처럼 수런거렸어요.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돌이켜 보니 오늘을 맞으려, 저는 사십 여년 간, 오랜 밤 시간을 잠들지 못했나 봅니다"

어느 날 저녁 그녀는 짧은 편지를 내게 보냈습니다. 그 날 아침 그녀가 쓴 시가 당선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그녀가 쓴 소설이 1등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녀는 일천만원의 고료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 낮에 그녀는 내년 일 년동안 여러분에게 가는 '마음을 나누는 편지'의 필자 중의 한 명으로 선정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내년 매주 한 번 씩 그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기쁨이고 또한 그녀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그날 하루 동안 세 개의 기쁜 소식이 그녀에게 달려갔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그 날은 온 우주가 그녀를 축하해 주기 위해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선물을 준비해 준 날인가 봅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나 것은 그녀가 어떤 잡지사의 주간인지 사장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를 때 나를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입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강연을 섭외하느라고 한 번 더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그녀는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재미있습니다. 마흔을 훌쩍 넘었지만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잘 알 수 없습니다. 씩씩하고 관록있는 해결사인가 하면 애교있고 경쾌한 소녀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와 소설을 쓰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반대일 수도 있겠군요. 잠 못 이루고 시와 소설을 쓰기 때문에 바로 그런 감성적 젊음에 머무는 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지금 대학교에 다닙니다. 만학도로 심리학인가 뭔가를 새로 배우러 다닙니다. 바쁘기 짝이 없습니다. 가끔 너무 힘들어 탈진하여 병원에 입원하기도 합니다. 지난 여름에도 연구원 숙제를 내지 못하고 며칠 병원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당장 때려치우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학교가 꼭 필요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바보가 되는 길이니까요. 학교 다닐 시간 있으면 책을 더 많이 읽고 글을 더 열심히 쓰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학교 같은 곳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강한 성분의 감성적 소화액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야기의 실을 자아낼 수 있는 탁월한 거미류의 소설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밤 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런 어쩔 수 없는 힘 때문이었을 겁니다.

때때로 두려워 제방을 쌓아 흐르는 기를 잡아 가두려 하지만 인생의 어떤 때는 살아지는 대로 살아야합니다. 가두어 둔 뚝이 터져 흐르듯 그 힘이 넘치게 놓아 두어야 합니다. 한군데로 밀려 쏟아지는 물길에 삶을 맡겨 두어야합니다. 도도한 물길이 제 길을 찾아 흐르도록 말입니다. Let it go ! 그러면 일 년도 지나지 않아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정말 좋은 일이 그녀에게 생길 겁니다.  그녀는 이미 매우 그녀다운 주제의 밝고 감미로운 글들을 차곡차곡 써가고 있으니 그녀와 사회는 잘 어울려 춤추게 될 것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로써 사회를 격려하고 그 어둠을 밝히게 되는데 그녀는 특히 밝고 유쾌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그녀를 표현하는 가장 유사한 상징은 꽃이 피기 시작한 벚나무입니다.  곧 꽃으로 가득 뒤덮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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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8.11.28 10:18:05 *.209.32.129
ㅎㅎ 소장님, 이렇게 되면 정화의 영역을 넘보시는 건데요? ^^
독특하고 애교있는 벚나무가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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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2008.11.28 12:28:26 *.148.137.108
언재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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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9 02:23:02 *.41.62.226
마음을 나누는 필진, 제가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선배님들이 계신데.
제가 만난 세 가지 일중, 가장 기쁘고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얼마나 달뜨고, 설레던지요.

영광스럽고, 한편 책임감이 무거워집니다.

이글 읽으며, 조금 전의 일들이 한 편의 단편영화처럼 스쳐 갔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드는 변화경영 연구소.

사부님의 글을 읽으며, 한없이 부끄럽고, 행복해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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