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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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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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6일 14시 02분 등록

이 사내는 과묵합니다. 나도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이 사내는 나보다 더 말이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몽골 여행을 떠났는데 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것은 며칠이 지난 다음이었습니다. 그나마 몇마디 말을 나누게 된 까닭은 그가 말을 타다 떨어져 우리를 놀라게 했기 때문입니다. 달리는 말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여러분은 놀라시겠지요. 달리지도 않는데 왜 말에서 떨어졌을까하고 말입니다. 그러게요. 우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어쨌든 말이 살짝 방향을 트느라고 몸을 돌리는 순간 넋놓고 있던 그가 어어하는 사이에 툭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많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우리를 충분히 놀라게 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내의 또 하나의 특징은 먹는 것을 아주 즐긴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일지 그림이 그려지시지요 ?

그러나 여러분들이 지금까지의 이야기만 가지고 그린 그림은 이 사람은 이해하는 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선 나는 그가 말은 별로 없지만 노래는 기가 막히게 잘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보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많을지 모르지만 그 보다 더 맛있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후 그는 우리가 모일 때 마다 하모니카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 풀륫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맨 처음 배울 때 우리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모릅니다. 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고 삑삑대는 풀륫 소리를 만날 때 마다 들어야 했으까요.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고 해가 바뀌는 동안 그의 솜씨는 많이 늘었고 우리는 그에게 풀륫을 한 곡 들려달라고 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사진을 매우 잘 찍습니다. 우리들이 책을 쓸 때 저자 소개에 쓸 사진을 찍어주곤 했습니다. 제 사진도 몇장 찍어 주었는데 나는 그가 찍은 사진을 좋아합니다. 굉장히 많은 전문 사진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진을 많이 찍어주었지만 그가 찍은 사진 만큼 나다운 사진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는 거의 처음부터 변화경영연구소의 홈페이지를 무료로 관리해왔습니다. 묵묵한 그의 성격은 힘든 일에 힘들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그저 무던한 사람이려니 하지만 그의 마음은 매우 민감하고 감성적입니다. 매우 세심하고 정교합니다. 프로그래머가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러나 그의 세심과 민감함은 논리와 숫자라는 분야에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오히려 직관적 민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사람이나 사물에 자동 조절되는 고성능의 예민한 포착 센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는 언젠가 이 특별한 능력을 풀륫을 배울 때의 끈기로 직업과 연결시킴으로써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하나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세계는 매우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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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8.12.26 18:00:15 *.34.156.43
캬~ 역시 사부님이 재동이를 이렇게 멋드러지게 표현해 주실 줄이야...
맨날 먹기만 하고 가끔 하모니카와 플룻을 들이대는 줄만 알았는데
속으로는 음흉(?)하게 레이더로 포착하고 있었구만..ㅋㅋ

난 연구원할 때를 회상해보면 모일 곳이 없어 재동이네 성북동 반지하 큰 신혼집에서 수업했던 때가 기억난다. 고향집 같이 푸근하고 정겨웟던 우리들의 아지트. 왜 있잖아. 살림살이가 나아지더라도 고생했던 결혼 초기가 가장 추억에 남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고보니 첫 연구원 수업할 때 신촌 민들레 영토에서 재동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자기 소개를 하던 장면이 기억나는구나. 그 때는 별로 먹을 게 없었는지 대체 수단이 없어서 그런지...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그래서 넌 재동이가 아니라 재롱이야. ㅋㅋ

말은 많이 안하지만 정이 많은 재동이.
잔 재주도 많고 또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꿈많은 재동이.
자식 복도 많을 거 같은 재동이.
더 이상 말 안해도 내 맘을 알 것 같은 재동이.
내년에 너의 도약을 위해 힘껏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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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8.12.26 22:46:27 *.234.29.143
재동형은
재밌는 사람이야.
독특한 캐릭터지.

경청, 악기, 사진, 음식.
재동 형은 재주가 많다.

내가 기억하는

형은
듣거나
불거나
찍거나
하는 모습

아,
먹거나.

내가 원하는

형은

찍고
쓰는,
쓰고
찍는,
그런 모습

느려도 괜찮아
매일
걷는 사람이니

어두워도 괜찮아
별을
보게 될 테니까.

이제는
쓸 때이다.

형,
느림도 어두움도
쓸 때는 좋은 친구야.

이런 것도 시가 되나.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 시라면
그래 내게는 형만큼 빛나는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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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12.30 01:14:23 *.209.172.49
아~

재동성,
난 이렇게 부르는게 좋더라. 재동성.
안사람에게는 '형수님'이라 부르고. 히히.
누구에게는 오라버니, 누구에게는 ~님, 누구에게는 언니. 누구에게는 선배님, 누구에게는 ~씨라고 부르는데.. 재동오라버니는 '재동성'이네.

만난지 꾀 되었네요. 편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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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12.30 03:48:52 *.208.192.28
집에 놀러가서 초코렛 케익 좀 먹었다고 삐치는 형이지만,
나는 형의 그 순수함과 푸근함이 좋아요.
왜냐면 속삭이듯 조용히 울리는 형의 수줍은 마음이 느껴지거든요.
사부님 그림이 정말 형을 그대로 보여주네요.
뿌리가 많아 잘 포착하고, 여러 가지를 뻗어내는 그런 나무처럼
진중하고 섬세한 책을 내실거에요. 그러니
구박 좀 그만하세욧!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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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8.12.31 10:49:11 *.145.231.25
그렇지!
역시 진국은 말이 없어도 그 자체로 빛이 나는 법이거든.
오랜 시간 묵묵히 걸어온 그대의 발자취가
우리들 모두에게 긴 여운과 함께 가슴깊이 새겨질 것 같아.
행복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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