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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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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9일 08시 32분 등록

단지 아주 조금 서툴 뿐이다. 너도, 나도, 세상도.’

 

지식이 모자라 쓸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능력이 없어 줄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마음은 지식이나 능력으로 주는 것이 아님을 잊고 있었습니다. 마음은 함께 공감함으로서만 줄 수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그리고 세상도 모두서툴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함께 공감할 수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겠습니다. 그 일이라면 저도 할 수 있겠습니다. 편지에 마음을 담겠습니다. 서투른 한 걸음 속 작은 감동과 조그만 깨달음을 담겠습니다.

 

올해 1 7, 수줍게 이 편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한 해가 기울어갑니다. 이제 저는 서울대학교의 도서관에 앉아 그대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씁니다. 그간 얼마나 그대 마음에 가 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편지 속에 얼만큼 진실한 마음을 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종일 책상에 머리를 부딪히다가, 산책을 몇 번씩 다녀온 날도 있었습니다. 담배 한 갑과 몇 시간을 방황하고 돌아오면 왜 진작 책상에 앉아 글을 쓰지 않았는지 이상하리만큼 술술 써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울었고, 어떤 밤은 웃었습니다. 어떤 글은 인위적이었고, 어떤 글은 지나치게 감정적이었습니다. 여러 날을 방황했고, 더 많은 날을 재능이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몇몇 분들이 제 문체가 징징체라고 놀립니다. 허구한날 징징댄다는 것이지요. 돌아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글은 마음을 여과 없이 비춰주는 거울이니까요. 2008년 한 해, 알 수 없는 추위에 참 많이 떨었습니다. 확신에 차서 들어간 회사를 실망스럽게 떠났고, 머리가 깨져 피를 많이 쏟기도 했으며, 텅 비어버린 고독에 몸부림치고, 한없이 게으른 스스로를 책망했습니다. 이 편지를 시작할 때 저는 겨울 속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멀리 돌아 이제 다시 겨울입니다.

 

겨울에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여름의 푸르름이 시야를 가로막던 것과 달리, 한 그루씩 또는 한꺼번에 나무들의 또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그들이 뿌리내린 땅을 볼 수 있다. 겨울은 눈앞의 풍경을 깨끗이 치워 우리에게 자기 자신과 서로를 더 분명히 볼 수 있는 기회, 우리 존재의 밑바닥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파커 팔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그러나 벌거벗은 제 모습 속에서 분명한 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눈물 속에서 제가 학교를 바꾸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는 것을 알았고, 한숨 속에서 젊음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대를 위한 나침반 프로그램을 열었고 스무 살의 체험이 녹아 있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겨울은 죽은 듯 보이는 끝이지만, 서툰 몸짓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겨우내 황량한 가지 사이에서 나무가 하는 일은 남몰래 겨울눈을 틔워내는 것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겨울 속에서 그대 역시 서툰 몸짓을 시작하겠지요.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이 겨울에 틔워낸 작은 눈 하나가 언젠가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어 나무가 되고, 다시 부식토가 되어 다른 이의 존재의 토양이 될 것임을, 언젠가 우리의 벌거벗은 이 서투름 속으로 똑바로 걸어 들어가 투명한 자신과 만나고, 소리 없이 그리고 풍성하게 영혼을 키워갈 것임을 말입니다. 서툰 한 걸음이 곧 풍성함의 시작입니다. 그러니 그대, 힘 내십시오.

 

1년간 그대와 깊이 만나 행복했습니다. 서툰 글을 읽어 주시고, 따뜻한 애정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책으로 뵙겠습니다. 건강하시고, 건승하세요.


 
 

2008 12 29

옹박 박승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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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08.1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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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8.12.29 13:19:41 *.249.162.7
승오야, 고생했다. 너와 함께 마음 편지를 쓸 수 있어서 참 즐거운 한 해였다.

네 덕분에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방법을 나도 조금은 배운 것 같구나.

때로 황량한 들판 사거리에 선 듯 흔들릴지라도 조금만 힘내자꾸나.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선 반드시 겨울의 숲을 지나야 할테니..

그럼, 수요일날 보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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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엽
2008.12.29 14:35:10 *.165.140.205
그동안 승오 글의 열열한 팬이었는데..

징징체가 얼마나 좋은데, 덕분에 나도 징징체에 공감하는 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앞으로 멋진 미래를 위해 훨훨 날아가는 승오가 되길 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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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12.29 17:35:19 *.160.33.149
승오야, 애쓰고 고생했다.
살아가는 자의 아픔과 배우는 자의 깨달음을 잘 표현해 주었다.
힘껏 배우고 즐거움과 보람도 많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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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12.29 21:00:39 *.131.127.69
승오, 고생이 많았다.

감성이 풍부한 글,
이리저리치이며 사는 세상에서 많은 느낌이 있었다.
내용들은 다 사라져도 그 느낌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너를 볼 때 마다 새롭다.

새 해, 일 들이 잘 풀려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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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12.30 01:18:01 *.209.172.49
승오야 고생많았다.
울어도 괜찮아. 꼭 울지도 못하는 바보들이 운다고 놀려대더라. 괜찮아. 울어보지도 못한 것보다 더 좋아.

욕왔다.

젊은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네 편지 보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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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8.12.30 01:58:41 *.100.109.186
난 말이야.. 승오글이 참 인간적이어서 좋았단다.. 너의 전략재능이 묻어나는 글도 좋지만 니가 징징체라 명명한 뉘앙스의 글들이 훨씬 더 내 가슴속으로 들어올 때가 많더구나.. 1년간의 컬럼집필이 너의 정신근육을 튼실히 하는데 큰 힘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변경연 만여명의 식구들에게 때론 영감을, 때론 감동을, 때론 위무를 주었음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이제 너의 자기다움으로 훨훨 날개짓을 하려므라.. 열심히 뒤쫓아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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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8.12.30 11:39:45 *.73.2.147
승오^^ 너에게도 고맙다.
밖에서 안으로 흘러들어가던 글이,
어느새 안에서 밖으로 흘러나오는 글로 자연스럽게 편안해 지는 글을 보면서
마치 양파처럼 껍질을 벗어내고 있는 너를 만나게 되어 기쁜 한해였어.
이젠 멋진 책으로 만나게 되는거지?
2009년, 몇겹 더 벗어진 너의 하얀속살의 글이 세상에 나오겠구나.
힘내렴. 승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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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2008.12.30 18:59:37 *.131.5.248
1년동안 함께 고생했구나.
애썼다. 승오야!
돌아보건대 네 글들이야말로 가장 <마음을 나누는 편지>가 아니었나 싶다.
이 글들이 아니었던들 너의 새책이 새봄과 함께 어찌 나올 수 있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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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8.12.30 22:28:24 *.229.147.249
승오,
시원섭섭하지?
그래도 많이 아쉽지는 않지?
난 많이 아쉬웠거든.
전략과 감성의 접점을 찾는 좋은 모색을 한 것 같구나.
점점 더 빛나겠지.
전략과 감성, 더하기나 빼기가 아니라
곱하기의 관계가 될 거야.
그게, 승오 스타일, 멋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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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1 01:39:27 *.41.62.204
선배 승오야.
이렇게 부르니 다정한 누이가 된 듯,

너의 그 마음속의 여러갈피에 숨겨진 수많은 빛깔의 이야기들,
그래서 너는 책을 쓰고, 울고, 또 이렇게 웃을 날이 기다리고 있는 거지.
너를 보면서, 젊다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게 된 시간이 있었어.
마음을 나누는 편지의 완주를 축하해.

새 봄에는
너의 첫책이 네가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처음 쓸 때의 마음처럼
끝없이 넓고 깊은 세상으로 널 데려다 주기를 기원한다.

너처럼 잘 완주하고 싶은 후배지희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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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12.31 13:12:08 *.161.251.173
승오씨...
1년동안 고생했어요.
고생만은 아니었겠지!! 자주 행복했으리라 생각해요

청년 승오의 삶의 대한 잔잔한 이야기가
어떤때는 눈물 한 방울이 되고
어떤때는 꽃잎처럼 날렸었지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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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8.12.31 14:30:55 *.111.241.42
아, 이제 승오씨의 편지 못 받는거예요?
섭섭.섭섭....
그 날이 생각나네요. 눈이 온 날 아침 승오씨의 첫 편지를 받고 답장을 보냈던...
승오씨의 편지는 늘 말을 건네는 듯해서 답장을 쓰고프게 하는 마력이 있었어요.
그 동안 많은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웠어요.^^
지금처럼 편지를 차곡차곡 써서 승오씨가 사랑하는 20대들에게 전해 주세요.
좋아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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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8.12.31 15:48:22 *.34.156.43
승오야, 날씨가 많이 춥다.
올 한해 너의 글을 고맙게 읽었지만 답장 한번 제대로 못했구나.
어찌보면 사소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들을(이건 내 기준이다.)
잘 기억하고 너의 마음으로 소화하고 공감하는 문체로 표현한 네가 대견스럽다.
나의 젊은 날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게 했다.

내년은 네가 크게 한 걸음 내딛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꾸준히 배우고 듣고 과감히 실험해나가라.
행운이 너에게 소리없이 다가갈 것이다.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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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2009.01.01 19:57:34 *.142.182.240
서로의 댓글속에
서툰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 기대와 기다림속에서
펜을 든 사람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따뜻합니다.

승오님의 눈동자속에 불타오르는 불은
깊은 레테의 강을 건너고서도
더욱 파랗게 빛날 것을 느낍니다.

어느 날인가 함께 또 아침 해를 보면서 산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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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9.01.01 23:02:33 *.219.223.121
지난 한 해 동안 진솔한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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