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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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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9일 08시 5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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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시초를 안다면

사물의 끝에 대해 무지할 없을 것이다."

-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지난 주말,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권은 사진작가 김영갑의 ' 섬에 내가 있었네' 책이고, 또 한 권은 '코스모스' 작가로 유명한 세이건과 두루얀의 공저,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입니다.


 

*

 

김영갑은 20 후반, 집을 떠나 제주도로 내려가 바다와 바람과 들판과 오름의 신령한 풍경을 사진기에 담아내었습니다. 먹을 것은 하나 없어도 필름만은 사야 했던 그의 궁핍하고 치열한 투쟁의 결과는, 누구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제주도의 신비한 풍광이 오롯이 담긴 수많은 사진들과 근육이 퇴화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루게릭 병이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사진기의 셔터 조차 누르지 못하는 사진가가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근육이 모두 사라져 바싹 마른 몸뚱아리와 목으로 쉽게 넘기기 힘든 건강 상태 속에서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폐교된 초등학교에 자신의 사진 갤러리를 만듭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제주도와 사진에 바친 그의 삶이 가슴을 쓸쓸히 젖어 들게 합니다.  

 

우리의 삶은 끝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끝은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다가오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록 " 송이의 꽃을 피우고 그러고는 떨어져 어디론가 사라"질 테지만, 눈부신 꽃송이가 있었기에 생명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 등장하는 가슴 벅찬 질문으로 김영갑의 짧지만 뜨거웠던 삶을 애도해봅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게. 어느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서 꺼질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른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네도 생각하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그것을 체험했다면, 우리는 헛산 것은 아니겠지?"


 

*

 

'우리는 누구인가?' 주제를 중심으로 지구의 탄생부터 우리의 친척인 침팬지의 이야기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드라마를 담아낸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600페이지의 호흡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중에서도 바람직한 돌연변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유전자의 최적빈도' 논하는 다음 구절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생명의 유지란 얼마나 골치 아픈 개념인가! 당신이 생활 환경에 가장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 바로 순간, 스케이트 밑의 얼음이 서서히 얇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능한 빨리 최적 적응을 회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람직한 적응을 통해 얻을 있는 이익을 의식적으로 낮추고, 강자의 겸손함을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이다."

 

46억년 전부터 시작된 생명의 역사에 따르면, 지구가 생기고,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고, 그리고 누구도 아닌 바로 인간이 땅에 살아 있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우연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없는 것이 비정한 생명 진화의 역사입니다. 수십억 년 , 우리의 조상들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발버둥친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우리인 것입니다.

 

고바야시 겐세이 교수는 생명의 정의를 이렇게 말합니다. "생명의 정의는 연구자마다 다르다. 자신은 물질과 생명의 차이를 이렇게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파괴되는 것이 물질, 시간이 지나면 파괴되지만 그에 앞서 늘어나기 때문에, 겉보기에 파괴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생명이다."

 

생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창조할 때만이 유지될 있습니다. 생명의 철학자, 베르그손은 이렇게 단언합니다. "의식이 있는 존재에게 실존함은 변화함에 있고, 변화는 성숙해짐에, 성숙해짐은 스스로를 무한히 창조함에 있다."

 






 

(2008 10 9 , 마흔 한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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