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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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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1일 09시 5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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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이란 기지의 세계에서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을 말한다.” - 조셉 캠벨


 

밤이었습니다. 저는 태안의 어느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습니다. 노래 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로 시끌벅적한 숙소를 떠나, 썰물이 빠져 나간 긴 모래 사장을 걸어 바다에 다다랐습니다. 신발을 벗고 잔잔한 수면에 발을 담갔습니다.

 

찰랑거리는 파도의 감촉을 느끼며, 부드러운 모래를 발 끝으로 느끼며 어둠 속의 바다를 걸어보았습니다. 익숙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닌, 청각과 촉각 만으로 소리와 감촉의 세계에 연결돼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어둠 속의 바다 산책을 즐겼습니다. 

 

아주 완만한 경사의 해안이라 한참을 걸어도 겨우 무릎까지 물이 차 올라왔을 뿐이지만, 어두운 바다를 계속 걷다 보니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나 봅니다. 몸을 돌려 제가 떠나온 해안가를 바라봅니다. 저 멀리 화려한 조명과 가로등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따뜻하고, 익숙하고, 그리운 세상입니다. 그렇게 바다와 육지 사이를 서성이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익숙하기 때문에, 혹은 바다가 두렵기 때문에 육지에 머무릅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현명한 선택을 뒷받침해주는 이유들은 끝도 없이 생겨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기, 그리고 은행 잔고와 마이너스 통장... 결국 대부분은 어딘가로 떠나보지도 못한 채, 삶의 어둠을 맞이합니다.

 

물론 인생의 무게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기 전, 만반의 준비 또한 중요합니다. 그러나 ‘계속 여기에 머무르는 것이 결국 나를 버리는 것이다’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다가왔다면, 그 보이지 않는 인생의 경계선을 만났다면, 비록 완전한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떠나야 합니다. 익숙한 세상을 떠나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낯선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깜깜한 밤 바다를 거닐다 보니, 제가 너무 진지해졌나 봅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새로운 시작을 꿈꾸던 한 선배와의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그는 무언가가 시작되기 전의, 긴장된 표정으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며칠 전에 여행기를 한 권 읽었어.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한 구절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돌아. 정확하지 않지만 이런 문장이야. 단 한 번 주어진 삶을 제대로 사는 것, 그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이다.”

 




 

 

(2008년 9월 11일, 서른 일곱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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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환
2008.09.11 12:49:21 *.143.170.4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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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9.11 16:21:00 *.169.188.48
도윤님의 글을 보면 항상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완전한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떠나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쳐들어 오는군요.

항상 정감이 있고 공감이 가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글을 선사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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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섭
2008.09.17 08:31:48 *.255.166.24
언제나 좋은 메일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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