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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9일 06시 05분 등록

매실이 도착했습니다. 섬진강을 보고 자란 다압리 매실입니다. 저녁나절 아내와 앉아 매실 꼭지에 붙어 있는 꼭지받침을 깨끗이 따내었습니다. 꼭지받침은 이 작은 열매가 강한 바람 속에서도 제 어미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자라도록 연결 시켜주었던 탯줄의 흔적입니다. 조그만 꼬챙이로 가볍게 찌르듯 건드려 주면 깨끗이 떨어져 나옵니다. 꼭지받침이 떨어져 나간 옴팍한 부위는 유난히 청결한 속살입니다. 깨끗이 씻어 커다란 채반에 받쳐놓았습니다. 싱싱하고 예쁘고 가득합니다.

가득하다는 것 - 이 풍요로움이 주는 기쁨을 느끼기에 농산물만한 것이 없습니다. 추수한 자의 기쁨이 향기롭게 몰려오고, 한 광주리에 가득 찬 저 빛나는 것들을 적은 돈으로 저렇게 많이 살 수 있다는 안도감에 세상은 다시 살만한 것이 됩니다. 물기를 말린 다음 항아리에 담아 설탕과 켜켜이 쌓아 시원한 음지에 두면 석 달 쯤 지나 매실액으로 바뀝니다. 딱딱하여 물기하나 없어 보이는 매실 속의 과즙들이 빠져나와 설탕과 섞여 발효하게 되지요. 그렇게 매실은 다른 것으로 몸을 바꿉니다.

아내와 나는 이맘 때 늘 매실액을 담가 둡니다. 한여름에 더워 못 견딜 때 물에 타 얼음을 넣어 마십니다. 샐러드에 넣어 새큼한 소스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데워 한결 깊어진 맛과 향을 음미합니다. 마실 때 6월 여름이 막 시작하던 때 푸른 매실의 꼭지 받침을 함께 따던 것을 기억합니다. 말갛게 씻겨 채반 위에 가득하던 싱싱한 푸른 매실을 기억합니다. 푸른 몸을 버리고 은은한 향기로 다시 태어남을 기억합니다.

오늘은 인터넷을 뒤져 산 속 깊은 곳에서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자란 푸른 매실을 주문해 보세요. 철이 지나기 전에 서두르세요. 퇴근길에 작은 항아리 하나를 사서 잘 씻어 뒤집어 엎어두세요. 매실이 오는 날, 가족이 둘러 앉아 매실 받침을 따고 잘 씻어 채반에 얹어두고 물기를 말리세요. 그리고 그 빛나는 푸르름을 즐기세요. 오늘은 조용히 매실이라는 푸른 열매가 한번 되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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