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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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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7일 09시 07분 등록



“한 영혼이 자신의 고독 속에 잘 갇혀지게 되자마자, 모든 인상들은 우주적인 사건이 된다. 아마도, 그 다음으로는, 활발히 끓어오르면서, 그의 복합적인 우주들은 복잡한 세계를 만들 것이다.” - 가스통 바슐라르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회사를 나온 저는 두 시간 동안의 짧은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틈을 벗어나, 낯선 골목길을 헤매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었습니다. 날씨가 후덥지근하여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저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좋습니다. 사진은 지금 이곳, 이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미지는 어딘가 다른 곳을 향해 날아오르는 듯합니다. 또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헤매다, 갑자기 차와 사람들이 붐비는 밝은 거리로 나왔을 때의 생경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서로 다른 공기의 부딪힘이 마치 머나먼 곳으로 모험을 다녀온 듯한 독특한 촉감을 전해줍니다.
 
다시 사람들이 북적이는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온 저는, 조용해 보이는 이층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커피 한 잔과 치즈케익을 주문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 앉아 땀을 식히며 가스통 바슐라르에 대한 작은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재즈로 편곡된 ‘오버 더 레인보우’가 흐르는 그 곳에서 이미지와 상상으로 가득찬 두번째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강의하다 ‘상상력의 형이상학’이란 전혀 다른 제목의 새로운 수업을 시작하면서 수염이 덥수룩한 바슐라르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학의 실용적 교육에서 철학 교육으로 옮겨왔는데도, 나는 완전히 행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불만족의 이유를 찾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디종에서 한 학생이 ‘나의 살균된 세계’를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그건 하나의 계시였습니다. 사람은 살균된 세계 속에서는 행복할 수 없는 법이지요. 그 세계에 생명을 이끌어 들이기 위해서는 미생물들을 들끓게 해야 했습니다. 상상력을 회복시키고, 시를 발견해야 했던 거지요."
 
가끔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 지칠 때가 있습니다. 늘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듯해서 지루해 질 때가 있습니다. 그 때는 당신의 ‘살균된’ 삶에 꼼틀거리는 색다른 ‘미생물’들을 집어넣어 보세요. 망설이고만 있던 일들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시작해보세요. 아주 작은 시도라도 좋으니 일단 저질러 보세요. 그 조그만 일상의 균열로 스며들어온 물줄기가 당신의 메마른 삶에 새로운 강물이 흐르게 도와줄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신의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은 세상의 절반일 뿐입니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현실적인 일이지만, 때론 비현실이 현실을 변화시킵니다. 그러니 부디 팍팍한 일상의 좁은 벽 속에 갇히지 마세요. 때론 가로막히고, 때론 멈춘 듯 보일지라도, 삶의 강물은 현실의 돌부리와 계곡들을 굽이쳐 돌아 당신이 그리는 꿈의 바다를 향해 흘러가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에겐 언제나 '꿈꿀 권리'가 있음을 잊지 마세요!
 
오랜만에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여름 아침입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여행 되세요. Bon Voyage!
 
 
 
 
 

(2008년 7월 17일, 스물 아홉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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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17 13:03:54 *.36.210.11
꿈꿀 권리...

그게 왜 그리 생경한 지...

그러나 그대 간절한 바람대로 꿈꿀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겠구나.

그래, 나는 무슨 꿈을 꾸었더라...

나도 할 수 있겠지?

속절없이 나부끼는 흰머리카락과 뭉친 어깨와 굼뜬 허리를 달래며...

그래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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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7.19 10:39:54 *.160.33.149

'살균된 세계'
- 종종 사람의 정신을 치료하다 의사는 그 사람 속의 신을 제거해 내기도 한다.

아마 니체였을꺼야. 이렇게 말했지.

" 자신의 악마를 추방할 때는 자신 속에 존재하는 최선의 것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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