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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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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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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1일 07시 42분 등록



강의 전날 밤, 가슴이 두근거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이번에는 정도가 심했습니다. 아주 큰 기업에서 수 백 명의 사람들 앞에 서야 했기 때문입니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생각나지도 않기에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밤은 어둡고 바람은 세찹니다. 집 앞의 관악산을 올랐습니다.

잠시 올라가다 희미한 불빛마저 없는, 달과 별 이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위 위에 몸을 뉘였습니다. 보름달 위의 금성이 유난히 반짝입니다. 눈을 감았습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자 ‘쏴아’ 하고 파도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저는 그저 누워있었습니다. 어둠이 익숙해지고 벌레들이 주위에 모여들자, 문득 죽음을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동도 없이 죽음을 기다리며 한참을 누워있었습니다. 이상하고 기이한 느낌들이 일었습니다.

죽는다고 느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차분하고 고요해집니다. 잠시 후,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은 ‘사형 선고’를 받고 있기에 저 또한 어느 날엔가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과 대면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면 굳이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몸과 ‘나’ 사이에 하나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덕지덕지 달라붙은 걱정거리들이 마치 다른 누군가의 몸 위를 기어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었습니다. 내일 있을 강의에 대한 두려움도, 회사를 정리하면서 먹고 살 것에 대한 불안함도, 결혼과 가정에 대한 막연한 걱정도 모두 삶에 집착하기에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 모든 두려움의 원천이자 바탕이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승오야,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

몸을 일으켜 산을 내려오며 그 두 문장을 계속 읊조렸습니다. 내면 가득 고요한 안도감이 차 올랐습니다. 죽음을 정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인생에서 더 이상 두려움은 없습니다. 무언가가 두려울 때에는 삶에서 잠시 눈을 떼어 죽음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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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8.07.21 13:49:02 *.73.2.64
승오야. 오랜만^^
이렇게 답글을 달 수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드디어 발견했구나.
정말 더딘 생활의 발견이다.. ㅎㅎ

너의 글을 읽으며 눈을 감고 누워서 상상을 해보았어.
자연의 순환속에서 자아와 존재 사이의 빈공간을 탐험하는 여행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너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경험한다.
역시 명상은 일상속에서 꽃피우게 되어있다.

난 승오가..
두려울 필요가 없다는 암시를 넘어..
그 두려움 있는그대로 끌어안을 수 있기를 바래보기도 한다.

해가 정오에 나의 정수리에 뜨지 않는한
인간은 누구나 그림자를 가지게 되어있고
그 그림자기 있기에 사람됨으로 나아갈 수 있을 꺼야.
두려움이라는 그림자가 있다는건 정말 감사하고 짜릿한 일이지.

여러가지 감사한 일들이 많이 떠오르는 하루이다.
땡큐.. 꿈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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