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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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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4일 10시 53분 등록

회사에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강의장을 돌아보았습니다. 크게 회사 로고가 붙어 있는 벽을 바라보며 ‘안녕…’ 이라고 혼잣말을 할 때에,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그저 ‘시원 섭섭하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가슴이 저며오는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순간에 저는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의 첫 장면이 떠오릅니다. 면접을 보고 있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저는 이 강의장의 무대에 섰습니다. 앞에는 세련된 옷을 입은 40대 초반의 남녀가 ‘어디 한번 해 보라’는 무심한 표정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배가 살살 아파올 정도로 긴장하였는데 떨리는 몸을 가누고 이렇게 말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꿈을 향해 내딛는 첫 걸음으로, 저는 이 자리에 섰습니다."

볼이 달아오를 정도로 유치한 대사였지만, 그 때에 저는 순수하고 열정적이었습니다. 돈이 없어 처음 몇 개월을 고시원에서 지내야 했었습니다. 창문조차 없어 어둡고 음침한 곳이었지만 제 마음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몸을 누이면 어깨와 발이 비죽이 삐져나오는 좁은 침대에 자면서도 매일 밤 기도하며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저는 살아있었습니다. 월급이 적어 변변찮은 코트 하나 장만할 수 없었던 탓에, 내복을 입고 허름한 가을 양복 하나만을 걸치고 다녔지만 저는 춥지 않았습니다. 살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때의 순수함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처음의 간절함과 열정이 우습게 느껴집니다. 과연 저는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거울 속에는 지치고 흐리멍덩한 두 개의 눈이 보일 뿐입니다.

옛날 날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바라며 살아가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 글로리아 밴더빌트, <동화(Fairy Tale)>

시인이 제 마음을 노래합니다. 아, 알 수 없었던 그 느낌은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미안함인가 봅니다.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지 못한 미안함, 능력을 의심하고 자책했던 모든 날에 대한 후회, 어제보다 나아지지 못한,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제 인생에 대한 죄책감입니다.

거울을 보며 손을 갈빗대가 시옷 자로 갈라진 곳에 놓았습니다. 영화 ‘집으로..’ 에서 할머니의 수화처럼, 명치 주변을 손바닥으로 빙빙 돌리듯 문지르고 있습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네게 부끄러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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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04 13:32:09 *.36.210.11
인생의 아름다운 또 다음 발을 내딛는 벗에게

주늑들어 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애썼다. 또렷한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과 맞서기 위해 노력했다. 지나온 길이 설령 다 자랑스럽지만은 않을 지라도 그 모든 길들을 경험삼고 그것을 토대로 앞으로 더 깊고 넓게 나아가고자 하는 열정은 결코 식지 않을 것이다.

사랑했기 때문에 흘리는 마음의 흐름을 탓하지 말자. 언제나 죽어 지낼 수만은 없는 것, 아팠기 때문에 열심히 했고 지금 조금 지쳐있을 뿐이다. 그냥 성질내며 돌아설 수도 있지만 애틋함을 숨기지 않는 것은 더 나아갈 큰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 느끼고 많이 깨닫는 것은 좋다. 너무 깊어 상심으로 끌려가지 않고 낙담으로 골이 패이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소중한 나눔과 도움들의 흔적들은 기필코 더 큰 활보를 위한 밑거름이 되고 네 활개를 쭉 펴가며 크게 비상할 어린 새의 넉넉한 자산이 될 것이다.

겪어보지 않고 이해한다는 것처럼 사치스런 허영이 없을지 모른다. 뜨거운 느낌으로 남아있는 마음만큼 더 큰 위용으로 가치있게 쓰여질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충분한 휴식을 갖고 다시 넘치는 에너지에 기를 모아 우리 함께, 따로 또 같이 앞으로 전진 또 전진 어깨동무하며 씩씩하고 옹골차게 나아가자.

그동안 고생 많이 했고 수고도 잘 견뎌냈구나. 돌아보라.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았는지. 돈 주고도 하지 못할 더 나이들어서는 할 수 없을 귀한 것들을 배우고 익힌 시간들이다. 또 다시 새로운 일을 하게 될 때는 아쉬움까지도 배가 시켜 훨씬더 열심히 임하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과 진솔한 공감을 나누며 진정한 도움과 그대만의 고귀한 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직 너무 충분한 그대의 재능 위해 조금 쉬면서 지금을 잘 재정비해 보자. 사랑하는 아우야. 무엇보다 건강이 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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