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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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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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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8일 07시 00분 등록

며칠 전 제자 2명과 함께 이대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과학동화를 쓰고 싶어하는 여성 과학도들에게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라는 주제로 한 시간씩 나누어 발표를 했었지요. 그는 마지막에 강연을 했고, 나는 맨 뒤자리에서 그가 발표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나는 약간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매끄러운 강연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 그랬을 것입니다.

그는 어제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강연의 리허설을 해 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투가 무척 담담하고 진솔했습니다. 1분 정도 후에 나는 안심했습니다. 거기 앉아있는 여인들의 뒷모습이 그의 마음 안으로 흡수되어 들어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뒷모습만 보아도 그 사람이 얼마나 열중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의 약간 더듬거리는 말투, 끝을 약간 올리는 친밀한 억양, 말과 말 사이에 습관적으로 끼어드는 '그', '뭐' 같은 쓸데없는 반복어, 그리고 무엇보다 약간 하이파이의 목소리까지 그는 완벽한 앙상불을 만들어 낼 줄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청중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훌륭하게 1 시간의 강연을 끝냈습니다. 나는 그가 매우 훌륭한 여성전용 강사로서의 소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처럼 청중과의 애정의 끈을 꼭 놓치지 않는다면 그는 몇 년 안에 한국 최고의 여성 전용 강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어떤 분은 '여성전용 강사' 라는 말을 신기해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강연을 해 보다 보면 남성과 여성은 매우 다르게 반응하는 청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 가리지 않고 강연을 할 수는 있지만, 그처럼 여성적 공감대를 깊이 끌어들일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갖춘 강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강연이 끝난 후 우리는 그의 강연이 좋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말하는 것이 더 편해요. 오늘 이 사람들 얼굴이 하나 같이 다 좋았어요. 열망하고 진지하고 선했었어요. 책을 쓰려는 사람들이라 그럴까요 ? "

강연은 대화와 같은 것입니다. 내게 말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일방적인 떠벌림이어서는 안됩니다. 듣는 사람들의 정서적 반응과 감정의 이입과 이탈에 감응하며 파도타기처럼 청중에 밀착할 때 그것은 감동적인 춤이 되는 것이지요. 그는 처음 추는 춤이지만 파트너와 함께 아주 훌륭한 춤을 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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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8.08.08 14:24:22 *.254.35.93
소장님, 더위도 아랑곳없이 참 재미있는 시간을 가지셨네요.
여러 모로 재미있고 신나는 강의였을 것 같아요.

그 제목으로 엊그제 출간계약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떻게 이처럼 맞춘듯이 동명의 강의가 가능했는지,
과학동화를 쓰고 싶어하는 여성과학도가
청중그룹을 이룰 만큼 많은 것도 신기하구요.

또 무엇보다도 제자들과 함께 릴레이강의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시고
'여성전용강사'라는 틈새까지 착안하셨으니,
부럽고도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아마 H? 외부강사로는 데뷔였는지?
멋진 출발을 축하해요. O에게도 축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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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8.10 06:36:21 *.160.33.149

한선생 참 오래 만이구나. 잘 지내고 계신가 ?
'중년을 잘 지내는 법'은 진도가 어떠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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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8.10 18:07:38 *.254.15.130
예, 소장님. 편안하시지요?
아주 맥을 놓은 것은 아닌데,
기획력이랄지 포장하는 힘이 참 부족하구나 여기며
게으름까지 가세하여 그냥저냥 세월만 보내던 차에,

위 책의 계약소식이며, 희석의 출간소식에
엇, 뜨거라~~ 싶어서 마무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정보의 비중이랄까,
자기만족적인 글쓰기와 읽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에
확신이 안서서 긴가민가 합니다.

혼자서는 불확실하고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선의의 경쟁이 되는 팀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습니다.
1주일 안으로 정리해서 다시 접촉해보겠습니다.

해외연수, 건강하고 재미있게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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