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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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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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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0일 01시 05분 등록

신과 인간은 대극(對極)에 위치합니다. 신은 하늘에 살고 인간은 땅에 삽니다. 신은 전능하고 인간은 늘 뭔가 부족합니다. 한 사람은 몇 가지 영역에서만 유능할 수 있습니다. 그것조차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신은 영생한다는 점에서 불멸이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필멸의 존재입니다. 한 마디로 신은 무한이고 인간은 유한합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신은 두려움과 공경의 대상입니다. 인간은 신을 경외합니다. 그렇다면 혹시 신도 인간을 부러워하는 점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레스(Achilles)는 인간에 대한 신의 질투를 말합니다.

“사실 신들은 우리 인간을 질투해.

그들은 영원하거든.

하지만 우린 언젠가 사라지는 존재지.

인간은 항상 마지막 순간을 살지.

그래서 우리 인간의 삶이 아름다운거야.”

인간은 언젠가 죽습니다. 신의 존재 여부나 신에 대한 믿음 여부에 상관없이 그렇습니다. 육체적 죽음은 인간의 한계와 유한성을 절감하게 만듭니다. 동시에 죽음은 그 한계 속에서 존재하는 한 사람과 그 유한한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기도 합니다. 신과 인간처럼 삶과 죽음 역시 개념적으로는 대극에 위치해있는 것 같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고 죽음이 없으면 삶의 의미를 자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삶이란 ‘죽음 위에 피는 꽃’과 같습니다.

삶이란 하루하루의 삶이고, 각각의 하루는 모두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날들입니다. 결국 인간은 순간을 사는 존재이고, 모든 순간 역시 처음이자 다시 오지 않을 찰나입니다.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는 순간의 현존, 순간을 사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내 그대에게 ‘순간들’을 말해 주리라. 그 순간들의 ‘현존(現存)’이 얼마나 힘찬 것인지 그대는 깨달았는가? 그대가 그대 생의 가장 작은 순간에까지 충분한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 것은 죽음에 대하여 충분히 꾸준한 생각을 지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 순간이, 이를테면 지극히 캄캄한 죽음의 배경 위에 또렷이 드러나지 않고서는 그런 기막힌 광채를 발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대는 깨닫지 못하는가?”

우리에게 순간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재료가 부족할까요? 아닙니다. 재료는 흘러넘칩니다. 제대로 보면 감탄하지 않을 만한 것이 없습니다. 부족한 것은 아마도 순간을 살고자 하는 동기와 태도인 것 같습니다. 어떤 동기와 태도일까요? 지드가 답합니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어떤 것의 가치를 제대로 보는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의 반대편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신과 인간, 삶과 죽음, 시작과 끝, 아침과 밤, 하늘과 땅, 빛과 어둠, 내향과 외향, 감각과 직관, 순간과 영원을 함께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낯선 것을 익숙하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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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드레 지드 저, 김화영 역, 지상의 양식, 민음사, 2007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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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1.09.20 10:29:19 *.85.240.86
emoticon승완님의 글에 점점 피가 차 오르는 것을 볼때 너무나 경탄스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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