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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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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30일 13시 54분 등록

<6월 28일 토요일 밤 11시>
얼굴에 오이를 얇게 썰어 붙이고 글을 씁니다. 타고난 까만 피부에 베트남의 뜨거운 햇볕이 더해져 이제는 검푸른빛마저 도는 얼굴에 내린 긴급 처방이에요. 내일은 데이트가 있는 날이거든요. 꿈벗 중에 한 분이 아끼는 후배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두근거리는 첫 만남이에요.

“차(茶)의 세계에 일기일회(一期一會)란 말이 있다. 일생에 단 한 번 만나는 인연이란 뜻이다(….) 앞으로 몇 번이고 만날 수 있다면 범속해지기 쉽지만, 이것이 처음이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 아무렇게나 스치고 지나칠 수 없다. 기회란 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번 놓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 – 법정,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특별한 기억 하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그런 첫만남 말이에요. 그래서 경마장을 가자고 했어요. 옆으로 나란히 앉아 즐겁게 토론하며 시간을 보낼수 있을테니까요. 특별한 기억을 가진다면, 특별한 인연을 만들수 있을 것이라 순진하게 생각한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로 인연을 ‘만든다’하여 되는 것이 아님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물할 책을 고르고, 편지를 한 통 써 두었습니다. 이렇게 적었어요.

“…두 영혼이 서로에게 손짓하며 부드럽게 당기듯, 만남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이끌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온전한 자기 모습을 드러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오늘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자기 아닌 모습을 억지로 만들거나 무리한 노력으로 인연을 거스르지 않기로 해요. 절묘한 인연이란 만들어지기보다는, 되어지는 것이니까요.”

"인연이 그런 것이란다. 억지로는 안되어. 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 없고잉. 지금 너한테로도 누가 먼 길 오고 있을 것이다. 와서는, 다리 아프다고 주저앉겄지. 물 한 모금 달라고." – 최명희, <혼불>

인연이 필연이라 하여 섣불리 손을 내려놓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러나 붙잡는다고 하여 억지로 손을 뻗어서는 물고기처럼 상처만 남기고 달아나버리겠지요. 일생에 단 한번뿐인 만남이기에, 모든 만남은 자기다워야 한다고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절묘한 인연을 기다리듯, 두근거리는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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