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741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오래전 어느 시인이 보내준 시집을 보았습니다. 몇 개의 시 귀가 얽혀 나를 놓아 주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그 소리 들어 보실래요 ?
‘화병 속의 꽃은 허리부터 시든다’ (지는 꽃)
* 그래요. 화병 속의 꽃은 시들기 전에 허리가 먼저 꺽여요. 사람도 그래요. 갇혀있는 사람은 꿈이 지기 전에 먼저 허리가 꺽여요. 세상에 허리를 굽히기 시작하면 꿈을 피울 수 없어요. 피지도 못하고 허리가 꺽인 꽃처럼 가엾고 추한 것은 없어요.
‘우리의 적은 우리의 밥, 한 끼의 일용할 양식으로 뭉텅 잘려 나간 영혼’ (우시장의 예수)
* 사는 맛의 반은 먹는 맛이니 아무도 손가락질 할 사람 없어요. 가난한 사람은 밥맛에 굶주리고, 부유한 사람은 더 들어 갈 곳 없는 포만한 배를 미워해요. 정신도 항아리 같아서 한번 깨지면 되돌릴 수 없어요.
이 시인의 이름은 신종호인데, 우린 언젠가 서로 만났어요. 내가 시처럼 살고 싶다고 했더니, 이 사람은 나에게 ‘시인은 시처럼 살 수 없다’고 했어요. 시인의 역할은 다른 사람이 시처럼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말 내 마음은 시인도 시처럼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밥걱정 안하고말이지요.
그러나 한편 걱정도 됩니다. 배고프지 않고 시를 쓸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배고픔이 창의력이니까요.
밥, 우리를 살리기도 하고 우리를 죽이기도 하는군요.
댓글
2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56 | 학교가 배워야 할 것 [7] | 박승오 | 2008.06.02 | 3388 |
455 | 자부심은 어디서 올까 ? | 구본형 | 2008.05.30 | 3391 |
454 | 어느새 날이 저무네 [1] | 김도윤 | 2008.05.29 | 3320 |
453 | 사랑은 진보입니다 | 문요한 | 2008.05.27 | 3108 |
452 | 불행해질 이유 | 박승오 | 2008.05.26 | 3870 |
451 | 어떤 편지 - E에게 [3] | 구본형 | 2008.05.23 | 3763 |
450 | 막다른 길의 끝에서 [1] | 김도윤 | 2008.05.22 | 3245 |
449 | 무엇이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가 [1] | 문요한 | 2008.05.20 | 3128 |
448 | 어머니가 아들에게 [4] | 박승오 | 2008.05.19 | 4184 |
447 | 강연 예술 [1] | 구본형 | 2008.05.16 | 2977 |
446 | 꿈과 현실의 경계 [1] | 김도윤 | 2008.05.15 | 3067 |
445 | 나의 성장은 끝난 것일까? [2] | 문요한 | 2008.05.13 | 3393 |
444 | 불이 꺼지면 [3] | 박승오 | 2008.05.12 | 3972 |
443 | 그 작은 거미는 누구였을까 ? [4] | 구본형 | 2008.05.09 | 3883 |
442 | 세 개의 마음 풍경 | 김도윤 | 2008.05.08 | 3515 |
441 | 고통이 만들어준 새로운 삶 [1] | 문요한 | 2008.05.06 | 3019 |
440 | 나무가 포기하지 않는 것 [2] | 박승오 | 2008.05.05 | 3554 |
439 |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결코 알 수 없는 기쁨 하나 [1] | 구본형 | 2008.05.02 | 2996 |
438 | 아주 무서운 '습관' [1] | 김도윤 | 2008.05.01 | 3138 |
437 | 말하는 쓰레기통 | 문요한 | 2008.04.29 | 3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