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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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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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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6일 07시 23분 등록

강연은 이제 저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처음 강연을 시작할 때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전날부터 불안하고 두렵더니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나와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청중은 간 곳이 없고 준비한 것들을 뇌 속에서 논리적으로 무리 없이 쏟아내는 데만 급급합니다. 땀이 나고 어색한 몸놀림 손놀림이 불안해 보입니다. 그러나 거듭되면서 안정되어 갑니다. 어느 시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이내 물처럼 매끄러워 집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때부터 어떤 매너리즘이 지배하는 듯합니다. 미리 준비해 간 나의 이야기만 강물처럼 쏟아 내고 나서 연단을 내려옵니다. 청중들은 훌륭한 강연이었다고 말하고 가지고 온 책에 사인을 해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언젠가 부터 스스로 강연을 통해 흥분과 기쁨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강연 역시 관성이 되고 언제 어디서나 전할 수 있는 레고 팩키지들이 됩니다. 강연이 일상이 되고 출근이 되고 관성이 될 때 가장 커다란 피해자는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흥분과 떨림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강연 역시 변화와 혁명이 필요한 때가 있게 마련입니다.

지금 내게 강연은 공연처럼 여겨집니다. 가기 전부터 마음이 뛰고 반드시 리허설을 해 봅니다. 청중을 만나는 순간 어울려 하나의 축제가 됩니다. 우리는 웃음을 나누고, 의미를 나누고, 감동을 나누고, 결심을 나눕니다.

종종 어떤 때는 청중이 벽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혹은 반응이 없는 허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벽도 어느 부분에는 구멍이 뚫리고 이내 한 구석이 허물어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청중의 손을 잡아 볼 수 있게 됩니다. 허공에도 마치 항로와 같은 길이 생겨 어느 청중의 마음 한 자락을 잡게 됩니다. 이 때 기분이 날아 갈 듯합니다. 강연을 한 지 10년이 지나고 1300 번에 이르는 강연을 하고 난 다음에야 강연이 공연이 되었습니다.

땀이 진보를 만듭니다. 땀만이 해낼 수 있는 도약의 순간들을 거치지 않고는 깊은 것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연구원들과 공부하고 놀면서 재주 있는 사람을 특히 아끼고 싶은 마음을 참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래 동안 땀을 흘리지 못하는 사람은 크게 쓸 수 없습니다. 오래가는 사람이 결국 멀리 갑니다.

강연가로서 나는 이제 비로소 겨우 그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춤추듯 강연을 하거나 시를 읊듯 강연을 하게 되길 바랍니다. 언젠가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게 될까요 ? 그때는 아마 대중과 만나면서도 동시에 그 한 사람 한 사람과 연인처럼 만날 수 있는 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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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2008.05.16 11:07:52 *.199.250.121
침묵으로 말할때~~??? 저는 선생님의 얼굴을 뵌적은 없지만 책속에 사진으로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언제부터인가 힘들고 내마음이 정신이 없을 때 선생님을 떠올리면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왜일까요~~~? 저에세 침묵으로 말을 하기 때문 일까요....,아마 그런것 같아요...ㅎㅎ 이곳 멀리 제주도에 있는 저에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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