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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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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9일 12시 26분 등록



아들에게서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려 오면서, 그것이 마치 부모의 무능력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승오 자신의 노력으로 본인은 빛나는데 주위환경이 너무 내세울 것이 없어서, 아들이 부모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요즘 여자애들의 결혼조건이 어떻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움을 줄 처지가 아직은 못되었음이 가슴 아프다. 앞으로는 형편이 풀리겠지만, 그때까지 형과 네가 겪어야 할 어려움이 눈에 보이는듯해 어쩔 줄 모르겠다.

제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께서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바보 같은 이야기입니다. 만나서 제대로 사귀지도 않은 사람과 집안 형편 때문에 헤어졌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몇 번씩 가슴을 치셨을 어머니 생각을 하니 슬픔이 밀려옵니다. ‘부모 마음’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마음이 폐부 깊숙히 스며듭니다..

든든한 배경이요? 어머니의 이 마음만큼 든든한 배경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부모의 능력이요? 평범했던 아이를 이렇게 빛나게 키울 수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결혼조건이요? 행여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의 정원을 가꿀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처지라구요? IMF를 겪고 우리가 이처럼 행복했던 적은 없습니다. 강하게 맞잡은 당신들의 두 손 때문입니다.

시인은 기도합니다.
“제게 배고픔을 주소서 / 오, 권좌에 앉아서 이 세상에 / 명령을 내리는 당신네, 신들이여. / 수치와 실패로 쫓으시어 나를 / 부귀와 명성의 문에서 떨치소서 / 그러나 작은 사랑 하나 남기소서 / 길고 긴 외로움을 깨뜨리며 / 하루가 끝나갈 때 내게 말 건네줄 목소리 하나. / 어두운 방 안에서 잡아줄 손길 하나 ” – 칼 샌드버그, <창가에서>

어두운 방, 저를 붙잡아 주는 작은 손길 하나가 당신임을 기억하소서. 제게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나갈 이유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당신 때문임을 기억하소서. 아무것도 미안해하지 말고, 무엇에도 아파하지 말고, 그저 오래도록 제 곁에 있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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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8.05.19 17:36:59 *.47.187.34
승오야,
네 마음 알 것 같구나.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알기에 더 와 닿는구나.
어머니도 이제 아실 것이다.

나는 울음과 어려움이 없는 삶은 이제 원하지 않는다.
웃음과 편안함으로 색칠된 삶을 이제는 원하지 않는다.

김광진의 '편지'를 들어봐.
'즐거운 인생'도 함께 들어보렴.
내게는 서로 다른 두 노래가 참 잘 어울린다.
언제 한번 함께 불러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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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5.20 12:23:22 *.247.80.52
너의 이 글을 보고 어제 집에 편지를 썼다.

어머니, 아버지, 전화하시면 밥 잘먹고 다니냐고,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 늘 물으신다. 밥 세끼 늘 먹어도 배가 고프긴 하지만... 잘 먹는다 대답하고, 여러가지 일로 골치가 아파도 건강하다 대답한다.
내가 아프면 부모님께서 더 아프실 것 같다.

오랫동안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수첩에 적어두고 다녔었는데, 그리 바쁜것 같지도 않은데, 소식 전하기가 뭐가 그리 어려웠는지,
그저 밥 잘 먹고 다닌다고, 회사에서 하는 일을 몇가지 적어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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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
2008.05.20 21:36:09 *.102.166.104
부모님의 존재함 자체가 얼마나 든든한지
그저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모르나 봅니다.
어머님의 글귀를 보니
승오선배님이 그토록 충만하게 빛나시는 이유를 알 듯 합니다.
어머니의 마음도, 선배 마음도
세상 모든 어머니마음이고, 자식의 마음이겠지요.
정말 아무것도 더는 미안해말고, 우리때문에 더 아파하지도 말고
그저 오래도록 제 곁에 있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소중히 가꿀 줄 아는 사람이
선배를 위해 오고 있을거예요^^
기대하시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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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05.21 07:32:34 *.218.202.52
승완형, 김광진의 '편지'는 나도 아주 좋아했던 노래인데 이런 가사인줄 전혀 몰랐어. 와 닿는다. "억지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가려고 할 필요는 없나봐. 노래를 들으면서 정말 그 친구 덕분에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것 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인데... 고마워. 언제나 형의 조언은 정곡을 찔러.

정화누나, 뭔지는 모르지만 누나가 연구원 전보다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인 것 같아요. 물론 좋은 쪽으로요. 특히 요즘 그걸 더 느낍니다. 제가 초반에 좀 오해했었지만 누나 참 좋은 사람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집니다.

현주씨, 선배라는 호칭 이상해요. 동갑끼리. 소풍 끝나면 말 트고 지냅시다. 행사 준비하면서 현주씨 알게되어서 참 좋네요. 토요일에 내려가면서 이야기 많이 합시다. 격려의 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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