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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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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5일 04시 06분 등록

어느 학교가 있습니다. 초, 중, 고등학생들이 모두 함께 가족처럼 기숙사에서 지냅니다. 교실에는 ‘우리 말과 글을 올바르게 배우고 쓰자’라는 구호가 붙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은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상한 발음입니다. 그들은 일본 최북단의 섬 홋카이도에 있는 조선학교의 재일동포 학생들입니다. 아이들은 그 학교를 ‘우리 학교’라 부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를 다시 보았습니다. 한국 국적도 일본 국적도 아닌 조선인으로 살아가면서도, 민족 고유의 것을 지켜 나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홋카이도의 혹독한 추위에도 여학생들은 ‘민족성을 잃지 않기 위해’ 한겨울에도 자발적으로 치마저고리를 입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우리말을 사용하기 위해 ‘우리말 100% 운동’을 벌이기도 합니다. 때로 ‘죽여버리겠다’는 일본인들의 협박에 시달리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구김살 하나 없습니다. 북한에서 졸업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정박한 배 위에서 함께했던 수행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고 목이 아프도록 외칩니다.

그들은 ‘조선사람은 조선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그 평범한 진실을 용감히 실천하며 성장해갑니다. 구석진 곳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홀로 피어 밝게 빛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찡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부르는 ‘분계선 코스모스’는 본래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의 노래이지만, 재일조선인이 처한 상황을 상징하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을 앞에 두고, 삶의 가치 운운하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이따금씩 이렇게 순수한 사람들과 마주할 때면 스스로의 좁음에 고개를 숙입니다. 족쇄를 떨치고 일어나 한번이라도 사는 듯싶게 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당장에라도 달려가 그들과 함께 춤추고 싶습니다.

영화를 찍은 김명준 감독 또한 그랬던 모양입니다. 무려 3년 반을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부대끼며 생활한 것도 모자라, 그는 영화를 마무리하며 말합니다.
“영화를 찍는 동안 가끔 한국에 오면 친구들은 내 말투가 변했다고 놀렸다. 나도 모르게 재일조선인 식의 우리말을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은 어색해했지만, 나는 속으로 기분이 참 좋았다. 어서 빨리 우리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 선생님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 싶다.”

순수한 고집스러움이 주는 순수한 설레임이 퍽 오랜만입니다.
결국 우리도 설레고 싶어 피어난 한 떨기 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학교’는 독립영화로 일반 극장에서 드물게 개봉되었다가, 한달 전 시중에 DVD로 출시되었습니다. 못 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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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25 10:19:19 *.180.46.15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
......

아무도 보지 않는 그곳에도 꽃이 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눈물이 나더라.

그래, 꽃이 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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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02.27 15:26:43 *.218.204.4
누나, 제가 추천했던 영화인거 아시죠?
DVD 시중에 있으니 빌려보세요. 혹 없으면 제가 구해드릴께요.
학교를 이끌어갈 사람이라면 꼭 한번 봐야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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