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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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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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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3일 09시 24분 등록



“끝모를 심연에서 태어나 끝모를 심연으로 사라져가는 우리들, 그 사이 빛나는 시간이 인생이다.” – 니코스 카잔치키스


지난 주 토요일, 변화경영연구소의 행사로 올해 쓸 책의 '주제 발표'가 있었습니다. 대학으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논문 주제 발표 같은 것이죠. 제가 선택한 주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몸과 마음', '감각과 인식', '현실과 상상' 등, '뜻 밖의 중간(in between)'에서 만난 가슴 떨린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해가 지고, 별이 돋아나는 순간, 새벽의 조용한 술렁임,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의 골목길에서 가로등이 눈을 뜨는 순간…

그렇게 서로 다른 것의 경계 사이에서 '내가 살아 있구나' 하며 감탄하는 황홀한 순간, 잠시 온 세상이 멈춘듯한 가슴 벅찬 떨림, 영혼을 무찔러 들어오는 감동이 있는 반짝임의 시간들을 이미지와 텍스트의 실험을 통해 담아내 보려 합니다.

전날 밤을 거의 새운 탓에 정신 없이 지나갔던 발표였지만, 돌이켜보니 괜스레 즐거워집니다. 이미지와 상상 사이를 걷고, 일상의 풍경과 창조성 사이의 관계를 탐험하는 신나는 모험 덕분에 올 한해는 제게 아주 가슴 벅찬 일년이 될 것 같습니다. '상상의 날'이라 이름 붙인 이 개인적인 프로젝트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이의 '눈 속의 길'을 걸어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눈을 뜬다. 꿈 속에서 파란 유리조각이 내 눈 안에 들어와 박혔다. 창 밖으로 푸른 선이 흘러간다. 슬픈 꿈을 꾼 것일까. 내 옆에 잠들어 있는 너의 속눈썹이 투명하게 젖어있다. 몸을 일으켜 네 눈가를 살짝 훔쳐낸 뒤, 침대를 빠져 나온다.
 
창문 밖, 고요한 풍경 아래, 새벽이 소리 없이 술렁인다. 조용한 수면 아래에서 일렁이는 투명한 것들을 들여다본다. ‘넌, 누구니?’ 순간, 쨍, 하며 짙은 쪽빛 하늘에 금이 간다. 모든 것들 부서져 내리고, 뒤흔들리는 낯선 세상의 아침, 너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까만 눈을 뜬다. 네게 다가가, 여태 다른 사람의 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듯, 깊이, 아주 깊이 들여다본다.
 
까만 눈동자 속의 눈동자, 네 눈 속에 아름다운 길 하나가 열리고, 아무도 없는 텅 빈 풍경 속으로 누군가 걸어 들어간다. 네 눈 속의 길을 따라, 새로운 여행은 시작된다."




(2008년 3월 13일, 열한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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