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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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해보지 못하고 살았다.” - 싱클레어 루이스, 바비트 中
회사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수업을 듣기 위해 대학로를 향하다 환승역을 한참 지나쳤습니다. 그냥 내렸습니다. 답답한 지하를 빠져 나와 잠시 지상을 걸어봅니다. 안국역에서 대학로까지 걸어가는 길, 계절이 지나가고, 구름이 스쳐가고, 달빛이 뼈처럼 내립니다.
창덕궁 돌담 길을 지나치다 명치 끝이 쿡, 시립니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이 하나, 둘 빗장을 열고 고개를 들이밉니다. 굳게 닫힌 그 문 앞을 저는 자꾸 서성였나 봅니다. 돌아선 등 하나를 떠나 보내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여태 바라보고만 있었나 봅니다.
혹시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나요? 이제껏 내 길인 줄 알고 걸어왔는데 그 끝에 온전한 내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발견한 순간, 쓸데없이 분주하고, 정크푸드 같은 일들로 일상이 가득 차 있음을 느낀 순간, 그렇게 내 인생 모든 것이 모래사막처럼 허망하게 흩날리는 순간. 삶이 굳은 철문을 쾅, 하고 걸어 잠근 바로 그 순간.
그 막막한 깨달음의 순간이 바로 당신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곳입니다. 당신이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때입니다. 당신에게 다가온 '위대한 전환의 순간'입니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시간을 구원으로 가는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실은 시간이야말로 구원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당신은 스스로 아직 완전하지 못하고 자격이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그리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당신이 그곳에 갈 수 있는 지점은 '지금 여기' 밖에 없습니다."
*
당신 기억의 한 페이지를 열어보세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묻어두었던 당신의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아파도, 서러워도,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친다 해도, 아직 아물지 않고 발간 상채기가 있다면… 그 상처의 풍경 속을 잠시 거닐어 보세요.
그 곳이 바로 당신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당신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입니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서지 마세요. '언젠가는 가겠지'하고 지나쳐온 길, 미처 가지 못한 길 사이, 당신과 나 사이, 반짝이는 가로등 사이, 투명한 물고기떼들, 이리저리 유영游泳합니다.
(2008년 1월 17일, 세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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