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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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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4일 06시 55분 등록



"우리는 서로에게 빠져들 때만 인간이 된다." - 제레미 리프킨


우연히 황지우 시인의 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슬프다 /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 모두 폐허다 /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돌아오지는 / 못했다, (…)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 *


'나'라는 것은 참 묘합니다. 내 자신이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할 텐데, 진정 그래야 할 텐데, 사실은 잘 모릅니다. 좀 더 어릴 때엔 제 속에 내가 너무 많아서 옴짝달싹하지 못했습니다. 황지우의 시처럼 메마른 바람 부는 모래 사막이었나 봅니다. 나는 온통 나로 가득 차 있는데, 그 '나'라는 녀석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홑껍데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니, '나'라고 믿고 있는 좁은 자아를 떠나야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의 뜻을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아와 자아가 아닌 세계 사이의 대립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진정한 관심이 생기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이러한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은 자신이 당구공처럼 다른 존재와 충돌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관계를 맺을 수 없는 단단하고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마치 강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면서 다른 것들을 포용하는 삶의 일부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

삶에 명확한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한 듯 합니다. 나를 떠나야 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선, 너라는 강을 , 우리라는 광장을, 사랑이라는 아픔의 숲을 건너야 합니다. 그렇게 다시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긴 여정의 모험을 떠나야만 합니다.

오늘은 '나'라고 생각하는 좁은 자아의 스위치를 내려보세요. 그리고 주위를 한번 둘러 보세요. 가장 친한 사람들과 낯익은 일상의 풍경 속에 숨어 있는 새로움을 즐겨보세요. 그 미지의 세계로 한 발짝, 낯선 발걸음을 내디뎌보세요. 바로 이 곳이, 바로 당신이, 제가 살아 숨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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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뼈아픈 후회 中
**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2008년 1월 24일, 네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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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1.24 23:04:03 *.70.72.121
그래. 여러 번 읽는다. 그리고 좋으네 그대를 담은 글과 영상들.
그대 안의 천의 얼굴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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