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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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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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8일 02시 28분 등록
그녀는 화이트보드 앞에 섰습니다. 유난히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얀 젊은이입니다. 그리고 화이트보드 위에 원을 하나 그립니다.

그리고 그 안에 ‘직장 속의 나’ 라고 씁니다. 원 안에 ‘내’가 갇혀있는 듯 보입니다.

“나는 매일 직장에 갑니다. 오가는 시간까지 하루에 12 시간은 일합니다. 일하면서 무거운 돌 하나가 가슴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 오면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진짜 나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유리되어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원 밖에 작은 점들을 천천히 찍어 갑니다. 정말 나는 ‘직장 속의 나’ 안에 없고 그 써클의 밖에 여기 저기 분리되어 찍힙니다.

“그런데 정말 나를 찾을 수 없습니다. 나다운 나 말이예요”

그리고 자리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갑갑하고 답답함이 울음으로 터져 나옵니다.

나는 그 모습이 좋습니다. 울음은 좋은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질문 앞에서 터져나온 울음은 이내 다시 시작하게 하는 용기가 됩니다.

걱정하지 마라. 민선아. 그 울음이 너를 이끌 것이다. 울어 본 사람만이 그것이 나타나면 ‘그 일이 내 일이라는 떨림’의 황홀에 젖게 된다. 언제 그 일이 널 찾아올지는 모른다. 나처럼 아주 늦게야 만난 사람도 있다. 아마 먼저 운 사람이 먼저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슬피 운 사람이 그때 더 기뻐할 것이다. 그 일 때문에 다시는 울게 되지 않을 것이다.

* 안녕하세요, 1기 연구원인 홍승완입니다. 구본형 사부님께서 여행을 떠나시면서 금요일 편지를 부탁하셨습니다. 사부님께서는 2월 11일에 돌아오십니다. 민선이에게 저도 마음 한 조각 전하고 싶습니다. 사부님께 허락을 받지 않았지만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호정아, 소명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런데 소명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 알고도 피하거나 무시하거나, 모르고 넘어가곤 해. 그대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을 거야.

호정아, 잡지 못한 소명은, 가슴이 아프더라도 예쁘게 보내주면 좋겠구나.

이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어. 참 오랜 만에 기도를 했어. 그대가 소중하게 온 두 번째 소명을 맑고 밝게 받아들이도록 해달라고.

소명은 한 번만 오지 않아. 반드시 또 오게 되어 있어. 소명 때문에 울어본 사람은, 그 소명이 살짝 얼굴만 비춰도 바로 알아. 사부님이 언젠가 내게 말씀하셨어. ‘승완아, 기회가 무엇인지 아느냐?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회가 왔는데 잡지 못하면 허망한 것이다’라고.

호정아, 곧 그대에게 소명이 도착할거야. 멋진 전령이 그 소식을 가지고 오면 좋겠구나. 혹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명이 온 느낌이 오면 그것을 따르면 좋겠어. 나는 그것이 조셉 캠벨이 말한 ‘그대의 천복을 좇는’ 거라고 생각해.

오늘 밤에는 꿈을 꾸고 싶구나. 기도의 응답을 받고 싶구나. 광활한 초원을 달리는 그대의 모습을 보고 싶구나. 빛나는 태양 앞에서 힘차게 뛰어 오르는 그대 모습이 나의 눈에는 이미 선하구나.

그대의 첫 번째 소명이 그대에게 오랜 시간 말한 아우성, 그것은 그대가 두 번째 소명을 힘차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는 거칠고 애절한 메아리야. 하나의 소명을 십 년 넘게 간직한 그대에게, 첫 번째 소명이 전하고 싶은 간결한 선물이야. 그 선물 덕분에 그대는 두 번째 소명이 오면 바로 알 수밖에 없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그 아우성의 힘으로 그대의 미래가 아름답게 빛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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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08 09:02:34 *.70.72.121
승완아, 네 우정이 아름답구나. 너희 모두 새해엔 더 많이 행복하고 기쁨가득 하기를...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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