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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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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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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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5일 08시 08분 등록

올해 일 년 동안 함께 공부할 연구원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연구원 지원서에 자신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를 써보라고 주문해 두었습니다. 지원자들은 이 주문이 황당했나 봅니다. 대부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태몽이나 아주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물었다고 합니다.

누구는 뱀 꿈과 함께 태어나고 누구는 꽃 꿈과 함께 태어나고 누구는 고추나 무와 함께 태어나기도 하고 누구는 물고기와 함께 태어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꽤 많은 사람들은 태몽이라 불릴 수 있는 꿈 없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나는 아이가 둘입니다. 한 아이의 태몽은 내가 꾸었고 또 한 아이의 태몽은 아내가 꾸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내 태몽은 없거나 상실 되었습니다. 가장 유력한 증인인 어머니가 일찍 돌아 가셨기 때문에 나는 내 태몽에 대하여 들은 적이 없습니다. 혹은 아예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찌 생각하면 나는 아무 계시도 없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 섭섭하여 내 태몽은 ‘우주의 침묵’ 이라고 해석해 두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이런 생각입니다.

“침묵으로 태어났으니 먼저 주어진 삶은 없다. 네 맘대로 살고, 그것을 네 인생이라 불러라. 그리고 죽을 때 스스로 네 태몽이 무엇이었을지 추측해 보아라. 너는 수수께끼로 태어났다. 어머니, 아마 내 태몽은 불길이었거나 바람이었을 것 같아요. 혹시 나를 가지고 그런 꿈을 꾼 적은 없으신지요 ? "

갑자기 나에게도 인디언식의 이름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종종 나는 나를 ‘부지깽이’ 라고 부르곤 합니다. 어떤 감흥으로 그저 그렇게 불러 보았지요. 불이 꺼지려 하면 불씨를 뒤적여 불을 살려내고, 불이 너무 기세를 돋아 몽땅 태우려들면 누르고 벌려 불길을 가라앉히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부지깽이지요. 그러다 종종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어 제 몸을 태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를 ‘부지깽이를 든 사람’ 이라고 부를까 생각 중입니다.

만일 오늘 당신이 인디언 식의 이름을 하나 지어 스스로 불러 본다면 그게 뭘까요 ? 운명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자기 삶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까요 ?
'늑대와 함께 춤을 ? ‘, ’주먹 쥐고 일어서 ?‘ ’앉은 소 ?‘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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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5 09:22:44 *.70.72.121
'찬란한 햇빛', '누리의 태양', '지지 않는 해','다시 떠오르는 해', '불타는 태양' , '제 스스로 빛나다', '언제나 햇볕' ㅋ

나도 여쭤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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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2008.02.15 11:34:34 *.104.23.137
ㅋㅋㅋ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자~~~ 나'
'언젠가 피는 꽃'
'내 밥 값 니가 내'
'어제 먹은 말 술'

재밌는 생각이 마구 튀어나오네요.

아이디 '바람처럼' + 사부님이 주신 '언젠가 피는 꽃' + 초아 셈이 지어주신 '(별)성 (강이름)원'을 합쳐 = 바람 + 꽃 + 별 + 강 ?

...

1. 바람 꽃 당신
2. 강 바람에 피는 꽃
3. 빤짝 우르릉 쾅쾅 콸콸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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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02.15 12:59:40 *.248.16.2
인디언식 이름...지어보려고 했더니, 바로 떠오르는 것이 딱히 없네요.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구선생님 글을 읽으면 늘 '생각할꺼리'가 생겨서 참 좋습니다. 삶의 자극이 된다고나 할까요...그냥 맛난거 먹고, TV보고, 읽고, 음악듣고...이런 일상들 속에서 한번더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네요. 무엇보다 선생님의 글에서는 따뜻함이 늘 느껴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시는거 같아요.

안타까운건 강연회를 좀더 일반 대중들이 다가갈 수 있게 자주 열여주시면 참 좋을거 같은데요...늘 너무 바쁘시겠죠? 다음 책이 나오면 출판기념회겸 강연회를 여시면 더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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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5 22:20:32 *.70.72.121
앨리스님께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의 생각 나무', ' 사랑의 앨리스', '앨리스의 삶', '대중과 함께 앨리스', '기쁜 삶의 미학 앨리스', ' 책 읽는 앨리스', '행복한 앨리스의 세계', '꿈꾸는 앨리스'

덧글을 보고 생각 나는 대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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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02.17 21:48:05 *.252.102.204
우와~ 써니님, 이런 글이 올라와 있을 줄 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 친구들이 종종 그렇게 불렀네요^^ 저는 '꿈꾸는 앨리스' 너무 마음에 들어요. 딱 제가 좋아하는 말이네요. '행복한 앨리스의 세계'는 또 얼마나 멋진 말인지요. 그냥 제가 제 세계에 푸~욱 빠져 사는 경향이 좀 많거든요 ㅋㅋ
아...다른 표현들도 너무 감동입니다. 제 짧은 댓글을 보고 이런 표현들을 들려주시다니..^^ 덕분에 아무래도 이번 한주 즐겁고 신나게 시작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불타는 태양 써니님(위에 쓰신 표현중에 이 표현이 써니님께 제일 어울리는 듯 해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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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ma
2008.02.18 01:28:26 *.46.198.51
뚝배기속에 태양.. 요런거?
Matchsti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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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ma
2008.02.18 01:28:26 *.46.198.51
뚝배기속에 태양.. 요런거?
Matchsti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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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gl
2008.05.26 22:22:53 *.168.246.17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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