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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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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31일 08시 28분 등록
새하얀 눈이 오는 아침에 여러분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냅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쓴 지 일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53번째 편지를 쓰면서 여러분에게 보냈던 지난 편지를 훑어보았습니다. 편지를 썼던 그 당시의 마음과 현실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쓰기 싫어서 건너뛰고 싶은 때도 있었고, 흥분되어 빨리 보내고 싶어 밤잠을 설친 때도 있었습니다. 방전된 때도 있었고, 충만한 적도 있었습니다. 글은 정직합니다. 글을 쓴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지만 저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했습니다. 이 편지를 쓰면서 저는 위로를 받았고, 한껏 기뻐했습니다. 저를 둘러싼 일상에 대해 찬찬히,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배움이었습니다.

첫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첫눈처럼 떨림과 흥분이 느껴졌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처음처럼』에서 ‘처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 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수 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새로운 인생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라는 프레임에 갇혀 어제와 똑 같은 오늘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일상은 자기 자신을 매일 매일 재창조할 수 있는 열정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열정은 시나브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봄으로써 추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라는 믿음으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시길 바랍니다.

이제 시원섭섭한 마음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처음을 위하여 발걸음을 새롭게 내딛고자 합니다. 내년에는 꼭 좋은 책으로 여러분과 만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는 틈틈이 자유롭게 글을 보내고자 합니다. 제 글을 계속 받고자 하시는 분들께서는 답신을 주시거나,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kksobg),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를 찾아 주십시오.

그 동안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무자년 한 해가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하길 기원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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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는 사람
2007.12.31 08:41:17 *.51.66.203
누구나 즐겁기만 해야 할 주말, 지난 일년 칼럼을 쓰는 것을 지켜 보며
제가 다 떨렸습니다. 일요일 늦은 밤, 산고를 끝낸 산모처럼 한편의 칼럼을 써내고 나서야 깊은 잠을 청할 수 있는 당신을 보며, 한결 같음에
참 깊은 신뢰를 느꼈습니다.

글 쓰는 것이 즐거움인 당신,
언젠가 큰 꽃을 피우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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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7.12.31 10:33:00 *.128.229.81

글은 세상에 나오면 주어 담을 수 없다. 말은 어떻게 수습해 보려하니 정말이다 거짓말이다 논란이 되지만 글은 꼼짝없이 책임져야하는 것이다. 어른이면 책임져야한다. 그것이 어른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말과 글과 행동이 가지런하면 수련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쓰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 글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때때로 마치 글이 제 스스로 쓰여지는 것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없고 글만 남아 하나의 엑스터시처럼 나를 몰아 간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고 그때 내 글은 우주가 나를 빌어 자신을 표현한 것이라 느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 때 그 글이 좋은 글이다. 창조는 애 난 여인의 땀과 같은 것이다. 기쁘지 않느냐.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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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12.31 13:46:05 *.75.15.205
아우님, 글 쓰느라고 더 못나졌으니 새해에는 멋있어 지겠는 걸. 푸하하.

옆에 있는 사람 너무 무섭당. 쫄려~

두 사람의 글이었구료. 우리 집에도 보내세.

내년부터는 옆에서 먼저 쓰고 올리면 어떨까?

복 많이 받고 책 낳고 항상 처음처럼 사랑하고 행복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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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12.31 16:28:01 *.209.54.231
새해에는 병곤씨의 성실함과 정보력, 네트워킹이 더욱 무르익기를 바래요. 우리의 인연 또한 조언과 자극을 주고받는 지지집단으로 성숙했으면 하구요. 송년파티 때, 내가 고른 책에 써 있는 글귀, 희석이가 그 귀절만 보고 골랐다는 바로 그 귀절을 보냅니다. ^^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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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8.01.01 10:52:00 *.34.156.43
옆에 있는 사람> 말 안해도 알지? 고마워.

부지깽이> 사부님, 그 뽕맛은 분명히 알겠는데 그게 자주 안오네요. 특별히 엑스터시를 자주 느끼는 비법이 있으면 전수 좀 부탁드립니다.

누이> 올해 책읽고 글쓰느라 고생했수. 누이, 사랑하고 행복해야 돼.

명석> 누님, 제가 가끔 직관이 발동할 때가 있는데, 아니 예언인가, 누님 내년에는 즐거운 출산을 할거라는 느낌이 스쳐 지나갑니다. 미리 축하합니다. 앞으로 누님과의 인연이 더 무르익기를 바라며, 만나면 우리 잘 놉시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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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뱅곤
2008.01.01 12:07:11 *.34.156.43
마지막 편지를 보낸 후 많은 답신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 감동적인 답신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그 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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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좋은 글 전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비록 53번의 연재 글 중에 중간 부터 받아보긴 하였지만 바쁜 일상에서 잠깐씩이라도 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글들이었습니다.

그 중 제게 각성(覺醒)을 주는 글들을 몇 개 인용해 봅니다.


* 직장 생활을 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할 지 반성도 해 보고...

6/25 어떤 일이 의미가 있을까
‘남의 옷을 얻어 입으면 그 사람의 우환을 가져야 하며, 남의 밥을 얻어먹으면 자신의 목숨을 내놔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제가 처한 위치를 떠올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즉 고용되어 일할 때 우리는 숙명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취직이란 품삯을 위해 우리의 시간과 자유를 파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곳에 생각이 미치자 약간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12/24 직장을 내 인생 반전의 기회로 삼아라
직장은 품삯을 위해 억지로 일해야 하는 지겨운 공간이 아니라 내 꿈의 길로 가기 위한 훈련장, 교육장입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월급까지 줍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다소 홀가분해졌습니다.


* 김창완님의 인용 글에서 말하는 것의 가볍지 않음을 알게 되고...

7/2 내 말에 힘이 실리려면
"내 말이 틀리다. 이것은 죽음이에요. 그 사람은 조용히 살아야 돼요. 직업은 그 사람의 말이 옳게 수용되는 곳에서 그 사람 말의 힘으로 살게 되는 거예요."


* 그리고 자유와 열정있는 삶을 부러워 하기도 했고...

9/17 자유와 현실의 길목에서 서성이다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꿀맛 같은 한 달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9/24 꿈과 열정이 있어야 즐거운 인생이다
저녁 무렵 문득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인생, 다시 되돌아 갈 수 없어서 그만큼 소중한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걸 찾기도 힘든 인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인생.
그렇지만 인생 뭐 있어. 나에게 덧씌워진 삶의 무게를 결코 외면할 수 없지만 이거다 싶으면 한번 해보는 거야. 왜 꿈만 꾸는 거야?
꿈이 있어야 하지만 열정이 없으면 안되잖아. 너도 밴드 만들어 멋있는 공연 보여 주고 싶잖아. 나이가 많다고 자유와 꿈을 좇아가지 못할 이유가 아무 것도 없잖아.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잖아.’


* 독서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도 전수 받고...

11/12 책, 연애편지에 조미료를 뿌리듯이 읽자
“사랑에 빠져서 연애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읽는다. 그들은 단어 한마디 한마디를 세 가지 방식으로 읽는다.
그들은 행간을 읽고, 여백을 읽는다. 부분의 견지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의 견지에서 부분을 읽는다. 콘텍스트와 애매성에 민감해지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해진다.
말의 색깔과 문장의 냄새와 절의 무게를 알아차린다. 심지어는 구두점까지도 고려에 넣는다.”


* 때론 고난을 이겨내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고...

11/19 시련을 극복하는 비법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그릇되게 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11/26 지금 여기서 우리
“저 고개를 보고 걷지 마라. 그러면 힘들어서 절대 넘어갈 수 없다. 바로 지금 내딛는 발걸음에 집중하고 다음에 내쉴 호흡만 생각하라.
그렇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져 볼 수 있었습니다.

12/31 또 다른 처음을 시작하며
첫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첫눈처럼 떨림과 흥분이 느껴졌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처음처럼』에서 ‘처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 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수 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p.s. 공식적인 연재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좋은 글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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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01.01 15:07:17 *.252.102.204
그 동안 좋은 글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이 곳 변경연 사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좋은 글,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 써주시리라 믿습니다. 책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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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2008.01.03 02:42:59 *.253.83.205

말뿐 아니라 글 역시 관계맺기임을 그대의 글에서 느껴봅니다. 좋은 글이었다는 표현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었다는 표현을 하고 싶네요. 사부님의 덧글, 옆에 있는 사람님의 덧글 역시 마음에 자국을 남기네요.

'병곤! 올해도 서로 좋은 책 하나 내자. 상반기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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