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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1일 20시 28분 등록
사마천이 쓴 <사기>에 보면 낭중지추라는 말이 나옵니다. 송곳을 주머니에 넣으면 주머니를 뚫고 삐져나올 수밖에 없을텐데요. 어떤 상황에 있어도 두각을 드러내는 뛰어난 인물을 뜻하는 말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낭중지추같은 인물이 되고 싶어합니다. 어리고 젊을 때는 그 정도가 우주급이죠. 최고의 재벌, 슈퍼스타도 모자라서 지구를 아니, 우주를 정복할 수 있을 것만 같죠.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현실화됩니다. 하늘을 찌를 정도로 솟구쳤던 자신에 대한 기대치는 사회에 찌들고 삶에 치이면서 급격하게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횡보하는 그 진폭은 점점 작아지기 마련이죠. 그러다가 그 진폭 역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미해지고 작아집니다. 하향 평준화되는 거죠.  현실적이고 안정화된 곡선처럼 보이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는 틀에 스스로를 고정시킨 결과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중년들의 이야기일 겁니다.

그러한 틀과 안정화된 삶의 형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오랜 세월의 과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또한 지금의 모습과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현실적이라는 허울 좋은 변명으로 매번 스스로와 타협한 결과는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죠. 남은 삶을 위해서라도 과거에 대한 복기는 필요합니다. 자신과 자신에 대한 능력에 대해 다시 들어다 봐야 합니다. 여전히 스스로를 상향평가하며 현실로 드러난 결과와의 간극에 불만족스럽다면 외부의 평가에 대해서 객관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20년을 일하면서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만났는데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 기준보다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75%의 개발자들이 자신이 상위 10%의 실력에 든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65%의 개발자들은 둘 중 하나겠죠.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겁니다.

반면 스스로를 하향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더 안 좋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하향평가하는 사람들은 그런 태도가 은연중에 드러나고, 자신감 없게 보이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 태도와 행동은 내외부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 마련입니다. 유일한 장점은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밖에 없는데요(이것도 실제  능력 발휘를 해서 성과를 내야...). 진정한 겸손은 스스로의 가치를 알지만 외부에 떠벌리지 않는 것에 있을 겁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보는데 세상 누가 그 가치를 알아줄까요. 춘추전국시대 한나라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을 이루어낸 한신과 소하의 수준이 아니라면 그냥 영원히 묻힌재로 한 세상을 사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성공과 실패의 객관적 기준은 있다.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사람은 행복하며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주어진 유능성과 가능성을 다 발휘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60의 가능성을 타고난 사람이 65나 70의 결실을 거두었다면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90의 가능성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70의 결과에 머물렀다면 실패한 사람이다. 밖에서 볼 때 같은 70이지만 그 자신의 삶의 가치를 따진다면 성공과 실패는 달라지는 법이다. 그래서 정성 들여 노력한 사람에게는 실패가 없으나 게으른 사람에게는 성공이 없는 법이다."

1920년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무려 102세가 된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자신의 책에 쓴 내용입니다. 60의 능력을 가지고 70의 결실을 얻으면 성공이지만, 80의 능력을 가지고 70의 결실을 얻으면 실패라고 노철학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노력과 정성을 강조하는 거죠. 하지만 먼저 본인의 능력치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결국 열심히 살아야한다와 같은 뻔한 얘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 전에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합니다. 70의 결과를 얻고 희희낙락하지만 본인에게 주어진 천부적인 자질이 100이상이라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겁니다.  60의 능력으로 노력해도 운이 좋지 않아 그보다 더 못 한 40, 50과 같은 결과를 내는 것이 비일비재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은 다른 모든 가치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성실과 노력이 오랜 시간과 결합하면 결과는 능력치에 수렴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성실과 노력은 능력치의 성장 또한 이루어냅니다. 60을 가지고 오랜 시간 노력해야 70의 결과를 얻었다면 그 사람의 능력치는 결국 70인 거죠. 성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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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3 16:25:31 *.169.227.25

저는 성실과 끈기 또한 하나의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비범함을 만드는 평범한 방법 말입니다.

오랜 세월,  검을 들고 살아 오면서 재능 있지만 끈기와 성실함이 없는 단명하는 선수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국가대표 중에 재능없고 노력 안하는 선수가 있겠습니까,  그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성실과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으로  그 성실과 끈기는  자기 정체성이랄까,  분명한 자기 철학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곧 무엇을, 어떻게라는 것을 지탱하고 지속시켜 줄 수 있는 '왜' 라는 것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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