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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22년 7월 3일 17시 49분 등록

50년전, 인생이란 기차에 올라탔었죠. 창문 밖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스쳐 지날 갈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날들이 많았어요.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기차는 정비를 위해 다음 역에서 멈추어 서고는 했는데요. 사람들은 간이역에서 기차가 멈추어 설 때마다 기차 밖으로 나가서 바람도 쐬고 일광욕도 즐기고 수다도 떨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어요. 기차가 다시 출발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는데요. 어떤 사람은 그 간이역에서 머물기로 했나 봐요. 그들이 타고 온 빈자리는 새로운 주인이 차지했어요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기차에서 내린 적이 없었어요. 혹시 내 자리를 빼앗길까 노심초사 했었죠. 무엇보다도, 이 기차의 목적지가 어딘지 불안했어요.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찾아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몇 해 전에 인생이란 기차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아냈어요. 그렇다고 크게 바뀐 것은 없더라고요. 다시 꽃이 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왔어요. 그렇게 지쳐 갈 때 즈음, 안내 방송이 나왔어요. ‘이번 역은 쉼표 역입니다.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살펴 보시고 안녕히 가세요.’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이번 역에서 나도 내려볼까? 아냐 아냐, 기차 안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 제 생각은 벌써 목적지에 어떻게 하면 빨리 도착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느라 분주해 있었어요. 기차 안에서 빠르게 걸으면 어쩌면 기차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단 착각에 빠졌던 거죠. 제 마음속에서 휴식, 쉼표, 여유 이런 단어는 금칙어가 된지 오래 되었어요.






중국에 어떤 부지런한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그는 농사를 잘 지어보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불타는 열정으로 밭에 식물들을 잔뜩 심었지요. 밭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요. 그의 몸에서 땀이 멈추는 날은 거의 없었어요. 어찌나 열심히 식물들을 관리하는지 온 마을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를 칭찬했어요. 그런데 이상하죠? 다른 집 밭의 식물들은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는데 유독 그 농부의 밭만 1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거에요. 마을 사람들 모두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농부의 하루 일과를 우연히 관찰하게 되었는데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농부는 하루 종일 온 정성을 다해 식물들을 관리했는데요. 과한 열정에 성질까지 급했던 농부는 밤이면 밤마다 밭에 가서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하나하나 뿌리를 뽑아 확인하고 다시 심어놓기를 반복했던 거에요. 오늘 하루 물을 주고 내일 꽃이 피지 않았다고 조급해 한 것이죠.






어떤가요? 여러분은 이 중국 농부의 어리석음에 헛웃음이 나왔나요? 하지만 저는 중국 농부 이야기를 듣고는 웃지를 못했어요. 이 중국 농부와 제가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죠. 인생 기차 안에서 빠르게 걷는 연습을 하면 남들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줄 착각하며 바쁘게 살았던 제 모습과 말이죠.






요즘 자청의 역행자란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이 책에는 이런 말이 나와요





열심히 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지 말자, 자위에 불과하다. 미라클 모닝도 좋고 가끔 밤을 세워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게 정말 나한테 맞는 건지 잘 판단해야 한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평범한 문장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저에게는 이 문장이 제 생각의 틀을 깨 부수는 문장이 되었어요. 맞아요. 저는 지금까지 열심히 뭔가를 해야만 성공하는 줄 착각하며 살아 왔던 거에요. 남들의 시선도 한 몫 한 것도 인정할게요. ‘이범용 요즘엔 게을러졌네? 습관 전문가도 나태해질 수 있구나~’ 이런 소리를 들을까 괜히 걱정부터 한 것이죠.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뇌를 최적화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어요. 뇌가 최적화가 되어야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행동으로 옮겨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이죠.






뇌를 최적화 할 수 있는 방법도 이 책에서는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가 바로 절대 잠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해요. 학자들은 최소 하루 8시간 이상의 수면을 권장하고 있는데요. 그래야 뇌가 최대치의 성능을 낸다고 해요. 왜냐하면 인간은 잠을 잘 때 그날 일어난 일들을 정리해 장기 기억으로 전환시켜 주기 때문에 그래요. 저도 그런 경험이 가끔 있었거든요. 잠에서 막 깨어 났는데 꿈 속에서 정말 끙끙 앓고 있던 문제의 실마리를 풀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이요. 그래서 잠을 잔다는 것이 절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란 말에 저도 잠을 무작정 줄이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결심했어요. 잠을 줄이고 일상 생활을 할 때 피곤하지 않은 날도 있지만 가끔 머리도 아프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날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요즘 저만의 최적의 수면 시간을 체크해 보는 실험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중입니다.






뇌를 최적화 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멍 때리기라고 해요. 여행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먼 곳을 바라 본다던가, 책상에 털썩 주저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창 밖을 바라보는 일, 샤워 하는 일 등이 멍 때리기 하기 좋은 방법이죠. 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면서 멍 때리기를 종종 하는데요. 몽상 모드에 돌입하는 거죠. 이렇게 멍 하니 운전대를 잡고 전방을 주시하며 달리면 어느 순간 글 쓰기 소재가 생각나기도 하고 유튜브 콘텐츠도 떠오를 때가 있어요. 정리가 더 잘되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 중에도 정말 열심히 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잠시 달리는 속도를 조금 줄여 보세요.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멍 때리기도 하면서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던 쉼표를 건져 올려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다시 안내 방송이 나오네요. 저는 쉼표 역에서 잠시 내렸다가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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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6 01:37:34 *.169.227.25

그래요 !  좀 쉬세요 ! 곁에서 바라보던 저도 많이 힘이 드는데, 당사자는 어떠했을까요 ?   그 생각을 했었어요 ! 우리 삶에서  빨간 신호등이 위험신호가 아니고 숙면과 멍때리기를 함께 하는 것 같은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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