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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5일 14시 34분 등록
화요편지 
#따로또같이 프로젝트 – 일단 정지, 짧고 간헐적인 땡땡이의 잔기술
202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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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덥습니다. 7월이니까요. 

숨막히게 덥고 습한 날이 계속되다 드디어 장마가 시작된 줄 알았더니, 그와 동시에 연일 35도의 폭염을 기록하며 열대야 기간에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하고도 ‘휴가 언제 가세요?’로 대화를 시작하는 계절이지요. 그래서 마음편지의 필진들은 한 달 동안 같은 주제로 편지 쓰기, ‘#따로또같이 프로젝트’의 7월 편지 주제를 ‘휴식 – 쉬어 가다’로 일찌감치 정해 두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오늘 휴식에 대해 써야 합니다. 그런데 아주 쉽게 생각했던 이 주제를 놓고 웬일인지 머리가 복잡해져서 여러분께 묻고 싶어졌어요.

‘쉬어가다’, ‘휴식’, 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여행, 휴양지, 충전, 안식년, 이런 것들일까요? 저도 머리를 좀 굴려보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뇌가 ‘쉼’이라는 주제에 1착으로 떠올리는 단어는 ‘땡땡이’더라고요. 잘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면서 ‘휴테크’라는 말이 유행한지도 한참 되었고, 제 주변을 봐도 맘 먹고 재충전을 하러 장기간 해외여행을 가거나, 안식년을 갖는다든가, 제주 한달 살기 등을 감행하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두 아들들의 엄마로 직딩 생활 2N년차인 저로서는 늘 그림의 떡입니다. 그래서 막내 녀석이 성인이 되는 내년을 엄청나게 고대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제게 가능한 쉼의 한도는 대개 땡땡이 정도인거죠. 덕분에 일상에서 실천하는 소소하고 큰 탈 없는 땡땡이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학교용 땡땡이, 회사용 땡땡이, 퇴근길용 땡땡이, 독박육아 & 살림지옥 탈출용 땡땡이 등등, 일상의 피로와 무기력에서 잠시마나 탈출구가 되어주는 땡땡이의 세계는 의외로 다양하거든요. 

그 중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땡땡이는 점심 시간을 활용하는 ‘뇌 리셋’용 땡땡이입니다. 코로나 이후 외부 미팅이 확 줄어서, 점심 시간을 활용하기가 좋아졌죠. 아침에 오자마자 쌓인 이메일에 답장을 하고, 계속 추가되는 업무들과 씨름하다 보면 오전은 순식간에 지나가죠. 이대로 일에 파묻히면 점심 먹으러 나갈 새도 없이 빵 쪼가리 하나로 때우게 되고, 쉼없이 일 하다 당 떨어지는 오후를 맞게 되면 업무 효율은 바닥을 치곤 합니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기획을 주로 하는 업무 특성 상, 오전에 주로 급한 업무들을 처리하고 오후에 굵직한 시간을 떼어 뇌를 풀가동하는 업무에 배치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점심 시간은 지친 뇌를 리셋(?)하기 위한 다양한 땡땡이를 시도합니다. 가능하면 나가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남은 휴식 시간은 혼자서든 동료와 함께든 근처 골목을 걷거나, 책방을 들르거나, 회사 옆 컨벤션 센터 등에 있는 상설 전시라도 둘러보며 열심히 걷습니다. 점심 시간을 틈탄 잠깐의 땡땡이로 걷고 보고 들으며 비워내는 시간을 가진 뒤 사무실에 돌아오면,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업무를 볼 수 있으니 꽤나 생산적인 땡땡이가 됩니다. 

퇴근 시간에도 땡땡이가 필요합니다. 회사 업무가 끝나는데 퇴근이 아니라 집으로 출근하는 게 아닌가 싶게 쌓인 일이 기다리고 있다면, 역시나 잠깐의 딴짓, 잠깐의 땡땡이로 일단 정지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가장 빠른 차편이 아니라 가장 인파가 적은 차편으로, 반드시 이어폰을 끼고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하며 조금 더 걷는 구간을 택합니다. 이 출퇴근 음악 감상 시간 덕분에 얼마나 많은 신곡을 접하는지, 멜*차트 100리스트는 물론 인디밴드의 최신곡까지 줄줄 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요맘때 퇴근길 땡땡이의 주제곡으로는 계절에 딱 맞는 불후의 명곡,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 단연코 제 원픽입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아이 입시가 끝나면, 이번 계약이 끝나면, 은퇴를 하면… 일상의 의무 앞에 번번히 주저앉지만 언젠가는 가고 말리라 매번 다짐하는 저의 휴식 로망은 ‘막내 고양이 녀석과 단 둘이 낯선 도시에서 딱 한 달만 살아보기’입니다. 지금은 도무지 엄두도 나지 않는 버킷리스트지요. 그래도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쭈욱 쉴 수 있는 그 날은 언젠가 올 것이기에, 약속의 그 날까지 이렇게 순간 정지 버튼이 되어주는 땡땡이의 잔기술을 연마하며 꿋꿋하게 버텨 볼랍니다. 오늘 오후는 비 올 확률 60%, 소나기가 예고되어 있네요. 더위도 스트레스도 모처럼 시원한 빗줄기와 함께 깔끔하게 씻겨 내리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떠날 수 없는 당신을 위한 땡땡이를 부추기는 오늘의 편지는 레드벨벳의 ‘빨간 맛’을 함께 들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yiIGEHQP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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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me a break!"

 



IP *.240.3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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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6 01:14:38 *.169.227.25

전 빨간 신호등이 생각나네요 !  전환점에서 멈추어 서서 생각해보는,,, 그런, 조급하지 않고 생각을 넘어설 수 있는 경계 그 신호등 앞에서 현실 속의 나는 쉬고,  다른 세상으로 눈을 뜨고 꿈을 꾸고 있는 나는 환상을 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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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6 16:33:01 *.166.254.112

빨간 신호등!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생각하는 땡땡이의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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