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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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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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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7일 17시 21분 등록

(*이번주는 마음편지 필진이 <휴식_쉬어가다>를 주제로 함께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나요?


몸이 피곤하고 지칠 때도 그렇지만, 저는 특히 시야가 좁아질 때 ‘이제 휴식이 필요하구나를 절실히 느낍니다.

일에 매몰돼 바쁘게 지내다보면, 해야 할 일들에 둘러싸여 당장 처리할 것들만 생각하게 됩니다. 시야가 꽉 막히면서, 두루두루 보고 넓게 생각하는 게 어려워지죠. 그러면 한 치 앞만 보며 동동거리며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저는 '시야를 확장시킬 줄 아는 능력'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야視野'시력이 미치어 볼 수 있는 범위'를 말하는데요, 시력보다는 '생각의 범위 및 깊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시야가 좁아진다는 건, 뇌가 사물을 인식하는 범위가 좁아진다는 겁니다. 시야가 좁아지면 맹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죠. 맹목은 좁은 식견으로 모든 걸 판단하려 할 때 생깁니다. 눈이 어두우면 앞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식견이 좁으면 시야가 좁아지고 그러면 마치 눈을 감고 길을 가는 것처럼 상황을 파악하거나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합니다. 


시야가 좁아진다고 뭐 큰일 나나요? 당장, 큰일은 안 납니다. 하지만 두루두루 살피는 힘이 없어지면 세상을 균형있게 보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다보면 작은 것에 집착하거나, 소중하지 않은 것에 맹목적으로 매달리기 쉽습니다. 넓게 보지 못하니 전체 흐름도 읽어낼 수가 없지요. 지금처럼 자고 일어나면 변하는 시대에는 시야를 넓게 확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판의 흐름을 읽어낼 수가 없으면, 앞일에만 급급하게 되어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이없는 실수를 하거나, 어리석은 선택을 할 확률이 늘어나겠죠.

 

여유를 갖지 못하거나 제대로 쉬지 못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걸 느낍니다. 그럴 때면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다시 넓히려고 합니다. 제가 평상시 자주 쓰는 방법은 6가지가 있습니다. 1)책읽기, 2)여행하기, 3)바람쐬기, 4)멍때리기, 5)높은 곳 올라가기, 6) 죽음을 생각하기 등이 있습니다. 다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오늘은 책읽기와 멍때리기 두 가지를 우선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책인데요, 저는 현실에 바탕을 둔 스케일이 큰 책을 즐겨 읽습니다. (단편, 호러, SF는 거의 읽지 않는데, 스케일이 너무 작거나 현실감을 별로 느끼지 못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토지>, <임꺽정>, <삼국지>, <수호지> 같은 대하소설이죠. 또 스케일이 큰 무협지도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 즐겨 읽은 책은 무협지의 대부 '김용' 작가가 쓴 <대평원>이라는 책입니다. (이연걸 주연의 영화 <의천도룡기>의 원작이기도 하죠.) 7권짜리 시리즈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20대 후반까지 족히 100번은 넘게 읽은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달달 외울 정도로 읽었죠. 중국의 원말명초라는 실제 역사적 배경에 드넓은 중국 땅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스케일이 장대하다 못해 어마무시합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마치 마법처럼 제 눈앞에 웅장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주인공과 함께 모래사막을 내달리기도 하고, 천리에 걸쳐 펼쳐진 장대한 곤륜산맥을 구름처럼 가볍게 타고 내리며 달리기 시합도 합니다. 그러다 수 백칸이나 되는 호화 대저택에서 진탕 먹고 마시며 호탕하게 놀기도 하죠. 당대 최고 무림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말을 타고 중원을 떠돌기도 하고, 강에 배를 띄워 밤새 술도 퍼마십니다. 가끔 죽을동 살동 목숨 걸고 승부를 겨루기도 하는데, 그렇게 주인공들과 뒹굴며 놀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립니다.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말이 뼛속까지 체감되죠.


무림세계에서는 죽고 사는 일도 큰 일이 아니고, 배신을 당하는 것도 큰일이 아니며, 가끔 뼈아프게 패배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도, 곧 알게 됩니다. 이렇게 책을 통해 드넓은 강호의 세계로 한 번씩 다녀오면 좁아졌던 시야가 확, 트입니다. 그러면 답답하고 갑갑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더라도, 다시 힘차게 살아갈 용기와 힘이 생깁니다.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삶이라는 것도, 실상 별거 없구나 만만해집니다. (아, 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읽고싶어지는군요)

 

그 다음에 많이 하는 건 멍 때리기입니다. 멍 때리는 건 우리의 정신건강에도 필요한다데요, 심리학자 산디 만(Sandi Mann) 교수는 시간날 때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SNS를 탐험하기보다 공상하라고 조언합니다. 공상하거나 멍때리는 시간이 우리의 무의식을 해방시켜 더 자유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멍 때리기에도 종류가 있죠. 크게 소극적인 멍과 적극적인 멍이 있습니다. 차마시며 멍때리는 차멍, 불을 바라보는 불멍은 가만히 앉아서 하는 소극적 멍때리기고, 숲을 거닐며 멍때리는 숲멍이나 바람맞으며 멍때리는 바멍 등은 움직이며 하는 적극적 멍때리깁니다. 적극적 멍때리기는 적극적인 쉼입니다. 


자꾸만 조급해지거나,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지게 되면 일단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갑니다.

자극을 심하게 받을 땐 주로 자전거를 타는데요, 한두 시간 자전거를 타다 보면, 마치 바람에 날려가듯 꽉 차 있던 생각과 감정도 날아갑니다. 마치 막혀있던 혈이 뚫리는 것처럼 마음이 뚫리게 되죠. 생각이 너무 많을 땐 숲으로 갑니다. 좋아하는 나무 사이를 거닐다 보면 들끓던 생각들이 조금씩 가라앉으며 시야도 조금씩 트입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하던 마음에 틈이 생기고, 좋은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하죠. 화가 많이 일어날 때는 뜁니다. 뛰다보면 누가 머릿속에 생각용해제를 뿌린 것처럼 생각이 녹아 없어집니다. 빈 공간이 생겨나죠. 이렇게 몸을 움직이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생각이 일시정지합니다. 그때 저는 좋은 생각들이 정말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쉬기도 있지만, 그보다는 몸을 움직여 멍때리는 걸 더 즐깁니다

 

지난 몇 달간은 일하느라 정말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여유도 없어지고, 표정도 굳어지고,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이더군요. 그래서 다시 한번 멍 때리며 재정비할 시간을 갖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시야를 넓힐 때 쓰는 2가지 방법, 여행과 멍때리기를 조합하기로 했죠. 이번 7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한 달 동안 인도네시아 발리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간 몇 번의 번아웃을 겪으면서, 질 좋은 쉼을 해주지 않으면 더 힘들어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질 좋은 휴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끔씩 마음을 비우고 시야를 넓히는 여유를 적극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를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건 멍때리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쉬고 있으신가요

오늘 하루, 그간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위해 여유가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떠세요

모두, 질 좋은 쉼이 깃든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IP *.56.1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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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8 14:15:11 *.23.145.168
선생님이 바쁘신데 일조하느라고 즐거웠습니다^^제가 살아왔던 방식이 현재를 해결하는데 집중되었다면 선생님은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계신 것같아 부러움을 느낍니다. 수업 중에 말씀하신 것 중에 저에게 맞는 것을 찾아 실천하면서 시야를 넓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선생님의 수업은 늘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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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18:27:59 *.181.106.109

제 수업이 신선하게 다가오셨다고 하니, 좋네요. 깊이 생각하고 세심하게 생각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넓게 볼 수 있는 힘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야를 좁힐 줄도 알고 넓힐 줄도 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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