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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06년 7월 17일 22시 32분 등록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와 앉는다. 아무 말도 없다. 그는 학생들을 쳐다보고 학생들도 그를 바라본다. 처음에는 약간의 키득거림이 터져 나오지만 교수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강의실에는 다시 깊은 침묵이 흐르고 아주 작은 소리도 감지된다. 강의실 구석에 있는 라디에이터의 웅웅대는 소리, 어떤 학생의 코로 숨쉬는 소리, 다른 학생이 볼펜 굴리는 소리 같은 것들이 들린다.

학생들 가운데 몇몇은 안절부절 못 한다. ‘언제 교수님이 말씀하시려나?’, 학생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시계를 쳐다본다. 몇몇은 어색함을 피하려고 창 밖을 내다본다. 이런 상황이 15분 넘게 계속되다가 마침내 교수님이 속삭이는 듯 말한다.

“지금 이 강의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교수는 오늘의 토론 주제가 ‘침묵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교수가 의도한 대로 토론이 시작된다.


매체와 메시지가 늘어나면 소음도 늘어난다. 소음은 부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면 침묵이 소음처럼 된다. 소음과 침묵이 자리 이동을 한 것이다. 우리는 침묵에 어색해한다. 누군가를 만났는데 서로 말이 없으면 이상해진다. 작은 모임에서 모두의 입이 닫히는 순간, 묘한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흥미롭게도 잘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일수록 침묵은 어색한 것이 된다. 침묵에 대한 반응은 관계의 깊이를 재는 척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친한 사이일수록 침묵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침묵 속의 행동 역시 자연스럽다. 말이 없어도 편안하다.

침묵은 말의 무게를 더한다. 그래서 침묵을 배경으로 나오는 말은 크게 울린다. 저 교수의 말처럼. 그런 말은 소음과 자연스럽고 확실하게 구별된다. 침묵은 생각(경험)의 무게를 더한다. ‘침묵에 대해 침묵으로 알려준’ 저 교수는 알고 있었다, 깊은 통찰은 침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핵심에 다가가려면 집중해야 한다. 침묵은 집중을 도와준다. 핵심이 생각에 녹으면 언어의 재료가 된다. 비로소 자신의 글과 말을 갖게 된다. 말을 줄여보고서야 침묵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침묵할 때와 말해야 할 때를 잘 아는 것은 내게 어렵다.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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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7.18 19:41:11 *.225.18.107
소음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나는, 계속 소음에 노출되면 정서불안에 빠질 정도예요.

묵언수행이 있는 것을 보면, 침묵이 자기성찰의 한 통로인 것같기는 한데, '말 하지 않는 것이라면 자신있는' 나는 , 도무지 재미있게 말할 줄 모르는 나는, 침묵보다는 win-win하는 유머, 한 번 같이 웃고나면 대책없이 가까워지는 웃음의 위력.... 이 더 크게 느껴져요.

그러니까 나보다는 승완씨가 갖고 있는 장점이 더 많은 거지요.
둔내에서 "엄서요" 하는데 얼마나 웃기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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