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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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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0일 08시 48분 등록
세상을 사랑하는 작은 방법

세상 험했던 시절 시국사범으로 오랜 시간 옥고를 치르신 노(老) 은사가 한 분 계십니다. 여든에 가깝도록 승용차 한 번 소유해 본 적 없이 오로지 대중교통만 이용하신 분이셨지요. 수십년을 들고 다녀 낡고 헤진 선생님의 책가방을 보면서 우리는 당신의 검약과 간소한 일생을 닮고자 했습니다. 대학원 시절 선생께서는 행정철학을 강의하셨는데, 독특하게도 해방신학에 대한 세미나를 포함하셨습니다. '책으로 공부하는 자들에게도 실천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시려 한 뜻으로 기억합니다.

학기 끝 무렵, 지금처럼 홍수로 한강의 다리 일부를 통제할 위기라는 보도가 있던 날 열린 수업에서 제자들은 당신은 다음과 같은 질문 하나를 토론 주제로 주셨습니다. "천당에 가는 사람과 지옥에 가야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신앙을 갖지 않은 저로서는 주로 듣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주장과 토론을 지켜 보신 뒤, 선생께서 지으신 마무리가 제 가슴엔 아직도 강렬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대강 이런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단순화의 오류는 있을 수 있으나, 흔히 주님을 믿느냐 안믿느냐가 그 기준이라 말들 하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네. 그 만큼 혹은 그 이상 중요한 기준이 있다고 나는 믿네. 그건 여러분의 마음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곤경이 곁에서 일어나고 있을 때, 여러분이 그 손길을 내밀어 사랑을 실천하느냐 외면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고 나는 믿고 있다네."

당신이 줄창 지니고 다니신 그 헤진 가방의 사연이 무엇인지, 또 왜 그토록 긴 옥고를 치르셔야 했는지의 연유를 그날 이 수업을 통해 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검약을 통해 세상에 기부하고, 양심적 사회과학자로서 바른말, 바른 실천을 하시는 것이 당신의 철학이었기 때문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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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비가 왔습니다. 도심보다는 자연 가까이에 삶의 터전을 잡은 분들의 홍수피해가 극심합니다.
홍수피해에서 자유로운 곳에 사는 지금, 홍수나던 날 선생께서 주신 가르침이 다시 떠오릅니다. '우리의 마음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곤경이 곁에서 일어났습니다.' 누구는 성금으로, 누구는 복구를 거드는 일 손으로 작은 사랑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작은 방법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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