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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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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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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2일 08시 18분 등록
책 읽기 딱 좋은 계절입니다. 포도주처럼, 묵향처럼 깊은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여러 권의 책을 주문했습니다. 제가 좋은 책을 선별하는 확률이 제법 높은 편인데, 맙소사! 이번에는 반타작도 못했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맞지 않는 책을 무리하게 욕심을 내서 읽어보려는 마음이 컸다 봅니다. 그러고 보니 책을 맛깔스럽게 읽어본 기억이 오래된 듯합니다. 근래에 그나마 재미있게 읽은 책이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 김훈의 ‘강산무진’정도입니다. 문제는 요즘 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책을 대하는 정성이 부족했습니다.

책은 책이고 나는 나라는 ‘따로 국밥’ 생각이 책 읽기의 피로도를 높이는 게 아닌가 짐작을 해봅니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똑바로 보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 마음이 멀어진 듯합니다. 사실 책을 읽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독서는 맹자가 말한 것처럼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독서는 자신의 마음 속으로 깊이 들어가 진정한 나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의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는 좋은 이야기 두 가지를 우연히 찾았습니다. 모티머 J. 애들러는 책을 읽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보낸 연애편지라고 생각하며 읽어보라고 합니다.

“사랑에 빠져서 연애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읽는다. 그들은 단어 한마디 한마디를 세 가지 방식으로 읽는다. 그들은 행간을 읽고, 여백을 읽는다. 부분의 견지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의 견지에서 부분을 읽는다. 콘텍스트와 애매성에 민감해지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해진다. 말의 색깔과 문장의 냄새와 절의 무게를 알아차린다. 심지어는 구두점까지도 고려에 넣는다.”

그(녀)의 연애편지를 읽을 때만큼 흥분하고 집중하는 때도 없는 듯합니다. 모든 감각과 생각을 동원하여 진짜 의미를 깨닫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곱씹어봅니다. 맹렬하게, 저자라는 애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생각에 생각을 더하여 깊이 읽어야겠습니다.

“아빠, 그 책 열라 재미있어.”
우리 아이들이 읽는 책꽂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책 먹는 여우’. 아동도서에서는 꽤 유명한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금새 읽어 보니 일단 스토리도 탄탄하고 그럴만한 이유가 여럿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여우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책을 먹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책 먹는 걸 너무 좋아하여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고 책을 구입하여 먹었고, 도서관에 출입하여 몰래 책을 먹었습니다. 급기야 길거리의 광고지와 싸구려 신문지, 때로는 폐지 수집함을 뒤지게 되고 영양실조에 걸립니다. 결국 동네 서점을 털다 여우는 감옥에 갇히게 되고 ‘독서금지’라는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긴 절망의 시간 속에서 여우는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직접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여우는 우여곡절 끝에 책을 출판하게 되었고 여우가 쓴 작품은 유명해져서 온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고 여우는 큰 부자가 됩니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깨달음을 한 가지 얻었습니다. 여우는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소금과 후추라는 자신만의 고유한 조미료를 뿌리고 책을 먹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 내용을 곰곰이 음미하면서 읽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읽은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봐야 독서의 의미가 없다고 전해줍니다.

책은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천천히 읽는다는 것은 깊이 읽고 또한 넓게 읽는 것입니다. 사랑스런 그(녀)의 연애편지에 맛깔스런 조미료를 치면서 읽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책의 구석구석을 음미할 수 있는 ‘섬세한 손가락’과 저자를 단박에 KO시킬 수 있는 ‘용감한 주먹’이 책 읽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소양이 아닌가 싶습니다.


[직장인들을 위한 레인보우 파티(Rainbow Party)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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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1.13 01:00:08 *.70.72.121
연애 편지만으로도 좋은데 조미료까지?

겨자소스, 하이라이스에 끼얹는 소스 이름이 뭐더라? 데낄라를 마실 때 컵을 빙둘러 황설탕을 발라 놓기도 하고 그러면 더 맛있었지.

스산한 창밖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천천히 음미하며...

조미료하면 미원, 미풍, 다시다, 맛나 이런 것들만 떠오르는 것이 문제.

다양한 조미료와 향신료가 많고 각각 어울리는 음식도 다른데...

책, 맛있게 읽는 법. 구미는 당기는 데, 당장에 책장 넘기기 바빠서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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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곤
2007.11.13 11:04:06 *.99.202.220
데낄라 마실 때 황설탕을 발라 놓는다고? 금시초문이오. 손가락에 소금 묻혀 놓고 '살루~'하고 소리 지르며 술 마시고 손가락 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오.

그런데, 사실 책을 읽을 때 연애편지에 조미료를 치면서 읽는 공력이 필요하긴 하오만 그렇게 읽고 싶어질만큼 감동적인 책을 운좋게 만나기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않소. 또 그런 책이라해도 그런 마음으로 읽기가 솔직히 쉽지않소. 그렇지만 여전히 책읽기는 나의 힘이요, 위안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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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니
2007.11.19 08:46:41 *.128.229.81
후루룩~냠냠 쩝쩝.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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