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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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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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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30일 06시 38분 등록

책을 읽다보면 눈이 머물러 떠나지 못하는 대목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구나. 정말 그렇구나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오래 서 있습니다. 그 장면들 중 하나를 클립해 두었습니다.

1973년 8월 어느 날, 3천명의 휴가객들이 대형호텔에서 이른 저녁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저녁 8시 1분, 섬머랜드는 거대한 연기 기둥 속에 싸이기 시작했다. 8시 20분 현장에 도착한 BBC 카메라 팀은 이 아비규환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최대의 화재 사건으로 기록된 이 날의 사건이 종료되었을 때, 최소한 51명이 사망하고 400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몇 년 후 조나단 사임 Jonathan Sime 이라는 심리학자는 화재당시 불타는 호텔의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 불길과 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흩어져 혼자 출구를 찾는 강한 자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까 ? 그렇게 추측할 지 모른다.

그러나 사임의 연구 결과는 달랐다. 화재가 발생하자 가족 단위의 휴가객들은 엄청난 효율성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혼란의 와중에서도 서로를 잃지 않고 함께 도망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같이 온 사람들끼리의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았다. 가족들의 2/3는 함께 움직였지만 친구끼리 온 사람들은 불과 1/4만이 서로 찾았다. 화재 시점에서 서로 떨어져 있던 가족들은 혼란의 와중에서도 필사적으로 서로 찾았고 심지어는 출구의 반대편으로 가기도 했다. 어떤 희생이라도 각오했던 것이다. 사임은 이렇게 말한다.

“ 결과적으로 가망이 없는 상황, 완전한 패닉에 의해 심리적 결합의 붕괴가 일어난 상황에서도 절반의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가족들의 마음 속에는 원시시대의 신뢰가 깃들어 있다. 그날 섬머랜드에 혼자 왔거나 친구끼리만 온 사람들이 더 많았더라면 사망자 숫자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

우리가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아들이고 딸이라는 것, 손자손녀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라는 것, 그리고 형제이며 자매라는 뜻이 그런 것입니다. 때때로 가족이 짐이고 자유의 방해자이고 매일 만나야하는 적군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애증이 서로를 낳지 못하면 진정한 결합도 없을 것입니다. 가족은 대관령 황태 같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군요.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추운 겨울을 나야 찌든 속을 풀어내는 깊은 맛을 지니게 되니까요.

오늘은 있던 약속 홀연히 다 깨 버리고, 가족과 함께 술 한 잔 하세요. 진짜 함께 마셔야할 사람을 오래 홀로 놔두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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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연 일동
2007.12.01 19:49:41 *.70.72.121
네~~~~~ 이제부터라도 혹은 앞으로는 더욱 명심 銘心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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