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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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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일 07시 59분 등록
가을비 오는 밤에 가슴을 흠뻑 적시는 음악영화 한편을 보았습니다. 인디영화 ‘원스’(Once). 한 시간 반의 런닝 타임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 심금을 울립니다. 오랫동안 여운이 가슴에 남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잿빛 분위기의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에서 노래를 하는 무명 가수와 거리에서 꽃을 파는 가난한 여인의 사랑의 감정을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특유의 애잔한 음악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영화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음악입니다. 음악이 시나리오와 영상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이야기합니다. 그와 그녀가 만난 지 이틀째, 악기 가게에서 즉석으로 노래하게 됩니다. 남자 주인공의 오래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그의 애절한 목소리가 피아노를 치며 화음을 넣어 주는 그녀의 촉촉한 음색과 무척 잘 어울립니다. 음악으로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노래에 저의 마음도 무장해제되었습니다. 새삼 음악의 힘을 실감합니다.

음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매력적인 선물입니다. 음악은 소리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가끔 두 딸과 산에 올라가서 노래를 듣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밝고 경쾌한 노래자락이 어느새 좌중을 휘어 잡습니다. 금새 등산객들과 이웃이 된 듯하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모든 예술을 통틀어 음악을 가장 위대한 예술로 뽑는 이유가 바로 이 무한한 소통능력 때문이 아닐까요?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은 우리에게 ‘그냥 듣는 것’과 ‘주의 깊게 듣는 것’을 구분하도록 한다고 합니다. 음악은 우리에게 마음을 다해 경청할 것을 요구합니다. 음악은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명령합니다.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음악을 통해 우리는 가슴 깊은 곳의 감성을 표출합니다. 꿈꾸고, 울고, 분노하고, 외로움을 달래고, 즐거워합니다. 단 한 곡의 노래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철책선을 앞에 두고 어두운 밤하늘을 보며 읊조렸던 그 노래, 동물원의 ‘잊혀진다는 것’. 제 가난한 젊은 영혼을 따뜻하게 보듬어 준 엄마 품이었습니다.

음악은 추억입니다. 음악은 잊어버린 과거를 되살려주는 묘약과도 같습니다. 학창시절에 들었던 음악은 지금 들어도 그 때 그 감성이 살아납니다. 저는 그 시절의 음악적 감수성이 평생을 간다고 믿는 편입니다. 살면서 그것을 조금씩 꺼내서 사용하는 것이죠.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는 우연히 발견한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레코드 판을 방송실에서 틀어줍니다. 적막했던 감옥 안에 한 여자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죄수들은 넋을 잃고 그 자리에 한 동안 서있습니다. 감옥은 무너지고 죄수들은 새가 되어 날아갑니다. 저는 이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음악이 주는 자유였습니다.

이 음악영화를 보고 난 후 어느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노래는 두 사람의 심산(心酸)한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이고,
신산(辛酸)한 나날을 감싸는 이불이며,
실산(失散)한 꿈을 깁는 바늘이다.
음악 외에 대체 무엇이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을까’

인생을 즐겁게 사는 법, 그것은 음악입니다. 음악이 주는 감동에 흠뻑 젖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되길 노래합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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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10.01 09:17:24 *.209.102.210
정말로 음을 모르는 내가, 가장 무지하고 가장 부러운 영역이
음악이지요.
어디선가 추천을 들었는데, 두번 째로 접하니,
그 영화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을맞이 문화행사'의 하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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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7.10.01 15:34:00 *.92.16.25
요즘 이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멀리 퍼지나봅니다. 우리 변경연에도 도윤이, 소라가 벌써 봤고 옹박도 예매했다네요. 꼭 보세요. 올해 만난 최고의 영화입니다. 누님도 좋아라 할 거 같은데...누님, 음은 안다는 거라기 보다는 그냥 느끼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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