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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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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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5일 09시 11분 등록
어두컴컴한 새벽에 길을 나섰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명에 제 빛을 잃은 가로등이 꼼짝없이 서있습니다. ‘월척 붕어빵’이 또렷하게 새겨진 천막의 나풀거림이 제법 을씨년스럽습니다. “아빠, 추워, 무서워, 안아줘” 성냥팔이 소녀마냥 작은 아이의 귀여운 보챔이 없었다면 아마 싸늘한 가을새벽의 고요함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겁니다.

따끈한 김밥 한 줄을 사고 천안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한참을 단잠에 취하다가 고개 들어 바라 본 창 밖은 화창합니다. 길가에 코스모스 하늘거리는데 대책 없이 하늘을 보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를 외로움이 휑하니 스쳐갑니다. 어느 시처럼 저의 모습이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습니다. 이 정체 모를 고독이 대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외로움은 떨쳐버려야 할 그 무엇이었습니다. 달갑지 않은 손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외로움은 우리 삶의 순간순간마다 찾아왔습니다. 왜 일까요? 나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조용히 홀로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이 사라질 때 갑자기 외로움이 찾아옵니다.

하여 외로움은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입니다. 파스칼이 말한 것처럼 인간의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가 휴식할 줄 모르는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외로움은 힘입니다. 사람을 강하게 만듭니다. 홀로 설 수 있게 합니다. 외로움은 미래에 대해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속삭여주는 것입니다.

해질녘 먼 들판의 어스름이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가을 들판이 샛노랗게 아늑합니다. 주홍빛 단감이 무르익는 마을에는 단내가 진동합니다.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저 싱그러운 열매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니 마음 한 켠이 부끄러워집니다. 수고 없는 기쁨이 있을까요?

다산 정약용이 황상에게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저도 찬란한 설렘을 위하여 마음을 다해야겠습니다. 두 번째 책을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가을이 오면 외로움과 설렘, 두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가을에 삶에 더 충실하고 뜨거울 수 있도록 홀로 있게 하소서.
이 가을이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하여 부지런한 시간이 되게 하소서.


[공지사항]

변화경영연구소의 박노진 1기 연구원이 '음식보다 마음을 팔아라’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연구원의 6번 째 책입니다. 오랫동안 식당을 하면서 그가 겪은 산전수전의 경험이 한 권에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항상 사람들에게 왕창 퍼주는 그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좋은 책입니다.

구본형 소장님의 추천사 한 도막을 소개합니다.
‘직장에 다니다 나와 막막하여 식당이나 해볼까 생각하는 사람은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개점휴업 상태에 있는 식당 주인도 밥벌이의 위협으로부터 반전을 꾀하기 위해 필독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오지 않는 손님을 오게 하기까지 자신이 흘린 땀과 눈물로 터득한 경험적 지혜들의 모음이다.’

자세한 안내는 홈페이지 (www.bhgoo.com) 공지사항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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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10.15 14:23:10 *.70.72.121
독종의 여린 속앓이를 지켜봅니다. 나도 있다. 이 엄살쟁이야...

그리고 벅찬 가슴으로 기대해 봅니다. 그의 두 번째 책. 나는 그 책이 자네에게 딱!!! 제격이라고 생각한다네. 천기누설인데 대박 예감, 빅 히트일 걸세. 완성될 때까지 시침떼고 힘 모아 주시게. 옴마니반메옴!!!()

시 한 수 보내네. ㅋ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벗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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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7.10.15 18:06:38 *.92.16.25
내 누이 말을 철썩같이 믿겠소. 누이의 뜨거운(?) 관심만큼 누이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오.

내가 좋아하는 시인데 어찌 이렇게 절묘한 시점에 뽑아드셨수. 시처럼 흔들리면서 세상을 보고 싶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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