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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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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4일 10시 40분 등록
난 잃어버렸지 오래 전
푸른 하늘 아래 뜨겁던 나를
이제는 일어나 나의 꿈 찾아서 갈테야
세상에 던져진 내 가슴
숨죽인 채 길들여져만 왔지
내 손을 잡아 지친 내 친구야
구름 저편에 태양은 비추잖아
이젠 날아가는 거야 하늘 끝까지
그래 노래하는 거야 즐거운 나의 인생아
-영화 “즐거운 인생”OST 중에서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이준익 감독이 제작한 영화 ‘즐거운 인생’을 가족들과 관람을 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 “라디오 스타”에서도 그렇듯이 개인적으로 저는 눈물과 웃음을 한꺼번에 던져주는 스타일의 영화가 좋습니다. 사회생활에 찌든 40대 가장들의 통쾌한 반란(?)을 다룬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40대 아저씨여, 일어나 쇼를 하라’고 선동하는 불온(?)한 영화이지만 리얼리티와 상관없이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떤 스토리가 감동이 있는 건 나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대학시절 록밴드 ‘활화산’을 했던 이들은 세월이 흘러 어느덧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40대가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잘려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는 아내에 기대어 하루 만원 용돈을 받아 살아가는 실업자, 명예퇴직을 한 후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허리가 휘도록 뒷바라지하기에 여념이 없는 평범한 가장, 집을 팔아 캐나다에 아내와 자식을 유학시켜 놓고 중고차 대리점을 운영하며 쓸쓸하게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는 우리 주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친구들이 죽은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만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서서히 지피게 되면서 밴드를 20년 만에 다시 만들고 마침내 아주 흥겨운 콘서트를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영화에서 또렷하게 기억나는 명장면이 있습니다. 세 친구가 아카펠라를 하면서 카센터로 들어오는 장면인데, 현실의 짐을 벗어 던지고 순수한 모습으로 하모니를 맞추는 걸 보면서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고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한 때 밴드를 한다고 친구 집 창고에서 기타와 시름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허름하고 쾌쾌한 냄새가 진동했던 공간이었지만 정말 열정이 있고 꿈이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적어도 즐거움의 언저리에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가 회사에서 짤리고 밴드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안돼, 아빠는 돈을 많이 벌어야 돼. 그럼 우린 뭘 먹고 살아?”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두 딸의 단호한 대답에 영화를 보여 준 보람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제부터는 진짜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나고 현실과 타협하여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저의 모습이지만 과연 내가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이 가슴에서 솟구쳤습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부터 주말 내내 이 영화가 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저녁 무렵 문득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인생, 다시 되돌아 갈 수 없어서 그만큼 소중한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걸 찾기도 힘든 인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인생. 그렇지만 인생 뭐 있어. 나에게 덧씌워진 삶의 무게를 결코 외면할 수 없지만 이거다 싶으면 한번 해보는 거야. 왜 꿈만 꾸는 거야? 꿈이 있어야 하지만 열정이 없으면 안되잖아. 너도 밴드 만들어 멋있는 공연 보여 주고 싶잖아. 나이가 많다고 자유와 꿈을 좇아가지 못할 이유가 아무 것도 없잖아.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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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09.24 19:04:50 *.70.72.121
칸 선배 아우님,
명절 잘 쇠시게나.

그대 일상은 늘 즐거운 노래 일세.
삐약이 재아와 의젖한 재은이 무럭무럭 쑥쑥 높은 음으로 자라고
여우 같은 마누라님의 잔소리 낮게 깔리며 그대 고삐를 지켜주지 않던가.

그보다 더 나은 더 좋은 세상의 노래는 없다네.
너무 익숙하여 무감각한 되돌림표에 그저 흥얼흥얼 반복되는 노래 같지만
어기야 기여차 뱃고동보다 힘차고 제트비행기보다 경쾌한 신나고 즐거운 노래 속에 파묻혀 있음을
가을이 깊어갈 수록 빠알간 능금처럼 알게 될 것이네.

한가위에도 자네 집안의 은쟁반에 옥구슬 또르르 굴러가는 노래 소리, 웃음 소리 까르륵 낄낄 호호 넘쳐나길 바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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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09.24 23:25:57 *.252.102.126
그 영화 ..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이준익감독은 아무래도 락음악을 좋아하는 듯 합니다. 라디오스타에서는 노브레인이, 그리고 즐거운인생에서는 트랜스픽션이..영화를 보는 내내 콘서트를 보는 듯 했고, 가슴이 확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밴드 그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저도 했네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영화 속에 그려진 아버지들의 모습이 현실이란 것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행복해지려면 남을 의식하지 말라는 말..역시 이 영화에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즐거운 인생을 살려면 남을 의식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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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7.09.25 17:45:28 *.56.19.4
누나 이야기를 들으니 라즈니쉬가 말한 구절이 어렴풋이 떠오르네. 노래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저절로 노래가 나오는 인생이 진짜라고. 안 그래도 어제 대가족이 노래방 가서 세 시간을 노래했는데, 평소에 노래 한자락 하지 않으시던 아버님이 '사모곡'을 구성지게 부르는데 캬~ 노래 부르니까 즐거운 인생이 되는 거 맞습니다.

앨리스님, 영화를 보고난 후 느낌이 저랑 이렇게 똑같을 수가... 맞습니다. 다른 사람의 잣대로 자기 인생을 재단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럴수록 자신은 사라지고 행복과 멀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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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보내고 난 후 메일을 받은신 분 중에 한분이 저에게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병원에 근무하시는 분인데 회사에서 음악동아리를 하시는 분입니다. 저에게 이전에 본인이 작곡해서 공연했던 동영상을 보내왔습니다. 프라이버시 관계로 공개해 드릴 수는 없지만 노래가 수준급입니다. 변경연에 밴드가 만들어지면 꼭 끼워달라고 하십니다.^^ 아~ 쪼까 고민이 되지만 진짜 "즐거운 인생"을 위해 변경연 밴드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인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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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25 19:42:38 *.70.72.121
나는 한 때 음악치료대학원에서 음악심리학과 음악치료개론을 조금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무척 하고 싶었지만 여러 정황상 계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요지는 뭐냐면,

음악은 모든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모든 이들에게 치료/치유가 되며 모든 이들로 하여금 소통과 커뮤니티가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타악기는 치유에 아주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 가운데서 드럼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고 크게 작용을 하며 효과도 만점입니다.

현대인은 어찌보면 풍요 속의 빈곤과도 같은 목마름과 스트래스에 쫓겨 살아가기 일쑤입니다. 안에서는 안에서 대로, 밖에서는 밖에서 대로 이리 저리 치이고 부대끼며 살아가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바로 그런 상황들에 대한 치유를 목적으로 음악치료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우리 나라에 도입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아요. 10년 남짓 하니까요. 그 전에는 전문 기관이 없었거든요.

병칸 아우님이 칸이라는 애칭을 갖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드넓은 몽골 초원을 말 달리면서 제국의 왕이 되어 초원을 정벌해봐야 겠다는 혹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세파을 헤치고,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다짐과 굳은 결의로서 진지하게 여행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물론 만만치 않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적으로 일말의 심난함과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겠지요. 그 선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더러는 숨막히고 버겁기도 할테니까요.

병칸 아우님에게는 어울림의 조화테마가 있는 것 같아요. 내면의 열정을 오래된 기타 하나와 흘러간 몇 가닥의 흥얼거림으로 대신하였지만, 그의 내면의 불 같이 솟구치는 갇힌 열정과 잠자는 꿈이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리더에게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나는 병칸아우님의 특강점은 여러 사람들을 한 곳으로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에는 재능이 필요합니다. 물론 글도 잘 쓰지요. 그러나 그것만이 내면에 잠재해 있는 기질이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더 많은 능력들과 재능과 강점이 아직도 많이 잠재한 채 떠돌거나 자고 있을 지 몰라요.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잠만 재우다가 죽어버리게도 하지요.

다행이 우리가 선택해 찾아든 변.경.연은 바로 그러한 내면의 울림들에 귀 기울이고 끄집어 내서 분발하도록 돕고, 제 길을 찾아 더 한층 밝은 곳으로 이끌어, 전체적 조화와 재능, 강점과 경험, 기질들의 총체적 시너지를 활성화 하고 북돋우는 가운데 더 나은 내일에의 삶에 충족하고, 어제보다 아름다운 일상을 창출해 나가기를 저마다 찾고 돕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병칸 아우님께서 주어진 직업에 대한 일도 열심히 하고 글도 잘 쓰면서 일상을 활기차고 재미있고 멋있게 영위하며 스트래스나 번뇌를 다스릴 수 있는 훌륭한 대안으로, 예전에 즐겨 했고 더 잘 하고 싶었던 드럼 공부를 계속해 나가면서 한껏 자신을 불사르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요. 그것이 건전하고 창조적이며 생명력 있는 예술 혹은 인생의 아니면 일상의 승화가 아닐까 생각해요. 찰스 핸디가 말하는 포트폴리오적 인생스크립트 일 수도 있겠구요. 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생각이라고 느껴지네요.

아우님께서는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하나의 쉼, 자기만의 분출구, 소통, 어울림, 재생과 생성 등의 어울림의 피드백을 충분히 발휘해 나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드는군요.

누이 생각으로는 술마시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드럼을 치는 공부를 해보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데요. 물론 아내에게 점수를 많이 따고 단단히 신임을 얻은 뒤에 제가를 받아야 겠지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혼자만 즐기라는 뜻이 절대 아니니까요. 함께 같이 무얼 해보는 것도 아주 좋겠네요. 쌈바 리듬의 북이나 뭐 어렵지 않은 악기들도 많이 있고 구색을 갖추면 아주 멋진 연출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죠.

그러면 그 폭팔하고 싶은 열정의 기氣들을 끌어내어 멋진 인생! 멋진 조화!로 하모니를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게 되면 병칸이 병.경.연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말 멋진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 그 자체인 살아 꿈틀거리는 대한민국의 희망 병칸으로 거듭나게 되지 않을까요. 그룹 이름은 당분간 병칸과 허르헉~ 이고요. ^-^

그렇게 되면 힘들지 않고 즐기는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쏟아내고 다시금 새로운 열정을 피드백 받는 어울림의 재능으로 가져갈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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