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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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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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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4일 01시 26분 등록

“아리랑에는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정서가 있습니다. 아리랑을 부르면 누구나 주인공이자 당사자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아리랑은 집단의 소리이자 개인의 소리입니다. 또 아리랑을 단순히 ‘슬픔의 노래’로 알고 있지만 아리랑에는 자신의 처지를 빗대 인생의 설움을 노래하면서도 고난과 시련을 이겨나가는 낙천적이고 긍정적 세계관이 보입니다.... 아리랑 고개는 실제 지도에도 없는, 우리 마음속의 대상입니다. 우리가 넘어야 할 시련과 고통, 그리고 투쟁을 의미하지요.”

-미국 유타대 지리학과 이 정면 명예교수, 주간조선과의 인터뷰 2005. 8.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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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인의 바탕정서를 이야기할 때 '한(恨)'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한이 우리의 근간을 흐르는 바탕정서의 전부일까요? 저는 또 하나의 큰 흐름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로 ‘흥(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흥은 단순한 즐거움이라기보다는 한을 달관하고 승화시킨 즐거움 이상의 즐거움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로는 '아리랑'을 꼽습니다. 아리랑이 민족의 노래가 된 이유는 어쩌면 우리의 바탕정서인 한과 흥을 가장 잘 버무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를 들어, 진도아리랑을 부르다보면 “노다 가소 노다 가소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나 가소.”라는 대목에서 장단은 절로 빨라지고 어깨는 들썩거려집니다. 하지만 후렴구를 지나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 내 가슴엔 수심도 많다.”가 이어지면 어느새 장단은 느려지고 가슴은 무거워집니다. 이렇듯 아리랑은 우리를 신명나게도 하고 우리를 슬프게도 만들어 놓습니다.

아리랑 연구가인 이 교수(83세)는 아리랑의 노랫말 중에서 ‘넘어 간다’는 표현에 주목합니다. '넘어갔다'는 과거형도 아니고 ‘저 고개를 어떻게 넘어갈꼬?’하는 미래의 걱정을 노래하는 것도 아닙니다. '넘어간다'라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즉, 운명과 고통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을 다짐하는 마음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뒤틀려버린 삶 때문에 응어리진 마음이 맺혀있나요? 지금 당신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열두 굽이의 아리랑 고개가 놓여 있나요? 이로 인해 앞으로 가야 할 엄두가 나지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의 가슴에 손을 대고 심장의 고동소리를 느껴보세요. 슬픔을 정화시켜 도전으로 나아가는 아리랑 가락이 울려퍼지고 있을테니까요.


- 2007. 09. 04 週 2회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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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7.09.04 18:51:56 *.37.251.50
축약된 언어에 생각할 꺼리가 깊이 숨어있는 글 감사합니다.

'한'과 '흥', 현재진행형의 아리랑 고개.
그게 삶이겠거니 하는 체념과 살아내야 할 사건 속에서
다시 신발끈을 동여 맵니다.
고개까지는 가야 주막에 도착할테니까요.
따사로운 등잔불빛과 수다스런 주모,
걸한 막걸리에 빈대떡 한 쪽, 여독을 풀 잠 한 숨 청하려면
저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고개 너머에 무엇이 있는 지 몰라도
넘어가는 동안 기분좋은 호기심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날이 지기 전에 나는 가야 할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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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9.05 01:37:37 *.70.72.121
본문도 좋지만, 덧글이 너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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