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 조회 수 351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7년 9월 7일 07시 24분 등록

연구원 중에 박노진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천안에서 음식점을 경영합니다. 그 사람이 책을 써서 그 초안을 내게 보냈습니다.

3년 전 개인 대학을 열어 열 명 남짓 시작한 1 기 연구원들 중 책을 내게 된 사람으로 그가 여섯 번 째입니다. 정해진 교실도 없이 카페나 산, 바닷가 어느 펜션 그리고 갓 결혼을 한 후 집을 오픈해 준 연구원 커플의 신혼집등에서 수업을 해오던 떠돌이 대학 치고는 연구 실적이 훌륭합니다.

연구원들은 1년 동안의 코스워크를 마치고 나서 졸업을 하려면 둘 중의 하나를 해야 합니다. 책 한권을 써서 출판을 하든가 서로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연구원 자격을 인정해 줍니다. ‘아이를 낳은 고통과 기쁨’을 알아야 졸업을 시켜주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1기 연구원들 절대 다수가 모두 창조적 과제를 마치고 졸업을 한 셈입니다. 나는 그들의 첫 책에 추천사를 써 줍니다. 선생으로 그 보다 영광스럽고 기분이 좋은 일은 없습니다. 박노진의 책 추천사에 이렇게 써 두었습니다.

“ 그가 처음 식당을 열었던 시절이라고 한다. 그 날은 눈이 펑펑 오고 있었다. 눈 내리는 날 더는 손님이 오지 않았지만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눈 때문에 오지 못하면 안되기에 그는 눈이 쌓이는 족족 몇 번이고 다시 나가 쓸기를 그만들 수 없었다고 한다. 쓸어 놓은 길 위에 다시 눈이 덮여 길이 없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아마 망연히 울먹이고 서 있었을 것이다. 손님은 그의 밥줄이고, 미래였으니까. 이 책은 그가 오지 않는 손님을 오게 만들기 까지 자신이 겪은 무수한 눈물들을 담은 책이다.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밥벌이의 책임은 전장에서 피범벅이 되어 싸우는 전사들처럼 치열한 것이다. 식구들에게 밥을 벌어 먹이지 못하는 사내는 사내가 아니다. 남자는 밥벌이를 통해 비로소 남자 구실을 할 수 있게 된다. 밥벌이의 지겨움 속에 숨어 있는 일상의 모습은 바로 그런 것이다.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밥을 팔아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먹고 살게 없으면 ‘먹는 장사나 하지, 뭐’ 이렇게 생각한다. 밥장사를 하니 밥 떨어질 날을 없을 것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장사가 잘되는 구두집 주인은 자신을 위해 구두를 지을 시간이 없다. 잘 팔리는 바가지 가게의 주인은 깨진 바가지를 쓸 수 밖에 없다. 성한 바가지는 모두 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밥장사는 밥이 남아서는 안된다. 제 밥을 제 식구들이 퍼 먹는 비즈니스는 실패한 것이다. 밥장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장사처럼 보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 오해와 착각을 조목조목 따져 두었다. 모두 자기 스스로 겪은 경험이 목 놓아 풀어 놓은 이야기 들이다...... “

박노진은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식기 속에 음식을 담아내는 대신 마음을 담아 낼 수 있는 소양을 가진 사람입니다. 작지만 지역에서 번 돈은 지역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선순환의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는 또한 시간의 마법사이기도 합니다. 식당에서 일하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심심찮게 술을 즐기고, 후배들을 잘 챙겨주면서도 책을 보고 또 책을 쓰니 도대체 그런 시간들을 어떻게 다 낼 수 있는 지 궁금해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의 모든 비결은 자신에 대한 성실함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그의 성실함과 지긋함이 그렇게 믿음직 할 수 없습니다. 기분 좋은 날입니다.
IP *.189.235.111

프로필 이미지
초아
2007.09.07 10:23:57 *.253.249.69
자로의 책소식에 너무 너무 기쁜 맘 입니다. 사실 식당업은 귀족의 직업이 아니기에 식업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자신의 직업을 숨기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박노진씨는 너무나 떳떳하게 자기일에 소명을 가지고 주장함이 그의 인품에서 빛이 났습니다. 서강대 대학원의 석사과정이 경영학이라 좀 고상스런 책을 쓰질 않고 식당에 관한 책을 먼저 씀에도 그의 사고가 남다름을 보았습니다.

"蒙 亨 匪我求童蒙 童蒙求我 初筮 告 再三 瀆 瀆則不告 利貞"
<순수한 그대의 곁에 만상이 모이고 하늘은 그대에게 진리를 가르칠 것이다. 그러면서 원하는 자리로 가게된다.>

축하합니다. 실존의 철학서를 꼭 읽고 삶의 진솔을 찾아야 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기원
2007.09.07 14:29:34 *.248.64.191
노진님 축하합니다.
소장님께도 축하드려요.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책이 될 것같아요.
책제목이 뭔지 아직 알 수가 없는 것이 아쉬워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군요.
주문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노진님의 삶의 진수가 들어있는 책이 기대 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