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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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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7일 09시 21분 등록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만남에서 나는 한 젊은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자신의 말에 귀기우려주지 않는다는 것, 꿈꾸고 계획했던 일들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가슴 뛰는 일을 그리려 하지 않는 자신을 보게 된다 합니다. 계획하지 않으니 실망할 것도 없고, 꿈꾸지 않으니 좌절도 없게 된 모양입니다. 얼마 전 직장을 나와 집에서 쉬면서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어쩌면 이대로 죽어 버려도 아마 미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이 젊은이에게 편지를 한 통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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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과로사로 죽고 싶다고 한다. 시시하게 사는 것 보다는 그것이 좋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다 삶의 한 복판에서 돌연 폭죽처럼 장렬하게 전사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어떤 사람은 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현역이고 싶어 한다. 죽음은 휴식이고, 그 긴 휴식은 무덤 속에 있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아도 결국 닥쳐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죽기 전날 까지 출근하듯 살고 싶어 한다. 역시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살아남는다는 것, 모든 불확실함 속에서 자신을 돌본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평범함이라는 외로운 어둠 속에서 자신이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은 가장 용기 있는 일 중의 하나다. 세상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동안 홀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을 나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고귀한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원하지 않을 때 한 장의 편지를 써 보도록 해라. 너의 장례식장이다. 너를 알고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네 무덤 앞에 서 있다. 이때 신이 너를 죽음에서 일으켜 세워 10분간 살아있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며 네 무덤가에 모여 서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 세상 마지막 연설문을 만들어 보아라.

옛사람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행장을 기술하는 긴 글을 미리 써 두었다. 스스로 여러 번 고쳐 ‘자찬 묘지명’이라는 간단한 개인의 역사를 기록해 두었다. 나는 자신의 무덤이 삶의 전체를 조망해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그 손을 잡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잊지 못하는 일들이 바로 내 인생의 가장 의미있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두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일인 것이다.

‘무덤 앞에서의 10분 연설문’은 너의 후회와 욕망과 사랑을 표현하기에 가장 컴팩트한 기록이 될 것이다. 한 번 써 보도록 해라. 나는 종종 이 10분의 기록을 손질하곤 한다. 이것을 고쳐가는 동안 나는 늘 삶의 가장 큰 그림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왜 사는 지 그것이 나에게 무엇인지 내가 누구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 지 깨닫게 해 준다. 죽음의 기록은 삶을 위해 가장 요긴한 시선을 제공해 준다. 죽음은 삶과 다른 것이 아니다. 좋은 죽음 만이 삶을 평가하게 해 준다. 죽음의 자리로 가라. 그리고 그곳에서 살고 싶은 삶을 얻어 내라.

힘을 내도록 해라. 나는 그대가 어디 있든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 궁금하구나. 어떤 힘든 일이 그대에게 생겼는지 그래서 얼마나 힘겹게 그것과 싸우고 있는 지 어떤 좋은 일이 그대에게 생겼는지 그리하여 얼마나 그대가 기뻐하는지 알고 싶구나. 나는 어떻게든 그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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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귀
2007.07.27 13:15:13 *.244.221.3
최근 TV에서 탈레반 납치된 목사분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죽음에 대해 두렵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는데, 선생님의 말씀처럼 내가 할수 있는 일을 정말 열심히 하다가 쓰러져 죽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는 나를 떠올리게 되었네요.
지금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정말 먹고살기위해, 돈을 위해 살아가는 밥벌이가 되어 버린 내자신을 보며, 좀 억울하기도 하고, 내가 불쌍해진것 같기도 하여 요즘은 좀 슬프더라구요.
요즘엔 열심히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이 많아서 어쩔수(?)없이 열심히 하게 되는 상황이며, 회사일에 치여, 쉬는 시간에는 잠으로 일관하고 있네요.
다시 다짐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어요.
죽음의 의미는 아직 잘 모르지만,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집중할 일을 찾고, 그동안의 나, 앞으로의 나에 대해 더 고민 해보도록 하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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