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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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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6일 09시 14분 등록

'영구없다~'로 귀에 낯익은 코미디언 심형래의 SF영화가 지난 주에 개봉했습니다. 한국 영화의 흥행을 다시 몰고 오고 있다는 평가에서 부터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노린 조악하고 유치한 영화라는 악평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대체로 평론가들은 비판적인 반면에 관객들의 반응은 좋습니다. 저 역시 심형래의 바보 연기의 세례를 받은 사람으로서 그가 영화감독으로도 성공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기에 그의 흥행 질주가 계속되길 기원해봅니다.

영화 소식을 접하면서 몇 년 전에 그가 어느 인터넷 신문과 인터뷰한 기사를 읽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냥 웃기면서 돈 벌고 남은 인생 편안하게 살 수 있는데도 계속 SF영화에 몰두하는 그를 보고 기자가 물었습니다.

기자: 보통사람들이 보면 무모하다고 하거나 바보 같다고 생각하거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그런데 난 할 수 있다...

심: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죠.
기자: 그런 동력은 어디서 나옵니까?
심: 우린 안 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게 박혀 있어요. 한국 사람은 안 된다. 이런 게 심하게 박혀있는데, 그건 교육 과정 때문인 거 같아요.

기자: 본인은 어떻게 극복하신 거예요?
심: 저는 바보니까 하는 거예요. 영구니까 하는 거지.

바보니까 한다... 그의 인터뷰 기사를 다시 보면서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연설문이 생각났습니다. "매일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가십시오. 항상 갈망하고 언제나 우직하게…." "Stay hungry, stay foolish!"

누가 나서서 등 떠미는 이도 없는데 바보처럼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멋있습니다.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많았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만들어진 미국 공룡에 참패했고, 극장을 내주지 않아 구민회관과 예식장을 전전하며 상영한 적도 있었습니다. 제작비 24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손익은 1억이었습니다. 4년 연속 연예인 고액납세자 1위였던 정상의 코미디언은 밤무대를 뛰어 간신이 직원의 월급을 챙겨주었습니다. 그가 만든 영화는 언론과 평론가의 집중 포화를 맞았습니다.

인간 심형래는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한 우물을 계속해서 파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라.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새로운 실험과 도전하라. 경쟁력은 차별화다. 유일함이야말로 즐거움이다. 나에게 즐거움이 없다면 이 일을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언이니까 재미없더라도 영화를 봐주자는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SF영화를 만들고 싶은 그의 꿈과 도전 정신에 깊은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그의 꿈이 서서히 실현되어 가고 있습니다. 개봉 영화 '디워'는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울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미국 내 1,500개의 극장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심형래의 진짜 신나는 도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에게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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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08.06 17:23:18 *.248.16.2
정말 공감이 가고 감동적인 이야기 입니다. 그렇게 꿈을 이뤄나가는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결과만 보기 때문에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요. 그런데, 그 과정이 얼마나 힘겨운 자신 또는 주변과의 싸움이었을까를 생각하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타인의 비웃음마저 웃어버릴 수 있는 신념을 갖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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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7.08.07 13:53:52 *.176.99.201
한 우물을 팠기에 언젠가는 빛을 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영화의 완성도, 애국주의 마케팅 전략을 떠나서 그런 시도와 꿈이 참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앨리스 님이 말한 것처럼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굳은 의지로 헤쳐 나갔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결과만 보고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끔찍한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이 풍토에 똥침을 가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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