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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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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2일 00시 09분 등록
누구나 그렇겠지만, 친정어머니를 뵈면 마음이 짠합니다. 일흔 셋의 나이가 요즘 세태에 비추어 극고령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빠른 속도로 변하시네요. 우선 말씀이 너무 길어지셨습니다. 주된 소일거리가 TV시청이다 보니 연예계 소식을 모두 꿰고 계십니다.
“카페가 무언지, 고현정이가 카페에다 자식들 보고 싶다고 썼대”
기회만 있으면 아침드라마와 ‘전설의 고향’ 줄거리를 전달하시니, 중간에 끊지도 못하고 고역입니다.


자식과 손주에 대한 배려도 늘 넘쳐납니다. 문제는 우리가 아쉬워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넘치는 어머니의 배려는 더 이상 귀하지 않습니다. 전전긍긍, 노심초사, 모든 일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몸짓은 때로 거부당할 때도 있습니다.


나이들면서 말이 많아지는 이유를 왜 모르겠습니까. 고독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어머니가 줄 수 있는 정보는 이제 유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머니의 돌봄이 필요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돌봄과 훈계의 언어를 사용하십니다. 어머니의 말을 진심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듣는 척하고 있다보면 만감이 스쳐갑니다.


나이듦에 대한 회한과 - 자식들을 다 교육시킨 후 중년의 어머니는 참 보기좋았는데... 한복이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 - 이렇게 동상이몽의 대화로 버티기에는 수명이 너무 연장되었다는 생각, 아무도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지 않는 절대고독의 비정함! 나는 어떻게 나이들어 갈 것인가.


혼자 놀 줄 모르면 추레해집니다. 매 순간을 남들의 관심에 의존해야 하니까요. 어머니는 하다못해 뜨개질이라도 자기 취미를 개발하셨어야 했습니다. 더러 수영이나 지역사회프로그램을 권해드려도, 흥미를 갖지 못하셨던 어머니. 성장한 자식에게는 돌봄과 훈계가 아닌 다른 관계맺음이 필요하지요. 자식에게서 모든 것을 구하려한 어머니의 바램은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요, 여전히 외로운 일상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니 지금 나이들기 시작했다면, 가족 외의 자기 세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자기 세계가 있어야 남을 초대할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대의 언어와 관계맺음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대는 돌봄 훈계 비난 해석 진단 단정 분석 설교 명령 경고 심문 조소 잔소리 외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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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_귀귀
2007.07.12 11:55:09 *.244.221.3
그러네요. 따로 사시는 저희 어머님도 말씀이 많이 느셨습니다.
가끔은 귀찮지만, 저녁 먹을때, " 너희들이랑 같이 먹으니 맛이있다 "
라고 말씀하실때, 울컥합니다. 제가 해드리는 일은 단순히 같이 저녁 먹는 것인데, 어머님은 그게 아닌듯하시네요.
어머님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내 모습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생각하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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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7.07.12 12:55:35 *.45.98.41
저는 아직 미혼이지만 엄마와 외할머니 관계를 보면서 나이들어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옆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 그런 것을 생각도 못하고, 적절한 교육도 받지 못하신 할머니 세대가 안됐다는 생각도 드네요... 지난주 주말에 못먹은 냉면을 이번주에 할머니 모시고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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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7.12 16:56:31 *.209.103.60
어머니를 위해서 무얼 해 드린 적이 있느냐고, 서운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제 글이 어머니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이자,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인 것을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효심, 인간적인 연민, 고령사회에 대한 전망을 다 가지고 있어도,
어머니가 원하는 '일심동체'가 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수명연장시대의 새로운 관계맺음의 도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늘, 관심 보여주시는 두 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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