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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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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3일 06시 33분 등록

갑자기 누전 차단기가 내려갔습니다. 돌연 공간의 한 부분에 불이 나가고 전기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전혀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낮에 생긴 일이었기 때문에 급히 동네에 있는 전기기술자를 불러 조치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출장 온 김에 여기저기 집 전체를 모두 점검해 달라 했습니다. 특히 어두웠던 부분에 정원등을 새로 하나 설치하고, 불편했던 곳에 소켓을 하나 달았습니다. 손끝이 야물고 일이 빠르고 유쾌한 사람이었습니다. 작업이 끝난 다음 거실에서 시원한 오미자차와 과일을 조금 대접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 자신의 직업을 통해 알게 된 세상이야기를 몇 가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이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오늘처럼 출장 서비스를 나갔을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사업을 하여 성공한 중소기업의 사장인데 집이 몹시 좋았다고 합니다. 작업을 끝내고 얼마냐고 하여 13만원이라 했답니다. 그랬더니 25만원을 주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애들 먹을 것이나 사주라고 하더래요. 그 후 몇 번 더 그집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25만원이라 부르면 40 만원을 주고 그러더래요.

기분이 좋긴했지만 좀 의아하기도하고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더랍니다. 그래서 그동안 얼굴이 익은 그 집 기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분 만의 특별한 계산법이 있다며 웃더라는 것입니다.

그 분은 누구에게 일을 시킬 때 자기 혼자 먼저 대충 그 작업의 가치를 평가한답니다. 그래서 자기 생각보다 싸게 부르면 스스로 생각했던 수준만큼 올려서 지불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 수준 보다 비싸게 부르면 두 번 다시 그 사람을 불러 쓰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계산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사업을 하며 수없이 많은 거래를 하는 동안 터득한 나름의 지혜인 모양입니다.

성숙한 사람은 스스로 중심을 잡을 수 있고, 일단 중심이 서면 주변의 소소한 법도에 매이지 않고 통쾌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중심을 잡기 까지 많이 생각하고 많이 경험하고 돌연 깨달았을 것입니다. 종종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이 재미있어 집니다. 세상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세상을 살며 당신도 혹시 ‘나의 법칙’ 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특별한 계산법 하나를 가지고 있는 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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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7.07.13 10:52:11 *.128.229.230


아침 편지에 금방 몇 분이 답을 주셨는데, 그 중에 자신만의 계산법에 대해 써 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함께 나누면 좋아 보여 여기 올려 공유 합니다.


(안인균 사장)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만의 계산법은...."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것같은 사람과의 거래에서는 내가 좀 손해를 본다." 입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와 거래하는 여행사, 꽃집, 인쇄소 등 저희보다 규모가 작은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비용에 관대한 편입니다. 어떤 사람은 택시타고 내릴 때 잔돈 안받으면 택시기사들 버릇나빠져서 단돈 백원도 꼬박 꼬박 받는다는데 저는 그냥 그런 것 생각않고 백원 단위의 잔돈은 받지않는 계산법을 적용합니다.
****************
(한정화)

저는 제 영역 안으로 들어와 버린 사람하고는 계산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느 영화 평론가가 별달기로 영화를 추천할 때 하는 말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어떻게 별 몇개짜리 영화라고 말할 수 있냐고 하더군요. 누군가 자신의 아내는 어떤사람이라고 물을 때, 자신의 아내에게 별점매기기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에는 너는 나에게 이만큼 해주었으니, 나는 너에게 이만큼 해주겠다하고 살수 있는 일을 많이 만나고, 또 그런 사람들을 만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계속해서 퍼주고 싶어지는 것. 그것이 가족에게 별을 달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가끔은 제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들때가 있습니다.
히히. 그래도 계산을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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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웅
2007.07.14 18:39:14 *.47.90.179
* 포숙의 법칙(?)

관중은 젊었을 때, 포숙(鮑叔)과 사귀었다. 그는 가난하여 늘 포숙을 속였지만 포숙은 그에게 잘 대해 주었고 속인 것을 따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현명함을 알아주었다. 관중이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난했을 때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곤 했으나, 포숙은 나를 욕심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포숙을 위해 어떤 일을 경영하다가 실패하여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다. 운세에 따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세 번 벼슬길로 나갔으나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모자라는 사람이라 여기지 않았다.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세 번 싸움에 나가 세 번 다 모두 달아났지만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모시던 공자 규(糾)가 왕권을 놓고 다투다 져서 죽었다. 함께 그를 모시던 소홀(召忽)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따라 죽었다.

그러나 나는 붙잡혀 굴욕스러운 몸이 되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작은 일로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천하에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 구본형 칼럼 ‘관자’ 중에서

* 이번 편지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흔적을 남겨 놓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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