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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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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6일 08시 33분 등록
태풍이 일본으로 운 좋게 물러난 일요일은 초복답게 햇살이 강렬했습니다. 때마침 절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삼계탕을 끓여 가져왔습니다. 이게 왠 떡이냐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대추와 인삼, 밤이 닭살과 한데 어울려 한층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납니다. 더위가 바로 물러갈 듯합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수영장에 놀러 간다고 졸라댑니다. 아내는 물을 싫어하고, 저는 오늘 할 일이 산적하게 쌓여 있어서 이것저것 신신당부를 하고서야 두 아이만 보내기로 했습니다. 작은 아이가 신고 갈 신발 때문에 투정을 부리는데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일어 나는 순간 ‘악~’소리가 나면서 부실한 새끼 발가락 발톱이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작은 아이는 더 혼이 났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혼낸 일 때문에 아내와 또 한바탕 했습니다. 제가 갈등 상황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신속하게 화해를 하고 제가 아이들을 데려 오기로 했습니다.

서너 시간이 지나서 큰 아이가 데려오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주차장에 차가 무지하게 많습니다. 제 차는 중형차에 둘러싸여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몇 번의 전진, 후진을 반복하다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만 옆의 신형 외제차 모서리를 살짝 긁었습니다. 수영장에 거의 다다를 무렵 잠시 한 눈을 팔다가 유턴을 하지 못해 몇 블록을 지나서 유턴을 하니 무지하게 차가 막힙니다.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다 집에 왔습니다. 저녁에 차 주인에게 사과를 하고 돈을 지불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제가 TV시청을 거의 안 하는데 모처럼 축구중계를 하길래 할 일을 제쳐두고 지켜보았습니다. 아니 날벼락도 아니고 바레인에게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는 거 아닙니까?

참 오늘은 안 풀리는 날입니다. 운이 막히고 꼬인 날입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아무 것도 아닌 것에도 화가 나고, 또 다투었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런 날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히 있는 게 상책입니다. 오늘이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둡니다. 앞의 일이 잘 안 풀리니까 더 잘하려는 마음이 과욕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일이 더 꼬입니다. 화가 날 때는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겸손하게 하루를 보듬어주어야 합니다.

주역은 때(時)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초아 서대원 선생님이 쓰신 “새로 풀어 다시 읽는 주역”에 보니 지혜를 갖추어도 때를 얻지 못한 현자를 명이지자(明夷之者)라고 합니다. 명이지자는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알게 되면 무리 없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고 결국 끝에는 이롭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이 어떤 때인지를 분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며 이렇게 기원해봅니다.

‘주님, 저에게 주십시오.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온한 마음,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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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7.16 15:43:52 *.253.249.71
자산의 글이 매일 달라진다. 공부해서 "한소식"들은 사람같다. 전에 쓴 글들은 이마에 주름살이 잡히더만, 지금은 자네집에 내가 가 있는것 같구먼...
기도가 좀 통하든가? 아님 시간이 지나니 해소 되든가?
그런 날은 바오리듬이 겹치는 날일세!
무식한 부모 같으면 두아들 작살나는 날인데, 지성인이니 소리만 높았겠지. 소준한잔 했는가? 그럴 때에는 너저분한 친구도 필요한데...
허 허 허
잘 읽고 나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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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2007.07.17 14:23:12 *.227.204.113
초아선생님, 맞습니다. 어제 같은 날은 소주 한잔이 제격인데, 이 글 쓰느라 엄두를 못냈습니다. 예전에는 제 글이 조금 어렸웠나봅니다. 발랄하면서도 하나의 메시지가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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