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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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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일 00시 44분 등록

“나는 싸울 때도 씽긋 웃을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윈스턴 처칠-

 

주말에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팀워크를 다지고 세미나를 하는 것은 예년과 다를 바 없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웃음’을 컨셉으로 한 것입니다. 신년에 일년계획을 세우면서 웃음팀을 만들었습니다. 평소 직원들을 자주 웃기고, 본인도 아주 잘 웃는 4명의 직원들을 눈여겨 보았다가 멤버로 구성했습니다. 첫 모임때 의아해하는 얼굴로, 웃음팀이 뭘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잘 몰라요. 그저 우리가 많이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어요”

 

문화심리학을 하는 김정운 교수는 ‘창의력과 재미는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라고 주장합니다. 사는 게 재미없는 사람이 창의적일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인가요? 이번 워크샵때 웃음팀의 창의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기발한 게임, 자체 웃음공연, 7080 복고풍 댄스 등 직원들은 크게 웃고 많이 웃었습니다. 지겨운 회의와 밤샘 술자리의 식상한 워크샵 레퍼토리가 아닌, 오랜만에 재충전을 느끼는 신선한 즐거움이었습니다.

 

백악관에는 연설문의 마지막 부분을 손질하는 웃음특별 보좌관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감정표출을 부덕시했던 유교적 전통으로 인해, 웃음을 인격 손상의 요인으로 여기는 경향이 아직 있지만, 의학적 치료효과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웃음의 가치는 점차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덜 웃고, 말랐다는 얘기를 합니다. 나름대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는 내공은 아직 익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몇 년 전 일기장에 스크랩 했던(출처를 모르는) 글을 읽으면서, 웃음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마법학교에서 가르치는 주문에 대한 것입니다.

 

‘헤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새로 부임한 루핀 교수의 첫 수업 주제는 낡은 옷장 안의 괴물을 물리치는 마법입니다. 옷장 문을 열면 튀어나오는 보거트는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괴물인데,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대상으로 변해 겁을 줍니다.

 

보거트를 쫓아버리는 마법은 웃음소리입니다. 루핀 교수는 학생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을 생각하고 그것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고 시킵니다. 이 마법의 효과는 훌륭합니다. 학생들이 차례로 주문을 외자, 표독한 스네이프 교수는 레이스가 달린 할머니 옷을 입고 뒤뚱거리고, 미라는 풀린 붕대에 발이 걸려 넘어졌으며, 무서운 독거미는 8개의 발에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사정없이 허우적댑니다.

 

수많은 걱정들이 우리를 두렵게 하지만, 대표적 두려움은 돈과 병입니다. 칼에 베어 죽는 육체보다, 돈에 맞아 죽는 영혼이 더 많은 세상에서, 돈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건 병이겠지요.

 

웃음으로 세상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웃기는 소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작가 조앤 롤링의 인생역정을 생각하면, 함부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녀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결혼 3년만에 이혼녀가 되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주당 15000원 가량의 정부 보조금으로 4개월 된 딸을 양육했습니다.  소설가 지망생이었지만 집필공간이 없어서, 동네 찻집의 책상에서 손으로 원고를 써내려가던 처지였습니다. 실패와 좌절, 가난을 이겨내고 이제는 세계적인 부자가 되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이 마법의 힘을 증거하는 것 같습니다.

 

삶을 아프게 하는 인생의 두려움이 몰려올 때, 한방에 물리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법학교에서, 공포의 대상을 순식간에 물리치게 만든, 루핀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르쳐 준 마법의 주문은 이렇습니다. 

 

‘리디큘러스! (Ridiculous. 웃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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