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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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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일 20시 53분 등록

 

얼마 전, 소임을 받고 새로운 곳으로 옮긴 신부님과 식사를 했습니다.

환자들도 그분을 참 좋아했습니다. 웃음과 유머로 함께 있는 이들을 늘 재미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속 한숨을 푹푹~ 내 쉽니다. 새로운 곳에서 높은 직위의 신부님을 모시며 사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깐깐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고민과 푸념이 보였습니다. 웬만해서는 내색을 안 하는 유쾌한 분이신데, 다음 말을 듣고 얼마나 힘드신지 절감했습니다.

 

“그렇게 힘드세요?”

“야. 내가 완전히 복음밥이야. 매일 들들 볶여 산다니깐!”

“그거 참, 왜 그러실까요?”

“원래 성격이 그런 분 있잖아. 꼼꼼하고, 반듯하고, 정확하고...”

“어떻게 참고 견디세요?”

“기도한다”

“네?”

“기도한다고, 야! 내가 오죽하면 기도를 다 하겠니?”

 

낄낄거리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신부님이 기도까지 하실까요?

 

오늘로 마흔 번째 마음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마흔은 저에게는 의미있는 숫자입니다. 마흔이었던 2006년 봄, 전철역마다 창작가요제 포스터가 붙었습니다. 제1회 레일아트 (철도/지하철) 창작가요제 였습니다. 이름은 생소했지만, 상금과 함께 부상으로 음반제작 및 전국 1000 곳의 철도, 전철역에서 방송된다는 혜택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창작가요제를 위해 급히 만든 노래가‘하루’입니다. 예선을 포함 200 팀이 경쟁을 벌였습니다. 저는 동생과 ‘최 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나가서 우수상을 받고, 음반이 나왔습니다. 그 후 전철역 단 한 곳에서도 노래가 나오는 것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그때 택배로 받은 음반은 선물이었습니다. 세상에 없던 것이 내 이름으로 나왔던 첫 경험, 마흔의 삶이 제게 준 흐뭇한 선물이죠.

 

마흔은 인생의 오후를 알리는 나팔소리, 뒤늦은 성장통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성장통이 없었다면 노래도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6년 전 같이 노래를 불렀던 동생이 올해 마흔이 되었습니다. 어제가 그의 마흔 번째 생일입니다. 올해 마흔을 맞이하는 사랑하는 동생‘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찬희 아빠, 김미혜씨의 남편 최석근’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마흔의 성장통을 맞이하는 다른 분들께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기적소리 울리며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던 완행열차, 그 익숙하고 여유로왔던 젊은 날의 리듬을 떠올리며 만든 블루스 리듬의 노래입니다. 고향길과 귀성길이 잠시라도 덜 피곤해지면 좋겠습니다.

 

노래 중에‘선물로 받은 소중한 하루를 웃으며 살아가자’는 가사가 나옵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는 것은 여전히 힘들고, 웃기 어려운 시간들입니다.  누군가 ‘넌 니 노래가사처럼 늘 그렇게 웃으며 사니?’하고 묻는다면, 신부님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노래한다고요. 야, 내가 오죽하면 노래를 다 하겠니?”

 

[노래듣기]

http://www.bhgoo.com/2011/index.php?mid=r_community&search_keyword=%EC%B5%9C%EC%9A%B0%EC%84%B1&search_target=nick_name&document_srl=8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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