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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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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 수 0
2008년 9월 29일 13시 3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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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Capa, <Watching an air battle over Barcelona> Jan. 1939


 

빙그르르. 소주병이 돌다 수줍은 듯 멈춥니다. 환호성이 터집니다. 술래는 얼굴이 빨개지고 여기저기서 짓궂은 질문들이 시작됩니다. 첫 경험은 언제였는지, 그 때 느낌은 어땠는지? 그렇게 처음엔 야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점차 자연스레 마음 아팠던 일, 서로에게 속상했던 일, 사랑하고 사랑 받았던 이야기들의 물꼬가 터집니다. 어느덧 진실 게임은 끝이 나고, 진솔 토크가 이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 친구가 저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불편하고 속상했지만 제가 마음상할까 봐 말을 하지 않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나 언제나 말보다 눈빛이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었지요. 저는 이유를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아 언제나 비스듬히 돌려 말했습니다. 그것이 더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줄은 몰랐습니다. 서로 마음만 불편한 채 속으로 끙끙 앓았고, 오해의 골은 점점 깊어갔습니다. 그 동안 제 마음이 아팠던 이유를, 갑작스레 늘어난 여드름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밤이었습니다.

 

인생은 문제의 연속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다지 현명하지 못하여, 가능한 한 문제들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와 고통을 피하려는 이 태도가 결국에 가서는 피하려고 했던 그 고통보다도 더 고통스러웠음을 인정해야겠습니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 로버트 카파, 포토저널리스트 집단 매그넘(Magnum)의 창시자

 

어느 해 가을, 개울가에 다른 꽃은 다 지고 없는데 용담이 한 그루 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꽃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몹시 궁금했다. 입 다물고 있는 용담의 꽃 봉오리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나는 네 방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데 한 번 보여주지 않을래?’ 하고 청을 했다. 다음날 무심코 개울가에 나갔다가 그 용담을 보았더니 놀랍게도 꽃잎을 활짝 열고 그 안을 보여주었다.

- 법정,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그렇군요. 우리의 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겠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은밀한 방안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내가 진솔한 마음으로 청하지 않아서이겠습니다. 상대를 믿지 못한 내 탓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사람을 믿어보는 모험을 해야 하는 것임을 몰랐습니다. 관계에 잠재된 고통 자체보다도, 피하려고 하는 그 마음이 종국에는 더 고통스러워짐을 잊고 있었습니다.

 

인생이 게임과는 다르겠지만,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규칙이 없어도, 서로의 비밀을 지킨다는 약속이 없어도,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진실 인생을 놀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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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희
2008.10.10 16:01:09 *.10.111.56
저는 이런 글을 쓰는 박승오님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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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오
2008.10.13 10:47:59 *.208.192.28
저는 이런 댓글을 써 주시는 임성희님이 고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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