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 조회 수 689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6년 5월 12일 05시 56분 등록


우리집 부엌 창가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그 감나무 아래서 콩나물 자라듯이 커다란 떡잎들이 솟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도 무성하게 갑자기 경쟁하듯 솟아오르기에 놀라워 자세하게 살펴보았습니다. 호박들이었습니다. 작년에 없던 호박들이 돌연 감나무아래서 집단 서식을 하게 된 것이지요. 영문을 몰랐습니다. 그러다 돌연 하나의 사건이 떠 올랐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겨울에 이르는 동안 나는 남해를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그곳의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영농창고에서 늙은 호박을 팔았습니다. 하도 크고 잘생겨서 3개를 만원에 사가지고 돌아 와 호박죽을 끓여 먹기로 했었지요. 창고에 두었는데 지난 겨울 추위에 이놈들이 다 얼어 버렸습니다.

먹을 수가 없어 감나무 거름이나 한다고 그 아래 두어 달 던져두었어요. 눈 덮이고 비 맞아 가며 호박은 푹 썩어갔습니다. 그리고 봄이 되어 꽃들이 필 때, 그 위에 흙을 좀 덮어 주었지요. 그리고 잊었던 것입니다. 아주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 호박의 씨들이 다시 다 살아났습니다. 흙을 뚫고 오른 떡잎들이 하도 예뻐서 울타리 밑에 거름을 하고 몇 개 심고, 어머니께 모두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여러 곳에 남해 호박을 분양하셨습니다.

생명은 어떻게든 결국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기 마련인가 봅니다. 호박으로 태어나 다시 호박이 되기 위해 기를 쓰듯 우리도 우리로 태어나 우리가 되기 위해 모든 정성을 다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그렇게 될 것입니다. ‘ 나도 내가 되어 힘껏 살고 너도 네가 되어 힘껏 살게’ 될 것입니다.

살아 있음이 좋은 날입니다. 생명은 결국 자신의 생명을 살게 마련입니다. 생명의 힘을 믿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지는 대로 힘껏 살고 싶은 날입니다.


IP *.189.235.11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6 묵묵히 길을 가다 file [1] [13] 부지깽이 2011.11.11 5638
235 시한부 인생 프로젝트 변화경영연구소-홍승완 2006.07.31 5651
234 그라운드에서 만난 한국인의 마음 변화경영연구소-홍승완 2006.06.19 5663
233 웃음 [1] 최우성 2012.06.18 5665
232 헤르만 헤세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성 프란치스코를 사랑한 이유 승완 2014.07.01 5670
231 난 마치 웃는 듯 거칠게 호흡하고 있다 장재용 2020.11.03 5678
230 소유에서 존재로 문요한 2013.01.09 5690
229 그냥 [2]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2006.05.09 5699
228 대중에 머물면 안되는 이유 [1] 부지깽이 2012.02.24 5705
227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 줄 수 있소 [1] 부지깽이 2012.09.21 5709
226 멋진 직업의 세 가지 요건 김용규 2012.07.04 5719
225 현재를 즐겨라? [1] 박승오 2008.08.11 5720
224 모험으로의 초대 (Call to adventure) [1]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2006.05.23 5722
223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것일 수도 있다 [1] 변화경영연구소-홍승완 2006.05.29 5724
222 멀리 헤매야 알게 되나니 file 승완 2012.02.21 5724
221 그녀가 보내준 에너지 플러스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2006.06.20 5732
220 약속의 무거움 [1] 김용규 2012.04.05 5733
219 당신은 관용적인 사람인가요? [1] 문요한 2011.04.06 5739
218 동시성,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 file [1] 승완 2012.03.06 5746
217 조언을 얻는 법 부지깽이 2010.10.22 5748